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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취재] 정치논리에 놀아난 국책사업 2題 | 30년째 ‘뜨거운 뇌관’ 새만금 

삼성·OCI 등 대기업 ‘투자 엑소더스’… 역대 대통령 새만금 공약 대부분 ‘말잔치’ 

글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사진 장정필 프리랜서

▎전북 부안군 계화면의 새만금 사업 지역에서 농지조성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새만금 호수 바닥에서 갯벌 흙을 펌프로 퍼올린 뒤 파이프로 이송해 육지와 방수제 사이를 채우는 작업이다. 이 사업에는 서울 남산 부피의 14배인 7억582만8000㎥의 토석이 필요하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33.9㎞)를 쌓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인 409㎢(토지 291㎢, 담수호 118㎢)의 국토를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 때문에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려왔다. 1987년 이후 29년간 부지조성 등에 3조7000억원, 방조제 물막이 공사에 2조9500억원 등 모두 6조7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전체 매립 예정부지(291㎢)의 19.8%만 매립을 마쳤다. 선거철과 정권 교체기마다 개발계획의 큰 틀이 바뀌고 투자 유치에 필수적인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이 진척되지 못해서다.

정부가 2014년 9월 확정한 새만금 기본 계획안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체 개발면적의 72.7%가 매립돼야 한다. 현재 속도라면 절반도 못 미치는 31%(90.5㎢)에 머무를 전망이다. 특히 새만금 내부 핵심 인프라인 십자형(十) 간선도로 중 가로 축인 동서2축 도로는 지난해부터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세로 축인 남북2축 도로는 착공조차 못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부담이 크다”며 착공 시점을 2020년 이후로 미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투자 유치를 약속한 기업들마저 속속 발을 빼는 ‘투자 엑소더스’ 조짐마저 보인다. 지난 5월부터 두 달 사이 삼성(7조6000억원)과 OCI(3조4000억원)의 투자 철회 규모만 11조원이나 된다. 2010년 방조제 완공 이후 6년간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도가 유치한 투자 예정액(14조6879억원) 가운데 4분의 3이 증발한 셈이다. 이에 앞서 LG CNS는 지난 2월 새만금 산업단지에 76㏊(23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스마트팜(Smart Farm) 단지를 건립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밝혔다가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보류된 상태다. “국내 온실의 20% 규모인 스마트팜에 뭘 심느냐에 따라 해당 농산물의 가격 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개발 속도가 더디고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새만금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전운(戰雲)이 감돌기도 한다.

개발공정 계획보다 밑돌고 기업투자 없던 일로

“2013년 삼성의 신수종사업단이 해체됐어요. 이미 그때부터 (새만금) 양해각서(MOU) 파기 우려가 있었다고요. 누구보다 먼저 확인했어야 할 새만금개발청이 지난 3년간 이 부분에 대해 전혀 확인을 안 했습니다. 적어도 2013년이나 2014년에 지금과 같은 ‘그린에너지 종합단지 사업’은 사업성이 없어서 철회하되 새만금에 대한 투자는 계속하겠다는 보도자료가 나왔어야 한다고요. 그랬다면 이런 논란은 없었습니다.”

6월 20일 전북도청 브리핑룸. 기자회견장은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에 대한 성토장(聲討場)으로 변했다. 저격수(?)는 전북도청 출입기자들이었다. 이 청장이 질문마다 핵심을 비켜가자 한 기자가 “그래서 청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이라며 면박을 준 것이다.

이 청장은 이날 “삼성 측이 MOU를 철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2011년 (MOU 체결) 당시 투자를 검토했던 풍력발전·태양전지 사업은 사업성이 없어 사업을 철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는 주력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중이고 앞으로 새로운 투자 계획이 있을 경우에는 새만금 투자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고 덧붙였다. 오는 2021년부터 5년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용지에 7조6000억원 규모의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 구축 의향을 밝혔던 삼성이 정부·전북도와 MOU를 맺은 지 5년 만에 ‘투자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 청장은 삼성 측 누구에게서 이 사실을 확인했는지는 함구했다. 더구나 본인이 직접 삼성 측 인사와 만나 확인한 게 아니라 과장급 부하 직원이 유선으로 연락을 받았다고 하자 가뜩이나 알맹이 없는 답변에 화가 난 기자들이 이 청장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은 것이다. 새만금 사업이 전북에서 얼마나 민감하고 폭발력 강한 ‘뇌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장면은 또 있다. 송하진 전라북도지사는 6월 29일 접견실에서 민선 6기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40분 넘게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성과를 설명하던 송 지사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 한 기자의 돌발 질문 때문이었다. “3월에 삼성에 친서를 보냈는데 답변을 아직 못 받았나? (못 받았다.) 언제까지 삼성 입을 쳐다봐야 하는 건지 앞으로 삼성과 관련해서 어떤 행보를 계획하고 있나?”

송 지사는 “삼성 문제는 오늘 답변을 조금 유보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삼성 측에서 면담 요청이 왔다”고 털어놨다. 다만 “버티고 있다”고 했다. “삼성이 조금 더 고민하게 만들고 조금 더 윤곽 있게 만나고 싶어서”라고 했지만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리라 생각은 안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통화는 비서실장이 했고(삼성 측은) 사장이라고만 들었다. 가능하면 두 달 내 만나서 결말을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송 지사는 2014년 7월 취임 초부터 “새만금은 국책사업인 만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전략적 모호성’을 택했다는 게 전북도 안팎의 분석이다. 정부 부처에서조차 ‘새만금 사업=전북 지역 사업’이라는 선입견이 굳어져 예산 배정 등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국가가 첨예한 이슈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위험 부담을 더는 외교 전략으로 주로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의 생존책이다.

새만금 사업은 태생부터 ‘정치적 산물’이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황인성 당시 농림수산부 장관이 건의한 사업을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호남 표심을 얻기 위해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노 후보는 그해 12월 10일 군산·전주 유세에서 새만금 사업을 대통령 공약으로 발표했다.

새만금 사업은 애초 식량 자급을 위한 농지 조성이 목적이었다. ‘새만금’이란 명칭이 정부 문서에 등장한 것은 농림수산부가 1987년 5월 발표한 ‘새만금 사업과 서남해안 간척농지 개발 계획’부터다. 정부는 당시 김제·옥구·부안지구를 통합해 새만금지구라 불렀다.

새만금은 노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통령 공약 코드 넘버 20-07-29’로 관리됐다. 지지부진하던 새만금 사업은 91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당시 신민당 총재의 영수회담에서 김 총재의 건의로 본격화됐다. 사업비 200억원이 확보된 데 이어 그해 11월 28일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 방조제 기공식이 열렸다.

‘새만금’은 호남의 곡창지대 명칭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지명이다. 옛 이름이 금만평야인 만경평야의 갯벌을 새롭게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새금만’이라 지었다가 원래 지명과 구별하기 위해 ‘새만금’으로 바꿨다는 게 정설이다. 이 명칭은 87년 11월 열린 관계장관 회의에서 황인성 당시 농림부 장관이 ‘새만금 간척사업’을 언급하며 처음 썼다.

‘정치적 산물’ 새만금


새만금은 91년 방조제 착공 이후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96년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로 바뀌자 새만금 수질오염 논쟁으로 번졌다. 환경단체는 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에 99년 1월 유종근 당시 전북도지사가 새만금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공사가 2년 넘게 중단됐다. 2001년 정부가 순차적 개발 방침을 발표하면서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재개했지만 시민단체 등은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법정 공방은 2006년 3월 16일 대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줄 때까지 4년 7개월간 계속됐다.

환경·종교단체 등은 “새만금 사업은 군사정권이 전북 지역 민심을 달래고 재집권하기 위해 급조한 사업”이라며 무효를 주장했다. 전북도와 농업기반공사 등은 “지난 10년간 1조 1385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되고 총 공정률이 66%에 달하는 국책사업을 중단하라는 것은 억지”라며 사업 추진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새만금 방조제는 91년 착공 이후 19년 만인 2010년에야 완공됐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는 2006년 4월에 끝났다. 착공 이후 26년이 지나면서 새만금 사업 비전은 글로벌 복합공간 조성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당초 농지 조성을 위한 사업이 동북아 경제특구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변화됐지만 사업은 크게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12월 당시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전북 발전카드로 꺼내든 이후 30년째 대선 단골 공약이다.

당시 노태우 후보가 도민 반발로 전주역 유세가 중단되자 코아호텔로 옮겨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 새만금 사업이다. 그는 기자 회견을 자청해 “새만금지구 대단위 방조제 축조 사업을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해 신명을 걸고 임기 내에 완성해 전북 발전의 새 기원을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논의 단계에서도 사업 타당성이나 예산 검토가 없었던 설익은 구상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실제 대통령 당선 이후 타당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착공 일정이 늦어져 방조제 기공식은 91년 11월 28일에야 열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대선 전 새만금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렸다. 92년 10월 말 민자당 후보 시절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선 필승 결의대회에서 “새만금 사업이 미미하게 시작된 게 사실이지만 대중국 교두보 및 서해안 시대 중심지 육성 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그해 12월 8일 전북 유세에서 “중국과의 수교로 환황해 경제권이 부각되면서 전북이 새로운 무역 전진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군산-전주를 잇는 신산업지대를 조성하고 새만금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민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 사업은 예산 부족에 시달리며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의 ‘말잔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만금 구상은 앞선 정부들보다 진일보했다. 97년 11월 말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시절 전북지역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새만금지구를 환황해 경제권의 생산·교역·물류 전진기지로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새만금 내부 개발 특별법 제정 ▷새만금지구 첨단산업지대 육성을 위한 복합산업용지로의 용도 전환 ▷새만금 신항만(2031년) 및 국제공항(2011년) 건설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새만금 사업은 국민의정부 때 처음 중단됐다. 1996년 시화호 오염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환경 단체들이 새만금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애초 새만금 사업에 부정적이었다.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인 2001년 3월 31일 청와대 오찬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새만금 사업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묻자 그는 “새만금 사업을 시작할 때는 갯벌의 가치와 중요성, 효용이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엔 갯벌을 오히려 복원하는 추세다”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2002년 11월 24일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로 전주를 방문한 자리에선 “새만금 사업은 단순한 농경지로의 개발이 아니라 환황해권 시대 중심지로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고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 사업은 환경·시민단체의 반발로 5년 가까이 법정소송에 휘말렸다. 그나마 새만금 특별법이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2월에 제정됐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 세계 경제 자유기지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 시절엔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새만금 경제자유구역 지정, 내부 토지개발 기본구상 변경안 확정, 새만금위원회 발족, 새만금종합실천계획안 최종 확정 등이 이 전 대통령의 공적이다. 하지만 그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건 ▷새만금 호반도시 인프라 구축(성토사업 조기 완공) ▷고군산군도 해양관광도시 조성 ▷새만금 고속도로(새만금-포항) 건설 ▷광역 부품·소재 산업벨트 조성▷신재생에너지 산업벨트 구축 ▷시범 조력발전소 건설 ▷만경강 전통뱃길 복원 등은 대부분 폐기됐거나 답보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10월 23일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에서 열린 시민 간담회에서 “새만금 사업은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이고 앞으로 식량위기 극복, 대중국 전진기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모든 힘을 합쳐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산의 안정적 지원 등 사업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새만금 개발 전담기구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박 후보는 “새만금 내부 매립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러면 수익성이 떨어져 민간사업자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영 개발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고 되도록 빨리 진행될 수 있는 방향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새만금 공약은 절반만 지켜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9월 새만금개발청이 발족됐고 지난해 7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 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국농어촌공사의 직접 개발방식은 민간대행 개발방식으로 후퇴했다. 가뜩이나 매립률 19.8%로 개발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박 대통령 스스로 새만금 사업에 악재를 안긴 것이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 더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새만금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추 의원은 6월 27일 전북 지역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 약속을 파기했지만 더민주는 정권 교체를 통해 새만금 신공항을 정책 비전에 포함시켜 약속을 지키겠다”며 “(새만금 지역을) 물류거점 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권 주자로 나선 추 의원이 전북 민심을 잡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추 의원은 같은 달 30일 “새만금 사업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국책사업이며 이를 마무리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반박했다. 실제 새만금 신공항은 올해 정부 예산에 사전 타당성 용역비 8억원이 반영됐다. 국토부는 ‘제5차 공항 개발 중장기 종합 계획(2016~2020년)’ 수립을 앞두고 새만금 일대의 항공 수요와 입지, 규모, 사업 시기 등을 점검한다.

새만금 신공항, 새로운 뇌관될라


▎2012년 5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전북 군산 신시도를 방문해 김완주 당시 전북지사로부터 새만금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박 대통령은 특별법을 개정해 새만금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전북도는 이런 논란은 아랑곳없이 새만금 신공항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6월 29일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새만금 공항은 기존의 땅이 아닌 ‘미래의 땅’에 만드는 것”이라며 “영남권 공항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못박았다. 그는 “새만금을 동북아 시대의 경제 허브로 만들기 위해선 신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새만금에 공항이 없다는 건 새만금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전남 무안과 충북 청주 등 국제공항이 있는 두 지역의 견제를 제일 걱정했다. 새만금 공항이 생기면 자연스레 두 공항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송 지사는 “영남권 신공항 같은 갈등을 막기 위해 새만금 신공항 입지 선정만큼은 철저히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해 당사자들이 두루 수용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3월 전북도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만금지구의 국내·외 대규모 기업 유치와 중국과의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위해선 새만금 국제공항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발언인 만큼 새만금 신공항은 내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뜨거운 쟁점으로 재부상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국책사업에 더 이상 정치권의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만만찮아 새만금 신공항이 실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기존 지방 공항도 운영난으로 문을 닫는 판에 청주·무안 국제공항의 중간에 있는 새만금에 또다시 공항이 들어서면 항공 수요 조달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여야와 중앙·지방 구분 없이 힘과 지혜를 모아 새만금을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차원에서 다루자”고 입을 모은다. 전북도 최재용 새만금추진지원단장은 “새만금은 사업 부지와 인프라가 얼마나 일찍 만들어지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이정전(환경계획학과) 명예교수는 “새만금 난맥상은 정치권이 마구잡이로 밀어붙인 결과”라며 “투자자들이 떠나는 최근 현상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발 용도와 예산 등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글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사진 장정필 프리랜서

201608호 (201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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