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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장래 어두울수록 ‘예쁜 몸’ 집착한다 

 


▎불안사회/에른스트 디터 란터만 지음/이덕임 옮김/책세상/1만3800원
한국뿐 아니라 선진국·후진국을 망라해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점증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공통 원인은 결국 삶의 위태로운 조건들일 것이다. 당장 예상치 않은 비용이 어디서 발생할지, 내 옆에 앉은 동료와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현실이 방증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인들은 자존감·자립감·자기가치감이 떨어지는 위기를 겪는다.

‘아노미아’라는 개념도 등장한다. 아노미아는 사회에 대해 느끼는 외로움·소외감, 그리고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을 통칭한다. 아노미아를 느끼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사회 속에서 낯섦과 무소속감, 집을 잃은 듯한 상실감까지 경험한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유일한 수단은 ‘몸’이라고 설명한다. “몸을 통제함으로써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운명의 형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삶의 자신감을 얻는 것이다.” 피트니스 중독이나 채식주의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이 밖에 이방인 혐오와 폐쇄적 주택단지 등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최근의 사회 현상도 고찰한다.

저자는 사회적 불안이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민사회로 나가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상의 규칙과 의미에 지친 현대인들이 ‘위대한 하나’의 사회가 아닌, 모든 사람이 보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작은 사회’에 더 만족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개선된 시민사회로 사람들을 이끌 액션플랜이 무엇인지에 관해선 공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불안사회’라는 추상적 담론을 일반 대중이 관심 가질만한 친근한 사례로 설명한단 점에서 미덕이 있다.

- 박호수 인턴기자

201912호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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