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동북아 정세] 미·중 마찰의 ‘핵’, 화웨이 생산기지를 가다 

“5G전쟁? 우리는 6G를 달린다” 

글·사진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곳곳에 ‘고난’, ‘분투’, ‘희망’ 등 전의를 다지는 구호 나붙어
“중국은 그 자체가 세계… 안드로이드, ARM 없이도 독자 생존”


▎MWC 2018 화웨이 부스. 화웨이는 공격적인 R&D 투자와 특유의 기업문화를 토대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사진:화웨이
확실히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스파이 기업’ ‘악의 제국’ ‘중국 공산당의 앞잡이’ ‘인민해방군 기업’…. 미국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 테크놀로지를 향해 수많은 수식어를 달아 비난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필자는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화웨이 본사와 둥관시 쑹산호(東莞市 松山湖)에 있는 연구개발본부를 방문했다.

화웨이 본부는 선전시 북부의 통칭 ‘반텐’(坂田)이란 지역에 자리했다. 동서 1.6㎞, 남북 2㎞ 정도의 넓은 부지는 11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예컨대 A구는 창업자인 런정페이 CEO의 오피스 겸 VIP 영빈관, 사원 식당동 등으로 쓰이고 남측의 반은 리뉴얼 중이었다. B구는 경영·재무동과 도서관으로, C구는 데이터센터, D구는 오피스동으로 기능한다. E구는 연구개발센터(둥관시 쑹산호로 이동 완료), F구는 본부 건물 및 전시 센터와 사원식당, G구는 이전 생산부문(최근 쑹산호로 이동)으로 활용된다. 또 H구는 오피스동, J구는 연수센터, K구는 호텔 등의 용도로 알려져있다. 특이하게도 11개 구역의 하나로 분류된 I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이유 또한 명확하지 않다. 화웨이 본부 주변은 개발이 한창이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부 중앙에는 남북으로 오화(五和)대로가 가로지른다. 이 대로를 뺀 나머지 길에는 중국과 세계의 과학자들 이름을 붙였다. 장형(張衡)로, 가선(稼先)로, 진평(陳平)로, 충지(沖之)대로, 벨로, 퀴리부인로 등등. 여기에다 사내로 들어가는 출입문은 일부 얼굴 인증 시스템이 도입됐으며, 앞으로 모든 출입문을 얼굴 인증 보안으로 바꿔 간다고 한다.

5만 명이 일하는 거대한 오피스군에 고층 건물이 달랑 2동밖에 없다. 모든 건물은 단층 구조이다. 사옥을 고층 건물로 만들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 불필요한 시간을 들이고,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낳는다는 게 창업자 런정페이 CEO(74세)의 기본 생각이다.

화웨이가 처한 현실과 5G 시대의 미래를 화웨이 직원들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졌다. 5G의 전문가인 공급자·마케팅부의 린종란(林崇然, 입사 14년차)씨와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린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양어장 물고기의 체온과 모습을 AI가 파악


▎30동의 고층 아파트에 5만 명의 직원 가족이 거주하는 화웨이 사택 단지.
화웨이는 5G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우리 회사는 2015년부터 ‘4G는 생활을 바꿨지만 5G는 사회를 바꾼다’를 표어 하에 5G 코어칩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을 ‘5G 상업화 원년’으로 삼고 1월에 자회사인 하이실리콘(海思)에서 ‘Balong5000’을 발표했다. 이는 획기적인 멀티 모드의 칩세트로, 5G 단독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2G~4G 위에 5G를 구축할 수도 있다. 특히 4G에서 5G로 전환시 손실을 없애고 4G 위에 5G를 구축하도록 한 것이 포인트다. 이에 따라 현재 전 세계 10만 곳 이상에 5G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5G에서는 제휴사들과 어떤 개발을 하고 있나?

“아주 많다. 예를 들면 ‘5G+8K’의 개발을 BOE와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다(BOE는 1993년 베이징에서 창업한 세계 최대의 액정 패널 제조업체로, 2018년 국제 특허 신청 건수는 1813건으로 세계 7위에 올랐다). BOE와 함께 ‘무(無)에서 유(有)로, 유에서 대(大)로, 대에서 강(强)으로’를 슬로건으로 해서 110인치의 세계 최대 8K 텔레비전을 개발했다. 알다시피 일본의 소니와 샤프는 100인치 이하밖에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NHK가 내년 여름의 도쿄 올림픽에서 8K방송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5G의 8K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과 함께 꼭 우리 회사 제품을 쓰기 바란다.

이외에도 5G를 사용한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분야에서도 화웨이는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VR과 AR은 영화나 여행 등의 분야에서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일본의 로봇 기술 일인자인 가와사키 중공업과도 제휴하고 있다.

5G를 구사한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장이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해진 시간에 일정량의 먹이만 주어졌다면, 지금은 ‘5G+4K+얼굴 인증’ 기술에 따라 물고기 한 마리 한 마리의 체온과 모습을 AI가 파악, 필요한 때에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양의 먹이를 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기술로 인간의 노동력을 줄이고 먹이 최적화를 꾀함과 동시에 연어 양식은 획기적 진보를 이뤘다. 현재 5G 양식장 비즈니스의 60%가 중국, 40%는 해외이지만 앞으로 양적으로 크게 발전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5G 기지국도 관심을 끌고 있다던데.

“세계의 기지국 발전은 그동안 2G 위에 3G를, 3G 위에 4G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4G와 5G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4G 위에 5G를 구축하지 못하는 부분이 단점이었다. 5G 기지국에서는 64TRX(트랜시버=송수신기)을 사용하고 있으며, 송신과 수신으로 총 128개의 선을 사용하고 있다. 타사 제품의 경우는 대형 트럭이 아니면 운반 불가능한 용량이다. 하지만, 우리는 ‘직간’(直簡, 지극히 심플) 콘셉트로 간다. 재료를 철저히 재검토하고 경량화하며, 케이블이 필요 없는 마이크로 통신하고, 4G 기지국의 5G화를 성공시킨 것이다. 이른바 4G에 5G의 모자를 씌운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용량과 경량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용량은 불과 40KG와 20KG의 두 타입으로, 배낭에 넣어서도 충분히 운반할 수 있을 만큼 경량화되었다. 기지국의 조건은 국가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예산·인원·스페이스 등의 사정으로 더 이상은 새 기지국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EU는 도로 폭이 좁고 중량에 대한 규제도 무척 까다롭다. 하지만, 배낭에 넣어서 사람이 짊어질 수 있는 무게라면 아무런 규제에도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제휴처인 CCTV로부터 5G 기재의 경량화를 주문받아 700g까지 경량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덕분에 세계로부터 ‘화웨이는 마법사’라고 불린다(웃음).”

5G를 사용한 IoT(사물인터넷)는 어디쯤 와 있나?

“IoT에 관해서는 사물 속에 넣는 모뎀 칩(모듈) 한 개당 가격이 10달러 정도였던 것을, 화웨이는 3달러 이하로 낮췄다. 이로 인해 IoT의 보급 속도가 빨라졌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지난해 10월 모바일 단말기 전용의 AI칩 ‘어센드310’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이는 해외 기술에 의지하지 않는 화웨이 첫 AI칩이다.

올해 1월에 발표한 서비스 기기용 칩인 ‘쿤펑920’은 ‘타이산2280 ARM서버’를 기초로 하고 있다. 7 나노를 실현하여 1개의 칩에 32TB(테라바이트)가 들어간다.

5G 시대의 AI 전력 소비량은 엄청나다. 그래서 얼마나 불필요한 부분을 줄여가는가 하는 ‘절약 기술’이 포인트다. 그건 바로 화웨이가 가장 잘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어쨌든 중국의 14억 시장은 문제가 없다”


▎5만 명이 일제히 식사할 수 있는 화웨이 사원 식당의 일부.
미국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통에 구글의 OS안드로이드와 ARM의 CPU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ARM은 CPU 지적 재산권의 약 9할을 보유하는 영국 기업으로 2016년에 소프트 뱅크가 인수했다) 이로 인해 ‘화웨이 부도설’까지 난무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우선 분명히 해 두고 싶은 것은, 우리가 미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우리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기술에 경의를 표하고, 많은 미국 기업과 지금까지 제휴해 왔으며, 앞으로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우리를 포위하더라도 5G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전 세계의 5G는 화웨이가 없이는 꾸려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5G 기술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코스타리카와 한국에서도 시작됐다. 다만 화웨이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과 5G에 도달하지 못한 아프리카는 제외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사용계약이 향후 갱신되지 않는다 해도 OS는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계속해 사용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해외 전용의 G메일, 유튜브, 구글맵 등의 앱에 관련된 문제이다. 앱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을 경우 EU 등의 해외에서 사용자가 줄어드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중국 국내는 구글 앱을 탑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 2010년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열을 이유로) 중국에서 나가면서 중국 독자적인 앱이 개발되었다.

ARM에 관해서는 우선 지금까지의 기본적인 권리는 반영구적인 계약이라서 중단될 수 없다. 다만 향후의 갱신되는 기술은 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날을 대비하여 스스로 대체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

어쨌든 중국의 14억 시장은 전혀 문제가 없다. 화웨이는 중국 내 5G 정비만으로 매우 분주하다. 우선 중국 대도시와 연안부에 대한 5G 구축의 피크는 2021년이다. 7월에는 중국 내에서 5G 스마트 폰인 ‘Mate X’도 발매한다. 2만 위안(약 300만원) 이상의 고가이지만, 분명히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구글과 ARM에 관해서는 다른 화웨이 관계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보충 설명을 들었다.

“애초부터 우리는 안드로이드에 필요 이상으로 의지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안드로이드의 효율이 그리 좋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OS의 20% 정도를 자체 개발했을 정도다. 현재 안드로이드를 대신할 수 있는 독자적인 OS ‘훙멍(鴻蒙)’을 개발 중으로, 2019년 가을에 발표할 예정이다.

ARM과의 계약을 부연하자면, ARM은 외부 기업과 2종류의 계약을 체결한다. 하나는 ARM의 기능을 상대에게 사용하게 하고, 문제가 있으면 ARM이 해결하는 ‘ARM 의존형 계약’이 있고, 또 하나는 ARM이 외부 기업에 권리만 주고, 추후에는 상대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가는 ‘비의존형 계약’이다. 화웨이가 ARM과 맺고 있는 계약은 후자로, 자사에서 지속적으로 기술을 응용·개발해 가고 있다. 따라서 ARM과의 계약이 갱신되지 못한다고 해도 피해가 크지 않다.”

“타사가 IoT 논의할 때, 화웨이는 실천하고 있다”


▎유럽 12도시를 본뜬 쑹산호에 작년 여름 건축된 연구개발센터는 2만5000명의 연구자를 수용할 수 있다.
이어서 F구의 사무실 빌딩 1층에 있는 ‘인더스트리 솔루션즈’를 찾았다. 앞선 취재가 마이크로한 화웨이의 5G의 세계였던 것에 비해, 이곳에서는 화웨이의 5G를 구사한 매크로한 스마트시티의 미래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건물 입구에는 “이 1초가 전 세계 1만 개 생산 라인의 생산 효율을 높인다”고 쓰여 있었다. 역시 런 CEO의 말이다. 이하 중견 간부인 왕모씨와의 일문일답이다.

화웨이의 5G 스마트시티 구상의 특징은?

“스마트시티를 인체에 비유한다면, 개개의 세포에 해당하는 것이 IoT이다. 우리는 ‘타사가 IoT를 논의할 때, 화웨이는 이미 실천하고 있다’를 표어로 한다. 즉, 세계의 스마트시티 건설의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 선전 둥관뿐 아니라, 화웨이의 8만 명의 연구자는 세계 36개의 연구 센터, 1500개의 실험실에 흩어져 있으며, ‘포천 글로벌 500’에 들어 있는 211개사가 우리 파트너다. 그리고 이미 세계 160개 이상의 도시에 스마트시티를 건설 중이다. 솔루션 파트너는 1000개 이상, 서비스 파트너는 3600개 이상, 채널 파트너는 2만여 개에 달한다.”

현실에 구현된 스마트시티의 사례가 있나?

“가장 가까운 예는 지금 우리가 있는 선전시 룽강구에서 2014년부터 화웨이가 건설하고 있는 스마트시티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지역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청 내에 있는 대형 모니터에서 어떤 지점을 가리키면 그곳의 경제(지역경제총량이나 물가 등), 공공안전(인간의 흐름에 대한 수량이나 영상·화상 등), 유통(교통상황 등), 환경(기후나 온도·습도 등), 민생(생활 모습), 공공서비스 등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날마다 버전을 업그레이드한다.

또 2015년부터 선전 시청과 협력해 스마트정부를 위한 작업도 시작했다. 호적부터 납세, 각종 신고까지 모든 시청 업무를 통합, 시청 직원도 시민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 밖에도 스마트 교육은 교육의 질적 향상과 통일화를 꾀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베이징에 있는 칭화대 카리스마 교수의 수업을 전 세계 어디서나 받을 수 있다.

스마트 의료에서는, 원격 의료와 의학 빅 데이터의 수집이 가능하게 된다. 자신의 신분증 안에 내장된 건강 데이터를 사용해 자택에서 혈압을 측정하거나 뇌나 심장의 스캔 화상을 계측할 수 있게 된다. 또 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좀 더 정확한 의료진단과 건강 방법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이외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가.

“스마트항공, 스마트철도, 스마트운수, 스마트배달 등을 전 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 10대 공항 중 베이징·싱가포르·파리·두바이의 4개 공항에서 화웨이가 주축이 된 스마트공항을 구현 중이다.

스마트철도는 철도 시스템 전체를 조율하고 철도 레일의 상태나 온도 등을 24시간 점검하고 있다. 만일 이상이 있으면 경보가 울리도록 한다. ‘중국 중차’(中国中車: 세계 최대 철도차량업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스마트 전선은 삼성, 오라클, 중국남방전망(中国南方電網)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금융 융합 데이터베이스와 금융클라우드를 발전시킴으로써 모바일 접근과 핀테크 분야도 크게 바뀔 것이다. 이 분야에서도 우리는 선구자다.”

다음날 오전, 선전시 북교에 위치한 둥관시의 쑹산호에 있는 화웨이의 연구 개발 본부를 찾았다. 선전의 화웨이 본사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45분, 직선거리로 약 50㎞ 이동한 거리에 있다.

2층짜리 공장들이 마치 떼구름처럼 연이어 늘어서 있었다. 공장이란 거기서 무엇을 생산하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도록 가급적 눈에 띄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 일본계 기업인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초록 풍경 속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이 공장들은 이를 실천이나 하듯 외부 사진촬영마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제일 앞쪽에 세워진 거대하고 기다란 체육관 같은 공장은 스마트폰 P30시리즈의 최종 공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P30 시리즈는 “iPhone을 넘어섰다”고 한 최신 기종이지만, 일본에서는 2019년 5월 하순 발매를 앞두고 미국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림으로써 갑자기 발매가 연기된 아픔이 있다.

정밀 요하는 부분은 일·중 협업 불가피


▎중국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부를 방문한 필자.
1층 현관 로비에는 ‘以奮闘者為本, 長期艱苦奮闘’(분투를 토대로 오랜 고난을 싸워나가자)라는 ‘분투’가 2차례나 사용된 표어가 내걸렸다. 물론, 런정페이 CEO의 말이지만 현재의 P30시리즈가 처한 상황을 상징하는 듯하다.

2층으로 올라가 탈의실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구두 위로 비닐을 씌웠다. 스마트폰과 카메라 가방 등 소지품 일체를 그곳에 맡겼다.

드디어 문을 열고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120m나 되는 일직선의 공정 라인이 펼쳐져 있었다. 입구에는 다시 런 CEO의 말이 걸려 있다. ‘一個最大的破産是絶望, 最大的資産是希望’(최대 파산은 절망이며, 최대 자산은 희망이다). 정말 철학자 같은 경영자다.

공장 간부가 생산 라인에 대한 개요를 설명해 줬다.

“스마트폰 제조 공정에는 재료(부품) 제조, 주판 조립, 완성이라는 3개 공정이 있지만 이 라인에서는 주판 조립과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다. SMT(표면실장공법) 공정이다. 공정은 직선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서 이렇게 있다. 모두 11개 라인으로 되어 있고, 공원(작업원)은 하루 2번(12시간×2회) 교대제다. 1회 작업에 17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나머지는 모두 로봇이 작업한다. 공장 1층은 86명 체제로 좀 더 규모가 크다.

라인 하나에서는 스마트폰 1개당 28.5초 이내로 공정을 마친다. 이 라인의 하루 생산 개수는 2400개. 하나의 공정을 마치면 반드시 인간이 눈으로 보고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불량품은‘不接収, 不製造, 不流出’(전 공정에서 받지 않고 만들지 않고 다음 공정으로 보내지 않는다) 원칙에 따라 그 자리에서 솎아낸다.”

화웨이는 직원들에게 일하면서 느끼는 사소한 개선 사항이라도 제안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직원들의 제안을 회사는 바로 실천한다. 업무효율이 개선된다면 ‘개선 달인’ 칭호를 주고, 특별 보너스도 내준다. 최근 일 년 정도 이미 총 36명의 ‘개선 달인’이 탄생했다고 한다.

화웨이 공장에서 발견한 두 번째 특징은 화웨이의 스마트폰이 수많은 다른 기업과의 협업제품이라는 것이다. P30의 카메라 부분에 소니의 센서를 사용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공장 내의 기계류나 로봇 또한 협업인 것이다.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계에는 ‘Auto Man’ 마크가 달려 있었다. 그 이외에는 각각의 제조사 마크가 붙어 있다. 예를 들면, 주판에 부품을 붙이는 주요 공정은 Auto Man 로봇이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 보면 가장 정밀함을 요구하는 로봇의 핸드 부분은 미쓰비시 전기의 제품으로 바꿔 붙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조립 공정의 몇 개의 중요한 부분에서, 아이치현의 로봇 메이커 ‘FUJI’의 로봇을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독일제 기계 등도 있었지만, 공장 내의 중·일 협업 현상은 현저했다.

전날 본사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화웨이라는 회사는 세계 최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이 있다면 세계 어디에 있든 협업하려고 한다. 그리고 돈을 아끼지 않고 최고의 제품 만들기에 힘쓴다. 바로 세계 최대의 ‘아메바 기업’인 것이다.

또, 화웨이는 ‘발명하는 회사’가 아니고 ‘고안하는 회사’이다. 스마트폰을 발명한 것은 미 애플사이지만, 화웨이는 그것을 극한까지 고기술화하고 효율화했다. 그래서 2019년 1분기에서 마침내 iPhone을 앞지른 것이다. 환언하면 20세기 후반에 일본 기업이 갔던 길을 21세기 현재는 화웨이가 가고 있는 셈이다.

‘발명’ 아닌 ‘고안’하는 회사

이어 공장 지역에서 차를 타고 15분 거리에 있는 둥관(쑹산호)의 연구개발본부 ‘계류배파촌(渓流背坡村)’으로 왔다. 도착한 곳은 ‘파리역’이었다. 런정페이 CEO는 이곳 쑹산호 호반에 유럽의 12개 도시를 모방한 거리를 만들었다. 12개 도시는 옥스퍼드·룩셈부르크·브뤼셀·프라이부르크·부르고뉴·베니스·파리·그라나다·볼로냐·하이델베르크 등등이다. 이곳은 바로 런정페이의 디즈니랜드였다.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센터를 만들겠다는 오랜 꿈과 이상을 체현한 도원향이다.

나는 파리·베니스·하이델베르크·볼로냐·그라나다를 둘러봤다. 그중 파리의 중심 건물은 베르사유 궁전을 연상시키는 5층 건물로, 내부 인테리어는 흰색으로 통일돼 있었다. 각 연구자에게는 넓은 방이 주어져 있었으며, 창밖으로 다른 도시나 호수를 조망할 수 있다. 저마다 독특한 취향으로 꾸며진 인테리어 회의실도 보였다. 5층은 호화로운 샹들리에가 달린 연구자들의 살롱으로, 무도회도 열린다. 무료 스포츠센터까지 갖춰져 있었다.

여기서 도대체 무엇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것인가? 화웨이의 관계자는 하나같이 “기업 비밀”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호화로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던 이스라엘인 연구자들로부터 힌트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텔아비브에서 홍콩을 경유해 화웨이에 온 지 2주일이 된다. 화웨이와 함께 차세대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 5G가 아니라 그 이후의 일이다. 연구 내용을 상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한마디로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안경 속에 넣는 연구다. 이것이 완성되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고, VR(가상 현실)에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5G의 세계가 이제 겨우 시작되고 있는 마당에, 화웨이는 ‘디즈니랜드’에서 이미 6G의 연구 개발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은 트럼프 정권과 강력한 동맹관계에 있다. 트럼프 정권의 화웨이 때리기가 이렇게 격화된 상황에서 철수해야 하지 않을까?

그 연구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트럼프 정권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한 것 같다. 이런 짓을 해도 미·중 모두 승자가 없는 싸움이다. 또, 화웨이를 때리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질서를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지, 화웨이가 나쁜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내 경험상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화웨이는 베이징이 아닌 세계로 눈을 돌린 아주 훌륭한 회사다.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고, 나 역시 화웨이와의 공동 개발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이스라엘 기업이나 연구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틀 동안 화웨이의 심장부를 둘러봤다. 미국의 공격으로 오히려 화웨이 내부 결속이 강화되는 것 같았다. 15년 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공룡’으로 변한 화웨이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201907호 (2019.06.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