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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특집] 모든 선거의 균형추, 충청권 

중원 패자(霸者)가 전국을 호령한다 

송충원 대전일보 정치부 기자 schungwon@hanmail.net
전통적 제 3당 텃밭에서 펼쳐지는 1여·2야의 삼국지 대선은 새누리당, 지방선거는 더민주 우세

▎2월 27일 대전 갑천 둔치에서 열린 ‘연축제와 함께하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정책선거 실천협약식’. 대전시 선관위 및 여야 3당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 사진·뉴시스
충청 표심은 역대 선거에서 늘 여야 정당의 승패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여야의 대결구도 속에 충청 민심이 기우는 쪽으로 권력은 이동했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 등 수도권 선거에서 여야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는 충청표는 늘 공략의 우선순위에 올랐다.

게다가 선거구 획정 결과 충청권에서 의석이 2석 늘었다. 영호남 의석수는 줄고 충청권은 증가함으로써 전체 의석에서 충청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덩달아 커졌다. 그동안 영·호남에 비해 표의 등가성 측면에서 홀대받던 충청권의 지위가 다소 회복됐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반응이다. 여야가 충청 표심에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20대 총선에서는 충청 정치권 주도권을 놓고 정당 간 한판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이번 총선은 과거 자민련, 자유선진당과 같은 충청권에 뿌리를 둔 정당이 부재한 상황에서 치러진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충청권이 여든 야든 특정 정당의 영향권에 편입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또 이번 총선이 차기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 선거’라는 점에서 대선을 앞둔 충청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보는 바로미터로 주목받는다.

충청권의 경우, 2012년 18대 대선에선 새누리당이, 2014년 지방선거에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현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강세를 보였다. 선거 때마다 각기 다른 정치세력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한 박근혜 대통령은 대전(49.95%), 세종(51.91%), 충남(56.66%), 충북(56.22%)에서 각각 과반 이상 또는 과반에 밀착한 지지를 받았다. 충청권 민심이 여권으로 다소 쏠린 결과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완전히 뒤집혔다. 대전·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을 모두 새정치연합이 쓸어 담았다. 대전 50.07%, 세종 57.78%, 충남 52.21%, 충북 49.75%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하며 처음으로 광역단체장 선거를 석권했다.

이번 총선 결과가 지역의 정치적 성향을 가르는 지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미세한 표차로 승부가 결정되는 대선일수록 충청의 표심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분구된 대전 유성, 천안에 후보자들 대거 몰려


▎국민의당은 2월 2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대전에서 열고 충청 민심 잡기에 나섰다.
당장의 관심사는 분구 또는 통합된 선거구의 민심 향배다. 유권자 구성이 달라진 까닭에 정당별 지지세도 변화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갑·을로 분구된 대전 유성구에선 도농 복합 지역인 갑 선거구에 특히 후보가 많이 몰렸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에서 각각 3명이 경선에 뛰어들었다. 또 다른 분구지역인 충남 천안과 아산도 마찬가지다. 천안의 경우 갑·을·병 선거구 모두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현역의원이 없는 갑 선거구에 예비후보들이 집중됐다. 아산 역시 20대 총선을 한 달 앞둔 3월 13일 현재 갑·을 선거구 중 새누리당 이명수(갑) 의원만 공천이 확정됐을 뿐이다. 충남에서 유일하게 합구 지역인 공주·부여·청양 선거구에서도 현역인 박수현 의원만이 일찌감치 더민주의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제 3당인 국민의당 선전여부도 충청권 총선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지난 2월 중앙당 창당대회를 대전에서 개최한 국민의당은 다른 지역보다 3당 체제의 선거에 익숙한 충청권에 기대를 걸어봄직하다. 만약 충청권에서 정치적 에너지를 흡입한다면 새로운 대안 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물론 반대로 충청 민심의 철저한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국민의당 충청권 주자들이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 견줘 인지도와 득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있어,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발굴하는 게 급선무라 하겠다.

충청권은 유력 인사들을 앞세운 정치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김종필 전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지사를 득표 전략에 활용하는 후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력 인사들에 기댄 득표활동이 역대 어느 총선보다 더 두드러졌다는 게 이번 선거가 갖는 한 특징이기도 한다.

충청권의 최대 격전지로는 단연 대전 중구가 손꼽힌다. 현역인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며 무주공산이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 중구에선 현역 의원의 소속 정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면접에 6명이 참여해 대전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는 최근 이에리사 의원(비례)과 이은권 전 중구청장의 경선을 치러 이 전 청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이달 초 진행된 공천 면접에는 이들 외에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비서관, 곽영교 전 대전시의장, 김세환 전 대전시티즌 사장, 신진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4명이 더 합류해 이곳이 대전 정치 1번지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더민주에선 이서령 중구지역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당초 대덕구에서 출마예정이었던 송행수 변호사의 출전이 확정됐다.

낙후지역 개발론이 대전 중구 표심 가를 듯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2월 24일 대전 서구 탄방동 메가박스에서 총선 승리 다짐대회를 열었다.
대전 중구는 낙후지역 개발 문제와 원도심 경제 활성화가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서대전역의 호남 KTX 무정차 결정도 지역 표심을 가를 변수로 등장했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고조된다면 3파전에 어부지리를 얻는 정당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각 후보도 지역 개발과 경제 분야 공약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으로 분구된 대전 유성갑(甲)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에서 강력한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어 예선과 본선 모두 최강의 승부가 예고되는 지역이다. 그래서 중구와 함께 가장 ‘핫(hot)’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2월 16일 대전 중앙시장 이벤트홀에서 새누리당 대전시당 주최로 열린 ‘현장정책 토크콘서트’.
그동안 유성은 보수 성향의 여당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최근 20년간 보수성향의 여당 후보가 단 한 번도 금배지를 단 적이 없기 때문이다. 1996년 15대 총선 이후 충청을 기반으로 했던 제 3당 자민련과 자유선진당이 각각 한 차례씩 승리를 나눠 가졌고, 나머지 세 번은 더민주(전신 포함)가 연거푸 이겼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14년 대전시장, 유성구청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대전시장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52.29%의 득표율(3만 739표)로 새누리당 후보(43.85%·2만 5777표)를 크게 앞섰으며, 구청장 선거에선 표차(새누리 58.97%, 새정치민주연합 37.30%)가 더 벌어졌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더민주의 경우 중진 이상민 의원(3선)이 유성을에 자리 잡으면서 유성갑은 정치 신인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했다. 유성갑에는 지리적 특성상 원주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보수표 결집이 유리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2014년 지방선거 이후 1만 명가량 새로 유입된 원신흥동 일대 유권자의 성향은 아직 한 번도 선거를 통해 표출된 적이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곳의 예선전은 여야 공히 3파전으로 진행됐다. 새누리당에선 현직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자 유성당협위원장인 민병주 의원과, 김문영 전 청와대 행정관, 진동규 전 유성구청장이 경선 주자로 참여했다. 더민주는 성공회대 교수출신인 이종인, 충남도 비서실장 출신인 조승래, 방송기자 출신인 최명길 등 3명의 예비후보가 공천 경쟁을 펼쳤다. 이 밖에 정의당에서는 강영삼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내고 활발한 선거전을 이어가고 있다.

천안은 분구를 통해 의석이 갑·을·병으로 하나 늘었다. 현역인 더민주 양승조 의원과 박완주 의원이 각각 병·을 선거구에 포진하면서 천안갑 선거구는 주인 없는 신천지가 됐다. 게다가 야세가 강한 천안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곳이 바로 천안갑이다. 새누리당이 당력을 집중할 게 자명해 본선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고된다. 천안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더민주 소속 충남지사와 천안시장이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그 격차는 크지 않았다. 제19대 총선에서도 야당이 이겼지만,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간 득표율 격차가 4.7%포인트에 불과했다. 야권이 박빙의 우위에 있지만 3파전으로 갈 경우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청주 상당 표밭 달구는 정우택·한범덕의 리턴매치

천안 갑의 경우 새누리당에선 김수진·도병수·박찬우 예비후보 간 경선이 뜨거웠고, 더민주는 이규희·한태선 예비후보가 공천권을 두고 맞붙었다. 국민의당은 이종설 예비후보가 본선을 준비 중이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충청 유일의 합구 선거구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선거구별 지지세가 뚜렷이 갈렸다. 공주에선 더민주 박수현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를 2291표차로 제쳤으나, 부여·청양에선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이 압승을 거뒀다. 성향이 상이한 두 선거구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균형추가 어디로 움직일지에 충청 정치권의 시선이 모아진다.

새누리당의 경우 현역인 이완구 의원이 불출마함에 따라 정연상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정책보좌관,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 홍표근 전 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 3명이 경선에 임했으며, 더민주에선 박수현 의원이 공천을 확정받고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상징성이 두드러진 세종시는 여야 모두 다양한 변수가 상존해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곳이다. 현역의원인 더민주 이해찬 의원이 공천 탈락하면서 여야 모두 눈독을 들이는 선거구다. 특히 세종시는 올해부터 자족 기능 유치와 성장 동력 확충에 초점을 맞춘 행복도시 2단계 건설사업이 추진된다. 저변에 흐르는 지역개발 기대심리를 끌어안는 정당과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건 자명한 이치다. 실질적인 행복도시를 만드는 공약 경쟁이 벌써부터 가열되고 있다.

충북 8개 선거구의 여·야 대진표 윤곽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당내 컷오프 결과를 놓고 반발이 계속된다. ‘충북의 정치 1번지’ 청주 상당구는 현역인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과 더민주 한범덕·국민의당 김우택 후보의 3파전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정우택·한범덕 후보는 2006년 충북 지사 선거에 이어 ‘리턴매치’를 치르게 됐다. 당시에는 정우택 후보가 59.66%의 득표율로 30.63%에 그친 한범덕 후보에게 승리했다.

3선인 더민주 노영민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청주 흥덕구는 새누리당과 더민주 모두 경선을 통해 공천자를 가리게 됐고, 청주 서원구는 더민주 오제세·국민의당 안창현 후보의 공천이 확정된 가운데, 새누리당은 경선을 통해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충주에서는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과 더민주 윤홍락 후보 간의 양자대결로 좁혀졌으며, 중부 3군(증평·진천·음성)은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과 더민주 임해종 후보가 단수공천을 받았다. 남부 4군(보은·옥천·영동·괴산)은 19대에 이어 새누리당 박덕흠과 더민주 이재한 후보 간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 송충원 대전일보 정치부 기자 schungwon@hanmail.net

201604호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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