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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 국내 암약(暗躍)한 국제테러단체의 실체 

이라크에 가면 미군 죽일 수 있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입국 후 무슬림 등에게 접근해 테러 선동하고 과격사상 전파한 사실 드러나… 정보 관계자 “관계법령 미비로 테러 유력 혐의자도 강제퇴거 조치 수단뿐”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1월 3일(현지시간) 공개한 인질 5명에 대한 처형 동영상의 일부. IS는 인질들이 영국을 위해 스파이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총살형에 처했다. /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중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알누스라 전선’을 추총해온 인도네시아인이 검거·구속된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동조자 3명이 추가 검거돼 추방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보당국은 “가장 먼저 체포된 A씨는 구속하고 동조자로 파악된 나머지 3명은 강제퇴거(추방)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16년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순교하겠다”는 글을 남겼고, 그의 집에서는 지하드(성전·聖戰) 깃발과 모의 총기, 군용 도검 등이 발견됐다. A씨는 2007년 위조여권으로 한국에 들어온 뒤 타인 명의의 현금카드와 통장을 사용해온 것도 드러났다.

정보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알누스라는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로 2012년 1월 이슬람 국가(IS)의 지도자 알바그다디의 지시로 설립됐다. 조직원은 1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2013년부터 이들은 독립노선을 걸으며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활동과 테러를 자행했고, 2014년 미 국무부에 의해 국제테러단체로 지정됐다.

<월간중앙>이 정보당국과 사정기관 등을 통해 최근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A씨와 같이 국제테러단체 조직원으로 국내에서 활동한 사례는 공개된 것보다 훨씬 더 많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국에 귀화한 무슬림들에게 접근해 테러를 선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IMU) 조직원 B씨는 2008년 7월 불법체류 중 법무부로부터 출국명령을 받고 출국했다가 2008년 10월 위조여권을 이용해 재입국했다. 그는 이태원 등에서 귀화 무슬림들과 만나 “이라크에 가면 미군을 죽일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이슬람 과격사상을 주입했다.

정보당국은 대구 이슬람사원 이맘(교단 지도자) C씨가 무슬림 유학생들을 합숙시키면서 이슬람 과격사상 전파 및 지하드 선동을 자행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정보당국과 사정당국이 2년 6개월 동안 주변인물을 통해 확인한 결과 C씨는 위조여권을 사용해왔으며, 대구 이슬람사원 인근 2층 집에서 우즈베키스탄 등 무슬림 유학생 10여 명을 합숙시키며 지하드 과격사상을 주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C씨는 “무슬림은 기독교인의 요구대로 살 수 없다. 나는 지하드를 수행하다 죽고 싶다”는 등 이슬람 과격사상을 전파하는 한편 활동비 마련을 위해 무적(無籍) 차량과 중장비 등을 밀수출하는 등 불법까지 자행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C씨의 경우 이슬람 과격사상 전파 수행을 위해 국내에서 버젓이 밀수출까지 자행했음에도 법·제도 미비로 구체적 물증 확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테러 예방차원에서 위조여권 및 체류자격 외 활동 혐의만 적용해 강제퇴거시켰다”고 설명했다.

정보당국은 또 “국내 체류 중이던 중앙아시아인 D씨가 중앙아시아 출신 테러 연계 혐의자들을 한국으로 불법 입국시키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에 나섰다. D씨는 중앙아시아인들의 불법입국 알선 과정에서 ‘공문서 부정행사’와 같은 실정법 위반 혐의로 관계기관의 추적을 받자 잠적했다.

이에 정보당국과 사정당국은 주변인물 탐문과 전화번호 위치추적 등을 통해 충남 아산에서 내연녀와 은신 중이던 D씨를 검거했다. 조사 과정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정보당국에서도 D씨를 테러 연계 혐의자로 규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D씨가 테러 연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데다 관련 물증도 확보할 수 없었던 만큼, 당국은 불법입국 알선(100여 명) 등 공문서 부정행사 및 불법체류 혐의만 적용해 강제퇴거 조치했다.

테러단체 가담 방지 위해 법령 정비 서둘러야


세계 각국의 ‘테러와의 전쟁’ 선포에도 불구하고 ISIL(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 알 카에다 등 테러단체가 급속히 세력을 확장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서유럽과 호주에서도 동조 테러가 발생하는 등 테러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과 G 20 회원국 가운데 테러방지법이 없는 나라는 4개국(한국·스위스·일본·아르헨티나)에 불과하며, 24개국은 별도 개별법을 제정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부터 테러방지법을 시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테러단체가 온라인을 통해 지령을 전달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이 같은 법안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외 13개국은 형법상 일부 처벌조항 등으로 테러 예방과 대응을 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은 자국민의 ISIL 등 테러단체 가담을 차단하고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관계법령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범정부(17개 기관) 차원의 컨트롤타워인 국가대테러센터(NCTC)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은 보험사의 인질 몸값 지불 불허 등 강화된 반테러법을, 프랑스는 테러단체와 연계된 자국민의 해외여행 제한(6개월) 등의 내용의 대테러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호주는 자국민의 테러 단체 참여 대처를 위해 정보기관의 감시를 강화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행정조직 내부의 직무상 명령에 불과한 대통령 훈령에 의거, 국가 대(對)테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비밀·점조직으로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는 테러조직·혐의자 동향 감시 및 민간시설 대상 대테러 점검 등 테러예방활동 수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출입국관리법에는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내외 새로운 테러 위협환경에 맞는 국가 대테러 체계를 구축하고 테러 예방·대응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 제정 필요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34년 전에 제정된 대통령훈령만으로 테러 예방과 대응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테러방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602호 (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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