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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그림을 읽다’] 사계절의 정취를 그리다 

캔버스 위에서 막 오른 계절의 향연 

정여울 문학평론가
봄의 찬란함·여름의 강렬함·풍요로운 가을·스산한 겨울… 계절마다 간직한 고유의 지문을 색채로 묘사해
#1. 봄, 설렘을 그리다

계절의 정취를 그린 그림들은 아무리 보아도 물리지가 않는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매일매일 그려지는 계절의 지문은 하루가 다르게 시시각각 그 모습이 변한다. 봄여름가을겨울을 맞이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그림들은 매해 새로운 느낌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좀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모네가 연못 위의 수련을 몇 년 동안 지치지도 않고 반복하여 그렸던 이유 중 하나도 이런 감정이 아닐까 싶다. 자연은 아무리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으니. 그 비슷함 속에 항상 미묘한 차이가 있으므로. 하루의 일조량이 시시각각 변하는 동안에도 루앙 대성당의 모습은 천차만별의 차이로 달라지지 않는가. 연못 위에 비친 수련의 모습은 매시간,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달라질 때마다 각각 다르게 비춰지지 않았을까. 자연의 변화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바로 계절의 변화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꽃이 피고지는 봄날에는 간밤에 비만 내려도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다. 어느 날은 밤새 내린 보슬비에 목련이 다 졌을까, 어떤 날은 밤새 내린 폭우에 벚꽃이 다 떨어졌을까 걱정이 되곤 한다. 봄꽃이 얼굴을 내밀고 1년에 단 한 번 그 화사한 자태를 선보이는 기간은 워낙 짧기에 봄은 항상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당나라 시인 맹호연(孟浩然)의 ‘춘효(春曉)’는 봄꽃이 전하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예찬한다. “봄잠에 취해 새벽 오는 줄도 몰랐더니, 여기저기서 새들이 지저귀는구나, 밤새 세차게 몰아친 비바람 소리에, 떨어진 꽃들은 또 얼마나 될까.(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 딱 하룻밤 사이인데, 꽃은 몰라보게 피어나고, 새순은 몰라보게 돋아나며, 이미 피어난 꽃들은 ‘나는 간다’는 인사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가버린다. 봄날의 아름다움은 이 찰나의 절정을 아쉬워하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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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호 (201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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