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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새로운 기술엔 새로운 자유가 필요하다 

 

문상덕 기자

중국 공안당국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해 신장위구르 주민 250만 명을 24시간 추적·감시해온 사실이 지난달 폭로됐다. 한 보안 전문가가 당국과 협력관계에 있던 IT업체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주민들의 동선 정보를 발견하고 언론에 알렸다. 위구르족은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 분리 독립 성향이 가장 강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공산권이라 가능한 일일까. 미국 역시 자국민과 우방국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전화 감청, 이메일 해킹을 감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2007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전직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관련 기밀문서를 폭로하면서 정체가 드러났다. 진영을 막론하고, 사생활의 자유란 공공안전 앞에 이렇게 무력하다. 자유는 생명을 다한 걸까.

저자는 자유를 재해석하는 데서 답을 찾는다. 16세기 이후 홉스와 벤담을 거쳐 자유주의가 형성되면서 자유가 “개인의 선택에 대해 간섭을 받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는 ‘불간섭 자유’로 좁혀졌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주인이 노예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를 자유롭다고 볼 순 없다는 이야기다. 안면인식뿐 아니라 지문·홍채인식 등 쏟아지는 신기술이 공공안전과 편의를 말하지만, 결국 정보를 모아 쥐는 쪽은 분명하다.

저자는 자유를 ‘자의적인 지배를 받지 않는 상태’로 넓게 정의한다. 자유는 단순히 현관문 걸쇠를 내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공선을 앞세워 현관문을 뜯어내버리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자유의 넓은 개념에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구상이다. 미래사회는 미래기술만으로 성립되는 게 아님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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