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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경제 리포트] 글로벌 경제위기, 중국 찍고 일본 향하나? 

상하이 발 ‘10시 반’의 공포 도쿄증시가 전율한다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부편집장
일·중 비즈니스의 상징인 파나소닉 베이징 공장마저 철수… 일본의 중국 비즈니스는 ‘거대한 기회’에서 ‘거대한 리스크’로 반전돼
전 세계가 불황을 겪었던 2008년의 경제위기가 다시 오는가? 리먼브라더스 사태 당시 4조 위안을 지원하며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출해낸 중국이 이번에는 진앙지다. 그 파고가 일본을 덮칠 기세다. 중·일 경제 연쇄 위기의 실체를 현장에서 취재했다.


▎지난 1월 4일 중국 상하이 증시가 6.8%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됐다. 이날 베이징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한 개인투자자가 충격에 빠져 드러누웠다. / 사진·중앙포토
2월 8일 월요일, 도쿄 제일의 번화가인 긴자(銀座)거리가 올해도 베이징의 왕푸징(王府井)처럼 변했다. 춘절 연휴를 맞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노도와 같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서울 명동의 모습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인 관광객 덕택에 일본의 백화점과 호텔업계 등은 공전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긴자 거리가 왕푸진 거리화하는 현상은 지난해 춘절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초부터 일본이 중국인 대상의 관광비자 발급 조건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2015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973만 명으로 최고에 달했다. 그중 25%를 차지하는 499만 명이 중국인이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총 1억3500만 명, 일본의 인구보다도 많은 사람이 해외 여행에 나섰다고 한다.

중국인 관광객 덕택에 일본의 백화점과 호텔업계 등은 공전의 호황을 구가한다. 4000엔이면 묵을 수 있었던 도쿄의 비즈니스호텔은 지금은 1박에 2만5000엔이나 한다. 아베노믹스는 완전히 속도감을 잃어버렸고, 일본경제는 마이너스 성장 시대에 돌입한 가운데, ‘바쿠가이(爆買い) 관련 산업’ 즉 중국인 관광객 관련 산업만은 사상 최고의 호시절에 접어든 것이다.

올해 1월27일, 긴자 중앙에 위치한 ‘긴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코시 백화점 긴자점은 8층을 전면 개장하고, 매장면적이 약 3300㎡나 되는 대규모 면세점 ‘Japan Duty Free GINZA’를 오픈했다. 미스코시가 개장 공사를 서두른 것은 오로지 2월 8일 춘절에 맞추기 위함이었다. 춘절이라는 대형 연휴에 중국에서 몰려드는 ‘바쿠가이 투어’를 기대한 것이다. 3월에는 도큐 플라자 긴자점도 문을 연다. 이곳의 세일즈 포인트 역시 8층과 9층을 터서 만든 대규모 면세점이다.

이처럼 도쿄 최대의 쇼핑가인 긴자는 완전히 ‘중국인 시프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 춘절에 긴자를 방문해 보니 지난해의 같은 시기와 비교해서 분명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지난해와 같이 마치 고래가 작은 물고기를 몽땅 마셔버리는 것 같은 ‘바쿠가이’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매스컴에서 그렇게도 회자되던 ‘바쿠가이’라는 말도 올해는 별로 들려오지 않는다. 대신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나라비가이(?び買い=줄서서 삼)’라는 단어다. 일본인이 아주 좋아하는 요시노야(규동가게) 앞에 늘어선 긴 줄을 상기시키는 말이다. 요컨대 중국인의 쇼핑행태도 보통의 관광객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바쿠가이 여행’ 규제 움직임


▎일본의 가전제품을 손에 든 중국인 관광객. 그러나 올해 들어서 이들의 쇼핑 열기는 지난해보다 현격하게 가라앉은 표정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사정이 작용한다. 경기 악화에 의해 중국인은 예전처럼 ‘바쿠가이’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중국의 경제 현상을 취재하기 위해서 지난 1월 중국을 다녀왔다.

중국인의 ‘바쿠가이 여행’을 규제하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중국의 출입국관리법은 1996년에 제정됐다. 그 다음해부터 일반국민도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게 하는 조치였다. 그 내용 중 “5000달러 이상의 해외 반출을 금한다”는 규정이 있다. 당시 5000달러라고 하면 일반적인 중국인의 평생 수입보다 많았다. 지금까지는 이 규정이 유명무실화돼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중국 공항에서는 출국자들을 엄격하게 체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의 ‘바쿠가이’에 관해서도 지금까지는 노 체크였지만, 지난해 말쯤부터 세관검사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중국인으로서는 아무리 해외에서 면세품을 사도 중국으로 가져올 때에 과세가 부과된다면 이익은 고사하고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연간 10만 위안 이상의 현금 쇼핑을 금한다는 법률이 머지않아 시행된다고 하는 소문도 있다. 이것은 ‘바쿠가이 금지’라는 측면보다 자금의 해외도피를 방지하려는 조치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지(1월 26일자)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은 자본유출이라는 현재의 문제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 뇌물 단속과 투자기회 부족이라는 국내 사정이 중국인들로 하여금 해외로 자금을 이동시키도록 만들고 있다. 더욱이 인민폐 절하에 대한 불안이 자본유출을 한층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압력이 계속되는 한 중국 당국에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다. 유일한 선택은 압력이 누그러질 때까지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의 백화점은 공전의 불황에 허덕이며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레스토랑 가를 제외하면 손님이 나 혼자뿐인 ‘유령 백화점’도 있을 정도다. 작년 전반기에만 해도 이미 중국 전역에서 120곳 이상의 백화점이 도산했다.

아시아 각국에서 2016년의 주식시장이 개막한 1월 4일 아침, 나는 베이징 시청구(西城区)에 있는 금융가 한가운데 위치한 웨스틴호텔에서 중국의 한 거물 이코노미스트와 식사를 했다. 금융가는 ‘베이징의 월가’로서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의 본점을 비롯하여 대형 국유은행과 보험사, 증권사의 본점과 금융 감독 기관 등이 밀집해 있다. 아침 6시부터 영업하는 호텔 내의 레스토랑 ‘웨이친팅’은 매우 한산했다. 이곳은 예전에는 ‘중국 거품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호텔이다.

베이징 주재원 시절인 2009~2012년에 필자도 몇 차례 이 레스토랑에서 중국인이나 아랍인이 고액의 현금을 건네주거나 테이블에 쌓아 올리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러던 이곳이 이번엔 적막한 공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내가 베이징 근무 시절에 알고 지내던 이 거물 이코노미스트를 다시 만난 것은 금융가에서 본 2016년의 중국 경기 예측에 대해 묻기 위해서였다. 그는 먼저 자신의 가정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아들이 머지않아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성적은 매우 우수하지만 미국 대학에 보내기로 했다. 미국이 안 되면 캐나다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주위를 봐도 많은 부모가 그렇게 하고 있다. 지금의 중국은 모든 환경에서 교육에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리커창 총리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회의에서 만난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와 아베 일본 총리. 두 사람 모두 경제위기의 한복판에서 시름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내가 ‘모든 환경’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를 묻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는 전 세계가 불황을 겪었던 2008년의 재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이 중국이다. 2008년의 리먼 사태 때는 미국 발 세계 동시불황이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4조 위안을 지원하며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런데 2016년의 금융위기는 어쩌면 중국 발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미 미국도 EU도 물론 일본도 구세주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시진핑 정권은 불황이 심각해지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취할 것이 틀림없다. 당이나 정부의 간부는 출국 제한을 당하게 되겠지만, 나는 국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아들을 해외에 보내고, 이 나라에 가망 없다는 판단이 들면 아내와 함께 완전히 이주하려고 한다. 여기 금융가 사람들은 누구라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야기가 계속됐다. “현재 우리 금융가 사람들이 가장 의견을 듣고 싶은 인물이 두 명 있다. 리커창 총리는 거기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는 전혀 소질이 없으며 시진핑 주석처럼 ‘몸을 던져서 일한다’는 기개도 보이지 않는다. 원래 경제분야는 리커창 총리에게 배당된 직무이지만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내년 가을 공산당 대회에서 재신임을 받기 어려울지 모른다. 우리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두 사람은, 현재 중국 경제정책의 사령탑이라고 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의 류허(劉鶴) 주임과 양위민(楊偉民) 부주임 콤비다. 류허 주임은 시진핑 주석의 ‘101중학교’ 동급생이고 양 부주임은 한 기 아래 후배다. 시 주석은 모든 경제 정책을 류 주임과 양 부주임에게 상의한 후에 결정한다.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지난해 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2016년의 경제방침결정회의)도, 올해 3월에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의결되는 ‘제13차5개년 계획’도, 그 골격과 방향성을 결정한 인물이 바로 이 두 사람이라고 한다. 류 주임은 지난해 11월, 중국의 노벨경제학상이라고 불리는 ‘쑨예팡(孫冶方) 경제과학상’(2년에 1 번)을 수상했는데, ‘29명의 심사위원도 류 주임의 위력 앞에 넙죽 엎드렸다’는 소문이 났을 정도다. 그 때문에 이 두 사람은 공공장소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양위민 부주임이 연말인 12월26일에 베이징 호텔에서 열린 중국경제연회에 나타나 짧은 스피치를 했다. 2016년의 중국경제의 큰 방침에 대해 설명한 것이다.”

“풍요로워지기 전에 물가가 인상된다”


▎중국의 한 게임박람회장에서 3D 게임을 즐기는 중국의 젊은이들. 올해 중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중앙포토
그는 양위민 부주임의 스피치를 메모한 A4용지 4장을 건네 주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얼마 전에 끝난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역사적인 회의가 되었다. 예년과 다른 것은, 시진핑 주석이 역설했던 ‘공급측 개혁’을 주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 측의 구조개혁은 시진핑을 주석으로 하는 당 중앙의 중대한 전략 결정이며, 신상태(新常態, New normal)에 있는 경제의 필연적인 요구다. 2014년 이래 시 주석은 ‘경제의 신상태를 인식하고, 신상태에 적응하고, 신상태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것이야말로 향후 우리나라 발전의 커다란 로직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재 우리 경제는, 경제성장의 하방 압력이 강해지고 있으며 투자의 성장 속도는 감소하고 공업제품 가격은 하락하고, 기업수입은 악화되고, 부동산가격 거품은 여전하고, 대량의 재고를 안고 있다. 병의 원인은 공급 측에 있다. 따라서 2016년은 ‘5대 임무’를 실행해나갈 것이다. 이른바 ‘3去1降1補(3개를 제거하고 1개를 내리고 1개를 보강한다)’다.

첫 번째 ‘去(거)’는 생산과잉 문제의 해결이다. 철강업, 석탄업 등은 이미 생산 과잉에 빠져 있다. 따라서 정부는 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면서 기업이 주체가 되어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한다. 법에 의거, 많은 기업 합병을 유도하여 될 수 있는 한 도산 건수를 줄이면서 실업자의 재취업자리를 고려해서 진행시킨다는 원칙이다.

두 번째 ‘去’는, 기업의 생산비용을 억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연수입은 8000달러가 조금 넘는데 많은 지역은 ‘未富先高’(풍요로워지기 전에 먼저 물가가 인상됨) 상태가 돼 있다. 우리 제품은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져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 비용을 억제해가야 한다. 여기에는 감세를 포함하여 모든 가능한 정책을 서둘러 세워갈 것이다.

세 번째 ‘去’는 부동산의 공급과잉 문제다. 도시부의 부동산은 공급과잉으로 대단히 고전하고 있지만 이는 아직 도시 호적을 갖지 못한 2억5000만 명의 사람을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루빨리 호적제도의 개혁을 진척시켜야 한다. 도시로 올라와서 일하는 농민들도 주택론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임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현재 시행 중인 부동산 구입 제한도 풀어갈 것이다.

‘1降(강)’이란 금융 리스크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미 그 일단이 시행되기 시작했지만, 금융분야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각종 융자의 규제를 바꾸는 등, 전력을 다해 금융 리스크 방지에 노력해갈 것이다.

‘1補(보)’이란 효과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약점 부분’을 보충해가는 것이다. 수입 면에서 보면 농촌의 빈곤인구, 산업으로 말하면 농업, 제품으로 말하면 생태나 환경을 생각한 제품이다. 이런 부분의 기술을 높이고 효율을 높여간다. 무엇보다 국유기업, 재정세제, 금융의 3대 분야에 대한 구조개혁을 진행시켜나갈 것이다. 그리고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를 견지하면서 각 방면에서 적극적으로 쇄신해나갈 것이다.”

메모를 대충 훑어본 필자는 “정말 좋은 이야기가 쓰여 있는데 과연 실행 가능한 일일까요?”라고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거기에 있는 대로 하루빨리 실행에 옮겨가지 않으면 중국경제는 회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행히 시진핑 정권은 후진타오 정권에 비해 여러 가지로 엄격한 정권이지만, 실행력은 전 정권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제사회로부터 ‘현대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종차별) 정책’이라고 야유를 받고 있는 호적제도(도시호적과 농촌호적의 이중제도)의 개혁은, 덩샤오핑이나 장쩌민, 후진타오 등 과거 지도자가 손대지 못했던 문제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시진핑 정권은 인구 500만 명 이하의 도시호적을, 농촌호적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개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실현되는 것만으로도 시진핑 정권 1기의 최대 성과가 될 것이다.”

필자는 “호적제도 개혁이 과연 중국 경제부활의 처방전이 될까요?”라고 다소 회의적인 어조로 물어 보았다. “호적제도 개혁은 일종의 항암제 치료와 같은 것이다. 그걸로 암이 완치될 수 있다는 보증이 없고, 오히려 도시부가 혼란스러워지는 부작용도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경제를 구하기 위해서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은 틀림없다.”

서킷브레이크로 중국 증시 ‘휘청’


▎중국 네이멍구의 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회색빛 연기만큼이나 중국의 산업 현장은 침체와 우울감에 빠져 있다. / 사진·중앙포토
필자는 화제를 바꾸었다. “이제 1시간 뒤면 올해 첫 상하이 증권시장이 열리는데, 올해 중국 주식시장의 전망은 어떤가요?”

“솔직히 말해 올라갈 수 있는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보통은 춘절 전에는 올라가게 되어 있지만 올해는 글쎄, 상하이 종합지수가 1개월간 3000포인트를 밑돌면 중소 은행은 도산 리스크가 생겨난다. 정말 골치가 아프다. 중국 경제는 이미 위험한 곳까지 와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의 ‘주가하락’ 걱정은 바로 그날로 현실화됐다.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2016년의 폭락’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는지, 이날부터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이것은 설날에 갑자기 발표된 제도로서 상하이종합지수가 전일 대비 5% 이상 떨어지면 시장을 15분간 멈추게 한다. 그리고 재개 후, 다시 7%까지 하락하면 그날의 거래를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이 서킷 브레이커가 전격 발표된 이날 아침부터 주가는 폭락을 계속해, 오후 1시12분에 벌써 5%를 밑돌면서 옐로카드가 나왔다. 그리고 1시 27분에 거래가 재개됐지만, 불과 6분 후인 1시33분에 레드카드가 나오면서 시장이 폐쇄된 것이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2016년 01호 공고’가 옐로카드 통지였으며, ‘2016년 02호 공고가 레드카드 통지였다. 연초부터 완전히 체면을 구긴 것이다. <텐센트(騰訊) 넷뉴스>는 속보로 “첫날의 주가는 6.85% 하락한 3296포인트로, 불과 하루 만에 1조 위안 가까이가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월 7일 목요일에는 오전 9시 반에 상하이시장이 열리자마자 12분 후인 9시42분에 옐로카드가 발령됐다. 그리고 9시 57분에 재개되자마자, 1분도 지나지 않는 동안의 하락 폭이 7.21%에 달해 레드카드가 나온 것이다. 이날 필자의 다른 베이징 친구는 자동차로 출근하는 도중에 심한 정체에 말려들었다. 그동안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격변’을 알았지만, 회사에 도착해서 PC를 열자 이미 시장은 폐쇄돼 있었다고 한다. “20분 늦잠을 자는 바람에 자동차 한 대 분의 손해를 입었다”고 분노했다고 한다.

애당초 서킷브레이커 제도는 중국 시장과 맞지 않는 정책이다. 왜냐하면 일단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1억8000만 명의 중국의 개인주주는 일제히 주식을 내던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제도가 있으면 매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 틀림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1월 7일 밤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내일부터 시행하지 않겠다”고 긴급통지했다. 이때만은 평소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는 중국 매스컴들도 ‘연구 10년, 실행 4일’이라고 빈정거렸다. 결국 1월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3539포인트에서 2737포인트로 23%나 하락했다.

국가통계국이 있어 행복하다?


▎파나소닉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는 중국인들. 올해 파나소닉은 중국 비즈니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징 TV 공장을 철수시켰다. / 사진·중앙포토
그러나 중국은 자신감 넘치는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있다. 1월19일에는 중국 국가통계국의 왕바오안(王保安) 국장이 연례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중국의 2015년 GDP 성장률은 6.9%에 달했다”고 당당한 어조로 발표했다. 왕 국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의 젊은 기자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성장에 대해서 많은 언론과 연구기관이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GDP성장 수치 진실성에 대해서 의문을 던져왔습니다. 그중에는 ‘중국의 진짜 GDP 성장률은 5% 이하다”라고 폭로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러한 의심에 대해 국가통계국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생각지도 못한 이 폭탄질문에 왕 국장은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색하고 대답했다. “우리들 역시 소위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중국의 GDP에 대해 자기 멋대로 떠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에는 상반된 두 가지의 주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하나는 지금 기자가 질문한 것처럼 국가통계국이 실제의 GDP 성장률을 부풀려서 발표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가통계국이 실제 GDP성장률보다 낮춰서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장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기자는 왕 국장의 이 같은 발언을 듣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날 중국에서 7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웨이신(微信=중국 판 카카오톡)’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롱이 퍼져나갔다.

“우리는 중국인으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하다. 왜냐하면 앞으로 중국경제가 점점 악화되어 재정부나 상무부 국가발전 개혁위원회 등이 ‘이제 항복한다’라고 손들어도 마지막으로 국가통계국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1월 26일 그 왕 국장이 ‘중대한 뇌물수수 용의’로 맥없이 실각해버렸다. “GDP 수치를 날조한 죄가 아닐까”라는 소문이 웨이신에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왕 국장이 기자회견에서 굳이 언급을 회피한 중국의 지방경제 상황 역시 심각하다. 1월 26일 오전에 열린 랴오닝성(遼寧省)의 제12기 인민대표대회 제6회 회의에서 첸쿠이파(陳求O) 성장은 지친 표정으로 “2015년의 랴오닝성의 GDP 성장률은 3.0%”라고 보고했다. 과거 23년만의 최악의 수치로 PPI(생산자 물가 지수) 역시 43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첸쿠이파 성장은 성장률이 주춤한 이유로서 기업의 생산 비용이 올라가고, 일부 업계와 기업이 경영난에 빠지고, 기술혁신은 따라잡지 못하고, 신흥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서비스산업 발전은 정체하고, 지역 발전 불균형으로 재정수입이 악화되고, 재정지출은 늘어나고, 국유기업은 경영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민간기업은 발전하지 못했고… 등등의 상황을 나열했다. 같은 동북 3성인 지린성(吉林省)과 헤이룽장성(黑龍江省)도, 경제 성장률이 전국 31지방 중 각각 28위인 6.5%와 29위인 5.7%에 그쳤다.

다음날인 1월 27일에는 산시성(山西省)의 제12기 인민대표대회 제5차 회의에서 리샤오팡(李小鵬) 성장이 역시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샨시성의 2015년 GDP성장률은 3.1%였다. 이 수치는 34년 만에 최악이다. 이미 성내의 8할의 자치단체가 공무원 급여를 지불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파탄이 차례로 발표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산시성의 거대 국유은행에 근무하는 필자의 한 친구는 “20년 이상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데, 생전 처음 겪는 불경기가 덮쳐오고 있다”고 대답했다.

산시성 경제악화의 최대 원인은 석탄 거품경제의 붕괴다. 필자는 5년 전에 산시성 전역을 1주일 정도 여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는 석탄 거품경제의 전성기였다. 산시성의 수도인 타이위안(太原)의 번화가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숍이 즐비했으며 석탄회사 사장들이 진한 향수냄새를 풍기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미인 호스티스를 대동하고 묻지마 쇼핑에 열중하고 있었다. 밤마다 ‘지하도박’이 성행했다고도 들었다. 당시 북부 산악지대인 다퉁시(大同市)까지 다녀봤는데 그곳에서는 고급 해산물요리가 한참 붐이었다. 놀랍게도 다롄항에서 이 산악지방까지 매일 공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것이 현재는 석탄은 생산 과잉의 상징이 되고, 가격 하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석유가격 하락과 클린에너지 시대의 도래로 인해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일본발(發) 세계 경제위기의 시작인가

그런데 이러한 중국 경제의 악화는 일본 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영향과 간접적인 영향이 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는 일본 전체의 20% 조금 못 미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對)중국 무역이다. 일본 업체의 중국 비즈니스가 순조롭지 않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의 철수·사업축소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파나소닉이다. 덩샤오핑에게 직접 요청을 받은 창업자 마츠시타 코노스케(松下幸之助)가 1979년 베이징에 TV공장을 세운 것이 첫 진출이다. 그러나 파나소닉은 일·중 비즈니스의 상징이라 할 베이징 공장을 지난해 9월에 철수시켰으며 이어 상하이와 산둥성 공장도 철수시켰다. 파나소닉뿐만 아니다. 많은 제조업체가 중국으로부터 철수·축소에 나섰다. 현재 일본 업체에 중국 비즈니스는 ‘거대한 기회’에서 ‘거대한 리스크’로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간접적인 영향이란, 중국경제의 악화→ 세계적 원유가격 하락→ 중동 부유층의 주식매도→ 세계 동시 주가하락이라는 흐름이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해 말에 1만9033엔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올해 들어서도 계속 하락해 1월 21일에는 1만6017엔까지 추락했다. 불과 20일 남짓 만에 3000엔 이상이 하락한 것이다.

그야말로 ‘봄날의 악몽’이다. 아베 정권의 방침으로 인해 일본인 연금(GPIF)의 약 25%를 주식 투자로 운용하고 있는데 이대로 간다면 일본인 연금이 공중으로 날아가버릴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돼 있는데 1월29일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민간은행으로부터 맡은 당좌예금의 금리를 마이너스로 하는 것이다. 시중에 나도는 현금을 늘리려는, 말하자면 ‘궁극의’ 금융완화 정책이다. 애초에 플러스 개념인 금리를 마이너스로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이런 방법까지 동원해도 주가가 상승하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도쿄·가부토초(兜町)의 도쿄증권거래소에서는 최근 ‘10시반의 공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상하이 시장이 열리는 10시 반이 되자마자, 상하이 시장의 폭락이 원인이 되어 도쿄 시장도 폭락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2월 15일에 발표되는 일본의 2015년 GDP성장률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1.4%로 밝혀졌고, 그 큰 요인이 중국 경제의 악화에 따른 것임에는 논의할 여지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이라고 하는 ‘거대한 용’이 만신창이가 되어 아시아 전체의 리스크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경제 붕괴가 일본 등 아시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세계경제 위기로 치닫는 것이 아닌지, 모든 경제 주체가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앞날을 주시하고 있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부편집장

201603호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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