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주기중 |
|
그렇지. 너무 높거나 깊으면 외로운 거다. 산이 가장 사랑한 생명은인간이거나 고래거나 코끼리였을지 몰라. 능선을 유연하게 넘나드는고래와 산 정상에 오른 코끼리 무리들이 일제히 코나팔을 불어아침을 깨우는 꿈 말야.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인간의 나약한발길도 진즉부터 품어주고 싶었는지 몰라. 저것 봐. 인간의 발길을완강히 거부하던 산의 모습이 아니잖아. 산 너머 저 멀리 안개구름속을 코끼리 떼가 걷고 있어. 사실은 바다보다 산이 더 대평원을꿈꿨을지 몰라.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싶었는지 몰라.최광임 - 2002년 <시문학> 등단. 시집으로 <도요새 요리> <내 몸에 바다를 들이고>가 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16년 EBS국어교재에 ‘이름 뒤에 숨은 것들’이 채택되었으며 대전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디카시> 주간, <시와경계> 부주간이며, 두원공과대학과 용인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