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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한자 이야기 ⑪] 영락(零落)과 조락(凋落)의 계절에 부쳐 

풀은 시들어 흩어지고(零) 나뭇잎은 떨어지는데(落)… 차가움에 몸을 다친(凋) 가지도 쓸쓸히 떨어지누나(落) 

유광종 출판사 ‘책밭’ 고문
가을에는 초록이 야위고 황갈색이 눈에 찬다. 식생이 스스로 걸쳤던 초록의 풍성함을 떨어뜨리는 까닭이다. 그 자리에는 마르고 비틀어져 결국은 떨어져 사라지는 식생들의 빛깔이 들어선다. 따라서 그런 가을이 오면 우리는 떨어지는 그 무엇을 생각한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한자 낱말은 영락(零落)과 조락(凋落)이다.

순우리말이라고 여겨지는 낱말에도 한자가 조용히 숨어 있는 경우가 있다. 숨은 그림을 찾을 때처럼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영락없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우선 퀴즈 하나 내자. “나뭇잎이 무수히 떨어지니 영락없는 가을”이라는 말은 성립할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있다.

‘영락(零落)’이라는 단어를 먼저 살피자. 앞의 글자 零(영)은 우선 숫자 ‘0’을 가리킨다. 그러나 앞서 얻은 의미는 다르다. 비를 가리키는 雨(우)에 명령을 의미하는 令(령)이 붙었다. 초기 자전(字典)의 뜻으로는 본격적으로 내리는 비가 아닌, 나머지의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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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호 (20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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