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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허망한 유혹’ 정치 테마주의 실체 

청와대에서 지속적 관찰, 대통령 돼도 되레 ‘불이익’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2007년 17대 대선 때부터 열풍 시작, 19대 대선 1년여 앞두고 광풍 재현 조짐… 반기문·김무성·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정치인 이름 딴 ‘정체 불명주(株)’ 난무
정치 테마주를 둘러싸고 광풍 조짐이 인다. 그중 일부는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내년 대선 때까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테마주를 차단하기 위해 내년 12월까지 별도 대책반을 구성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그 대책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20대 총선에서 야당의 약진으로 문재인·안철수 테마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4월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안랩과 우리들제약의 종가가 보이고 있다.
보성파워텍.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도 이 회사의 이름 정도는 안다. 그리고 여기서 한 사람의 이름을 더 떠올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코스닥 상장사인 보성파워텍은 전력산업 관련 기자재를 생산하는 회사다. 매출은 1000억원쯤 된다. 영업이익은 최근 들어 가장 좋았던 2012년에 30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1970년 설립돼 이 업계에선 꽤 잘 알려진 중견기업이다.

그러나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길을 끌 만한 인수합병(M&A) 대상이었던 것도 아니다. 주요 증권사에서도 보고서 한 번 낸 적 없다. 수많은 코스닥 상장사 중 하나였던 이 회사는 2014년 10월 갑자기 세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반 총장의 동생 반기호 씨가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부터다.

주가가 급등했다. 1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연말까지 약 두 달 만에 4500원선까지 뛰었다. 반 총장이 대선 유력후보로 발돋움한 시기와 일치한다. 2014년 하반기부터 새누리당 친박계 내에선 ‘반기문 추대론’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4000원 전후를 오가던 주가가 다시 한 번 요동치기 시작한 건 반 총장의 방한(訪韓) 소식이 전해진 올 4월. 5월 말 반 총장의 5박 6일 방한 일정을 시장에서는 대선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과대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김종필 전 총리까지 만나고 간 마당에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여기에 반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중 지지율 1위라는 여론 조사 결과까지 더해지자 ‘반기문 대망론’에 불이 붙었다. 주가 역시 활활 타올랐다. 4월 중순부터 딱 한 달 사이, 4000원이던 보성파워텍 주가는 1만4000원까지 내달렸다. 이렇게 9월 초까지 보성파워텍은 반기문 테마주 중에서도 대장 역할을 했다.

18대 대선 때 주목받았던 박지만 회장의 EG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5월 안동을 방문해 유림(儒林)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이 열기는 ‘원인 소멸’과 함께 너무 쉽게 꺼져버렸다. 9월 8일 부회장 반기호 씨가 사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단 사흘 만에 정확히 반토막이 났다. 10월 7일 기준으로 보성파워텍 주가는 방한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과 비슷한 5400원까지 떨어졌다. 그사이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졌고, 종목 토론방엔 피눈물을 흘린 개인투자자의 한 섞인 목소리만 남았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정확히 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유력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 특정 종목의 주가가 출렁이는 건 꽤 오래됐다. 1980년대 유전 개발 관련주, 1990년대 정보기술(IT) 관련주가 그랬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엔 내내 대북사업 관련 종목이 주목을 받았다.

증권가에 본격적으로 정치 테마주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17대 대선 이후다. 16대 대선 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청권 수도이전’ 공약에 따라 충청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이 관심을 끈 일이 있었지만 규모나 기간 면에서 파괴력이 크지 않았다.

17대 대선은 정치 테마주 열풍이 개인투자자로 확산하는 기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녹색성장 공약에 관련 기업 주가가 선거 내내 출렁였다. 이 전 대통령 임기 중에는 자원개발 관련 종목이 이목을 끌었다. 2012년 18대 대선 때는 정책보다 후보의 개별 인맥과 연관된 테마주가 급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회장이 최대주주인 EG가 대표적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그가 창업한 안랩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2010년 이후엔 대선과 별개로 거물급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 테마주가 형성되는 경향도 강해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19대 대선을 앞두고는 테마주 형성 기간이 더 앞당겨졌다. 반기문 테마주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대략 2014년 하반기부터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쯤 지난 때였다. 그러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올 하반기부터는 ‘반기문 테마주’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보성파워텍이 사실상 테마주에서 이탈한 가운데 성문전자·광림·지엔코 등이 주관심대상이다. 성문전자는 콘덴서의 주 원자재 중 하나인 금속증착필름을 제조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이 반 총장과 가깝다는 설이 돌면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별다른 호재가 없었지만 주가는 이미 연초 대비 300% 가까이 상승했다. 지금도 반 총장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광림 역시 1월 4일 1515원이던 주가가 10월 7일 6280원까지 올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누적 영업이익이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회사지만 시가총액은 3000억원이 넘는다. 시가총액 순위도 코스닥 150위 내에 진입했다. 광림은 반 총장의 동생 반기호 씨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9월 초 반씨가 보성파워텍 부회장을 사임하면서 광림 주가 역시 급락했지만 사외이사직은 유지한다는 소식에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광림의 계열사인 쌍방울도 5~6월 한때 테마주로 묶이면서 급등했다. 소화기 제조업체 한창은 최승환 대표이사가 유엔환경기구(UNEP)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는 이유에서 꾸준히 주가가 오르고 있다.

지엔코는 비교적 최근 반기문 테마주에 편입됐다. 8월까지 주가가 2000~3000원대를 오갔지만 9월 7일부터 급등해 단 2주 만에 7500원까지 치고 올라갔다. 급격한 시황 변동에 따른 조회 공시 요구가 들어갔을 정도로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기를 감안할 때 보성파워텍에서 빠져 나온 개인투자자의 상당수가 지엔코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지엔코 장지혁 대표이사가 반 총장의 외조카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부터다. 의류·잡화 제조업체인 지엔코는 올 상반기 596억원의 매출과 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 밖에 일야·씨씨에스 등도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다.

지연·학연·혈연 등 다양한 인연 따라 엮여


▎여권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무성(가운데)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 4월 서울 관악을 재·보선에 출마한 오신환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들휴브레인과 우리들제약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의 대장 격이다. 이상호 우리들재단 이사장은 참여 정부 시절 고(故) 노무현 대통령 주치의를 맡은 경력이 있다. 두 회사는 이미 18대 대선 과정에서 주가가 크게 요동친 전례가 있다. 2012년 한때 우리들제약은 4000%에 달하는 공전의 회전율을 했는데 이는 주식 1주가 하루 동안 40번 이상 거래됐다는 의미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올해 들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초 3000원대였던 주가가 현재 1만10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고, 친문 성향의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되면서 분위기를 탔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창립 준비 심포지엄이 열린 10월 5일에도 주가가 6.25% 상승했다. 이날 발표한 정책 덕분에 치매 치료와 관련된 모나리자, 난임 치료 확대의 수혜가 예상되는 엠지메기록하기도드 등의 주가도 함께 상승했다. 같은 맥락에서 위노바도 장기간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물러났지만 이 이사장의 아들 이승렬 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그 밖에 서희건설·알루코·신일산업 등도 문 전 대표와 학연(경남고·경희대)으로 얽힌 테마주로 분류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테마주로는 안랩이 있다. 안랩은 안 전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경영에 손을 뗀 지 오래됐지만 지금도 안 전 대표가 최대주주(지분 18.57%)다. 안랩은 국내 보안 솔루션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진 회사다.

그러나 정작 주가는 실적과 무관하게 안 전 대표의 정치 역정과 맞물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월 28일 안 전 대표는 광주·전남 언론인들과 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 교체하라는 그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장소와 타이밍을 고려할 때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이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다음날 하루 만에 안랩 주가는 16.7%나 상승했다.

2011~2012년 사이 이미 벌어진 현상이다. 2011년 7월까지 안랩의 주가는 1만원에서 2만원 초반을 오갔다. 그러다 안 전 대표가 구체적인 대선 출마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8월에는 4만원대로 급등했고, 그 뒤 딱 한 달 만에 10만원 고지에 올랐다. 이후 16만원으로 상승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석달에 불과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출마를 포기하자 2012년 12월 4만원까지 급락했다. 써니전자와 다믈멀티미디어, 엔피케이 등도 안철수 전 대표와 관련이 있다.

그 밖에 대선 출마가 거론되거나 유력한 ‘잠룡’에 얽힌 테마주도 있다. 섬유업체 전방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 고 김용주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지금은 김 전 대표의 친형인 김창성 씨가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당의 얼굴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가던 2014년 중반부터 2015년 사이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최근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 전 대표와 사돈 지간인 유유제약·엔케이도 김무성 테마주로 알려져 있다. 토탈소프트와 모헨즈는 박원순 테마주, 한국팩키지는 남경필 테마주로 분류된다.

기업 실적과는 무관, 오로지 기대감에 의존


삼일기업공사는 20대 총선 이후 몸값이 뛴 유승민 의원과 엮인다. 이 회사 박종웅 대표가 유 의원과 미국 위스콘신대 동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일기업공사 주가는 3월 16일 2545원이었다가 단 열흘 만에 두 배로 뛰어 5200원까지 올랐다.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다. 삼일기업공사처럼 총선 직전인 3월 위스콘신대 출신이 대표나 임원으로 있는 회사는 줄줄이 ‘유승민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사업과 연관된 회사가 테마주로 묶인다. 한국선재가 대표적이다. 오 전 시장이 과거 추진했던 지하 대심도 터널 건설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다. 4월 13일 20대 총선 개표 직전까지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당선이 유력해 보였다. 3000원 초반이던 한국선재 주가도 1월 이후 내리 올라 3월 말 5850원까지 상승했다. 당선 이후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담겼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이 낙선하자 4월 14일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현재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해비단뱃길 조성계획 관련 경인아라뱃길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 진흥기업,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는 누리플랜 등도 비슷한 사례다.

정치 테마주의 특징은 주가 상승의 이유가 기업의 실적이 아닌 알 수 없는 기대감이라는 점이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뚜렷한 실체는 없고, 특정 정치인과 혈연과 학연·지연으로 얽힌 특정 ‘인물’만 관심의 대상이다. ‘A가 대통령이 되면 A의 사촌동생인 B가 경영하는 C의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란 식이다.

상황이 이러니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올랐다가 친인척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급락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간혹 벌어진다. 9월 중순 반기문 테마주로 꼽힌 파인디앤씨·SC엔지니어링 등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반 총장의 친인척이 대표인 자산운용사가 이들 종목에 투자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 자산운용사 반기로 대표가 친인척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인디앤씨 주가는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테마주 투자 과열 양상에 최근엔 이런 내용의 사설 정보지(속칭 찌라시)가 돌기도 했다.

“한국전력, 에쓰오일, CJ CGV, 오뚜기, 샘표도 반기문 테마주다. 서울 집에서 한전 전기를 쓰고, 생가 근처엔 에쓰오일 주유소가 있다. 휴일날 가끔 오뚜기 카레를 해먹고, 가까운 친척 집 주방엔 샘표간장이 있다. 반 총장 조카의 처제의 아들이 가끔 CGV에서 영화를 본다.”

물론 농담이지만 웃어 넘길 일만은 아니다. 정치 테마주가 실제 기업가치와 무관하다는 건 이미 입증됐다. 17대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이 전 대통령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을 개발하는 ‘4대강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약 20조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소식이 오랜만에 들려왔으니 건설업계로서는 대형 호재를 맞은 셈이었다.

특히 수중공사 능력을 보유한 이화공영·삼호개발 등의 주가가 폭등했다. 2006년 말까지 2000원대에 머물던 이화공영 주가는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2007년 12월 6만 7300원까지 상승했다. 1년 만에 30배 넘게 오른 것으로 역대 그 어떤 테마주보다 파괴력이 컸다.

그러나 거품이 빠지는 속도 역시 빨랐다. 다음달 3만원대로 추락한 이화공영 주가는 이후에도 쭉 하락해 이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던 2012년 12월엔 1695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회복했지만 지금도 3000원선에 머문다. 삼호개발·동신건설 등 다른 테마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비정상적 과열은 곧 식기 마련


▎지난해 3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미래연구소’ 창립식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부터)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18대 대선 테마주 중에선 EG가 대장 역할을 했다. EG는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이 최대주주(지분 25.95%)인 회사다. 산화철 등 산업용 재료를 생산하는데 매출은 1000억 원대다. 잠잠했던 EG 주가가 본격적으로 출렁인 건 2011년 이후다. 박 대통령이 여당의 대선 후보로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다.

1만대였던 주가가 연초부터 3만원대로 오르더니 선거전이 시작된 2012년 초엔 8만원 고지에 올라섰다. 그러나 선거 이후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6월엔 1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 사이 EG의 실적은 큰 변동이 없었다. 선거 전 막연한 기대감에 오르다가 선거가 끝나면 하락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정치 테마주의 과열 조짐에 2014년 1월 금융감독원은 ‘루머보다 실적, 정치 테마주 그 후 1년’이란 자료를 발표한 적이 있다. 18대 대선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2012년 6월 1일부터 대선 이후 1년이 지난 2013년 12월 20일까지 정치 테마주로 알려진 147개(코스피 38개, 코스닥 109개) 종목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정치 테마주는 후보 경선이 끝나고 출마 선언이 이어졌던 2012년 9월 19일까지 기준일 대비 62.2%나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급락해 대통령 선거 전날인 12월 18일엔 기준일 대비 0.1%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8.6% 상승했고, 코스닥지수도 2.3% 올랐다. 대선이 끝난 후에는 2013년 3월~5월 사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활동과 연계된 루머가 형성되면서 주가가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소재가 사라지자 급락해 2013년 12월 20일 주가 상승률은 기준일 대비 4.0%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3.4%)을 약간 상회했지만 코스피지수 상승률(8.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분석기간 동안 개별 종목의 평균 주가는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한 2012년 9월 19일 대비 48% 하락했다. 이중 6개 종목은 80% 이상 하락했다. 특히 A사의 주가는 한때 주당 3640원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2013년 12월 20일 388원까지 떨어졌다. 하락률이 무려 89.3%에 이른다.

투기꾼들이 즐겨 했던 대표적인 ‘홀짝 게임’

2012년 9월까지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내실 없는 급상승(62.2%)이었는지 잘 드러난다. 2012년 결산 또는 2012년 9월 반기 결산에서 적자를 기록한 79개 종목은 39.2% 상승했지만 흑자였던 68개 종목은 상승률이 23%에 그쳤다. 실적이 나쁜 회사의 주가가 더 많이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과열은 식기 마련이다. 이들 실적 부진 종목은 최고점을 찍은 이후 급락해 2013년 12월 20일 주가상승률이 기준일 대비 -6%에 머물렀다. 반면 흑자 종목은 10.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선 이후와 비교해도 정치 테마주 투자는 실익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금감원은 대선 직후(2012년 12월 20일)에 투자한 것으로 가정해 정치 테마주와 투자수익률 상위 150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 변화를 살폈다. 정치 테마주는 7.8% 상승에 그쳤지만 투자수익률 상위 150개 종목은 88.3%나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정치 테마주는 자기자본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이 상장사 전체 평균보다 항상 낮았던 반면 투자수익률 상위 150개 종목의 자기자본이익률은 상장사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루머나 테마를 믿고 ‘묻지마’식 투자를 한 투자자보다 실적을 신뢰한 투자자가 훨씬 큰 수익을 얻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들 147개 정치 테마주 중 무려 49개 종목(33.3%)에서 불공정거래 혐의가 적발됐다. 총 66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47명에게 고발 등 엄중 조치가 내려졌다.

물론 정치 테마주라도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기를 잘해서 수익을 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을 감안한다면 개인투자자는 추세를 뒤따를 가능성 역시 크다. 하지 말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지만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엔 ‘비상식’과 ‘탐욕’이 판친다. 결국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대선 테마주를 ‘홀짝 게임’에 비유한 적이 있다.

“과거 한국의 투기꾼들이 즐겨 했던 대표적인 홀짝 게임이 바로 대선 테마주다. A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면 그와 개념적으로 묶어둔 주식이 오르고, B후보가 스캔들에 걸려 낙마할 것 같으면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식이다. 시간이 흐른 뒤 대선 테마주는 ‘누가 당선됐는가’와는 별개로 결국 내재가치로 주가가 수렴했다. 당선 가능성이라는 홀짝을 맞추려고 달려든 사람들 중 과연 수익을 낸 투자자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대선캠프 출신의 한 정치인은 “공개적으로 (테마주를) 부정할 경우 주가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고 피해자들은 해당 후보 지지 철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테마주들은 청와대에서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되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201611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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