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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절대 따르지 말라” 

한경환 중앙SUNDAY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커리어 자산은 대담한 계획 아닌 작은 노력 모여 축적
제대로 일하는 것이 좋아하는 일 찾는 것보다 중요해


▎열정의 배신 / 칼 뉴포트 지음 / 김준수 옮김 / 부키 / 1만5000원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겁니다. 아직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해서 찾아보세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2006년 6월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에게 한 연설이다. 이른바 ‘열정론’을 편 것이다. 자기가 가진 직업에서 행복을 얻으려면 열정에 맞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열정론의 요체다. 어찌 보면 진부할 정도로 당연시되는 문구가 돼 버렸다. 우리는 용기 있게 자신의 열정을 따르는 이들을 높이 평가해야 하고 반면에 안전한 길에 순응하는 겁쟁이들을 동정해야 한다고 배운다. 전통적인 사무직은 애초에 글러 먹었으며, 스스로 독립하려면 열정이 필요하다는 책들이 넘쳐 난다.

그런데 칼 뉴포트 조지타운대 컴퓨터학과 교수가 지은 [열정의 배신(So Good They Can’t Ignore You)]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열정을 절대 따르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명연설을 한 잡스도 ‘사실은 자신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열정을 따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제대로 일하는 것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잡스는 서구 역사와 댄스를 연구했고 동양 신비주의 사상에 빠져 있었다. 스탠퍼드대 1학년을 중퇴한 뒤 한동안 괴짜 생활을 하다 인도로 영적 여행을 떠났다가 본격적인 수행을 했다.

IT나 기업 운영에 열정을 가진 사람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행보였다. 애플 설립 몇 달 전까지만 해도 IT 경험이 일천했다. 그 후 잡스는 조립식 컴퓨터 회로판을 디자인해 이윤을 남기고 완제품 컴퓨터를 만들어 큰돈을 벌었다. 만약 잡스가 자신이 사랑하는 일만 추구했다면 ‘IT 황제’에 비해 평범하기 이를 때 없는 젠[禪]센터 강사에 그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 뉴포트는 “열정론은 틀렸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비결은 뭘까. 사람들은 그 답을 찾고 싶어 한다.

“누구도 당신을 무시하지 못할 실력을 쌓아라.”(스탠드업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

“음악계엔 테이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실력은 숨기지 않는다.”(뮤지션 마크 캐스티븐스)

뉴포트는 여기에 답이 있다고 주장한다. ‘세상이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묻는 이른바 ‘열정 마인드 셋’에 반대한다. 대신 ‘내가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에 답하는 ‘장인 마인드 셋’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좋은 직업의 특징으로 창의성·영향력·자율성(자기통제) 등 세 가지를 든다. 좋은 직업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은 그 직업의 희소성과 가치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희소하고 가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장인 마인드 셋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실력을 ‘커리어 자산’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얻은 커리어 자산은 ’꿈의 직업을 만드는 묘약’인 자율성을 획득하는 데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권유한다.

[열정의 배신]은 단지 성공에 이르기 위한 이론적 자기계발서에 그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벤처 투자자, 뮤지션, 작가, 농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만나 생생한 사례를 중심으로 논리를 풀어나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층 의미 있고 멋진 일을 할 수 있는 실질적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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