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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의 어드벤처(10)] 니깝의 아이러니-관념의 모험과 퇴행에 관한 문명론의 단상 

붉은 노을 진 사막, 그 황홀한 정적을 가르는 라이플 

김미루 사진작가
이방의 속박을 유행으로 반기는 베두인 여자들…서구의 무기 들고 사막의 야생을 말살하는 남자들

베두인들은 본시 사냥도 하고 육식도 즐기는 종족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인이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듯 많이 먹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라평 미국인은 으레 아침에는 소시지나 베이컨을, 점심에는 샌드위치용 고기를, 저녁에는 닭고기나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는다. 별 의식 없이 삶의 전체를 고기로 도배질해놓고 휘트니스클럽을 다니며 가장 문화인인 척하는 것이다.

베두인들은 본시 사냥도 하고 육식도 즐기는 종족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인이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듯 많이 먹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라! 평균적으로 미국인은 으레 아침에는 소시지나 베이컨을, 점심에는 샌드위치용 고기를, 저녁에는 닭고기나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는다. 별 의식 없이 삶의 전체를 고기로 도배질해놓고 휘트니스클럽을 다니며 가장 문화인인 척하는 것이다.

베두인이 염소를 잡는 것은 매우 특별한 계기에만 행하는 제식이다. 두 번의 중요한 이슬람의 휴일인 이드 알휘트르(Eid al-Fitr: 라마단이 끝나는 날 행하는 단식의 종료 축제)와 이드 알아드하(Eid al-Adha: 아브라함이 그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하자, 그의 신앙심을 확인한 신이 염소를 대신 잡게 한 데서 유래한 축제), 그리고 아주 특별한 손님이 왔을 때 염소를 잡는다. 염소 한 마리의 분량은 한 가족이 다 소비하기에는 너무 많다. 그래서 가족이 먹기도 하지만, 못 사는 이웃이나 친지들에게 고기를 나누어준다. 그러한 습속이 제식으로 규정돼 있다.

내가 8월 19일, 아우데의 집안잔치에 참여한 축제는 바로 라마단의 종료를 기념하는 이드 알휘트르였다. 아우데는 그 축제를 설명하면서 그것이 “무슬림 크리스마스”에 해당된다고 했다. 아마도 크리스마스와 같은 큰 할러데이라는 뜻이겠지만, 라마단은 무함마드가 꾸란의 계시를 받은 것이고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태어난 사건이므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인정하지 않는 무슬림의 입장에서 양자는 동일하게 논의될 수 없는 것이다. 하여튼 “무슬림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이 풍기는 패러독스의 신랄함에 나는 낄낄거리며 홍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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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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