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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토로]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의 核 김기현 전 울산시장 

“중대 사유 있으면 선거 자체 무효화해야” 

“지방선거 앞두고 울산·창원·양산·사천 한국당 후보 줄줄이 수사”
“개인 비리 아닌 헌정질서 파괴한 선거 공작, 특검으로 밝혀달라”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정국을 흔들고 있다. 사건의 실체를 두고 관련자들의 폭로와 반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슈의 중심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있다. 그는 이 사건을 ‘정권 차원의 공작선거’로 규정하고 자신을 그 희생양이었다고 주장한다. 2019년 12월 6일 월간중앙과 만난 김 전 시장은 두 시간에 걸쳐 절절한 심경을 피력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여권의 기획”이라고 주장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김 전 시장은 요즘 거의 매일같이 울산과 서울을 오간다고 했다. 국회에서 대책을 의논하고, 언론을 통해 청와대에 날을 세우고 있다. 이날 오전, 검찰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자연스레 송 부시장에 대한 대화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김 전 시장은 송 부시장을 두고 “처세에 능하고, 정치적 욕구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고 돌이켰다.

송병기 부시장의 공직생활은 어땠나?

“송 부시장은 심완구 시장(1, 2대 울산시장, 한나라당 탈당 후 새천년민주당 입당) 때 6급 계약직으로 들어왔다. 계약직 공무원이 3급(부이사관, 광역단체 국장급)까지 승진한 것도 대단한 일인데 경제부시장까지 했다. 그를 발탁한 심 전 시장은 송철호(현재 울산시장) 캠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고, 인사에도 영향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송 부시장은 국장만 6~7년쯤 했다. 일반직 공무원도 그렇게 오래 한자리에 있지 못한다.”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의혹에 대해 이미 울산시민이 다 아는 얘기였다고 주장한다.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나도 몰랐는데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처음에 터진 이슈가 열 가지였다. 그중에 아파트 인허가 건이 있었다. 김모 씨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 구형을 받아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 사람이 내가 시장이 된 뒤부터 온갖 곳에서 수십 건 이상 진정서 형태로 냈다고 한다. 그걸 가지고 내사를 시작했다. 울산경찰청 A 경위가 조사했는데 죄가 안 된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 뒤에 수사팀이 교체된 건가?

“그렇다. 죄가 안 된다고 보고한 A 경위를 내쫓고 울산경찰청 지능수사대의 B 경위에게 맡겼다. B 경위는 현재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얼마 전 김모 씨가 언론 인터뷰한 걸 보니 수사팀 교체를 자기가 요구했다고 하더라. 경찰 간부가 제보자(김씨)에게 전화해서 ‘다시 시작하자, 우리가 성실히 수사할게’라고 했다는 거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내가 어제들은 정보로는 김씨가 자기 입으로 B 경위가 고발장을 써줬다고 했다더라. 여러 명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직접 들은 얘기다. 이렇게까지 공작하고 조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운하 울산 온 뒤 ‘김기현 내사’ 시작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019년 12월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 / 사진 : 경상일보 제공
그런 일들이 황운하 청장이 부임하고 나서 벌어진 일들인가?

“처음에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3개 팀 16명이었다. 황운하가 오더니 수사시스템 혁신 명분으로 일선 경찰서 수사 인력을 청으로 모았다. 그래서 울산청 광역수사대가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 인력의 3분의 2가량이 내 수사에 투입됐다.”

황 전 청장 혼자 그렇게 하기엔 부담이 상당히 클 텐데 이해가 잘 안 된다.

“정황을 짐작케 하는 일이 있다. 2017년 10월경 당시 정부에 몸담은 여권 유력 인사가 공무로 울산에 온 적이 있다. 이때 울산롯데호텔에서 비공식적인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이 유력 인사와 잘 아는 지역 인사 C씨도 이 자리에 있었다. C씨가 유력 인사에게 ‘황 청장 잘 부탁한다’고 했더니, 유력 인사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이게 챙길 겁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가 엄지를 들었으면 누구겠나. 최고위층의 오더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김 전 시장의 주장에 대해 유력 인사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그는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울산을 내려간 적은 있지만, 황 전 청장, C씨와 따로 식사한 적 없다”고 했다. 또 “엄지를 들고 그런 말을 한 적도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시장은 이에 대해 “근거가 있다”고 재반박했다.

“당시 이 유력 인사의 행사를 마치고서 현직 시장인 내가 만찬을 청했다. 그런데 다른 일정이 있다며 거절하더라. 정부 고위 인사가 지방에 오면 지자체장이 만찬을 베푸는 건 관례다. 조금 불쾌하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그날 저녁이었을 거다. 유력 인사의 발언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한참 전 C씨와 직접 통화했던 모 인사가 알려준 내용이다. C씨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통화가 녹음된 파일도 있다. 아마 검찰에 제출됐을 거다.”

“송병기 말고도 정보 제공자 더 있을 것”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이 2019년 12월 9일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총선 출마 채비를 본격화했다.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청와대는 여러 차례 해명과 반박을 통해 개입 의혹을 부정했다.

“우선 청와대의 말과 송병기 부시장의 말이 다르다. 청와대는 송 부시장이 문모 행정관을 통해 SNS로 간단하게 정리만 해서 넘겼다고 하는데, 거꾸로 그는 문 행정관이 자료를 달라고 요청해서 보내줬다고 주장한다. 그것부터 일단 충돌한다. 두 사람이 대화한 SNS 기록을 공개하라는데 공개를 안 한다. 송 부시장이 동의해야 공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 그렇다면 오히려 내 동의가 필요한 것 아닌가? 두 사람이 나눈 SNS의 허위사실 때문에 명예가 훼손된 건 나다. 나는 공개에 찬성한다. 떳떳하다면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

정보원 관리를 위해 SNS로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할 수는 있지 않나?

“그건 정보 공유 차원의 문제고, 이것은 처벌해 달라는 진정을 대리 전달한 것이어서 성격이 다르다. 일종의 고발장이나 다름없는데 누가 그런 걸 카톡으로 전하나. 그것도 자기들(청와대) 관할도 아닌 선출직 광역단체장에 대해서 말이다. 평범한 사람도 그렇게 하진 않을 거다. 만약에 거기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 있으면 당연히 정식으로 접수해야 한다. 그런데 그걸 SNS로 했다는 건 접수 대장에 남길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할 이유 말이다.”

송병기 말고도 정보 제공자가 더 있을 수 있나.

“여러 명일 거다. 민주당 당원도 있을 수 있고. 누군가 자료를 수집해서 일목요연하게 문서를 만들고 하달을 한 것이다. 그것도 정식 문서가 아닌 자기들끼리 SNS나 쪽지로 주고받았을 거다. 또 전화로도 보고했을 테고. 그걸 다 취합하고 보고하는 과정에 울산경찰청의 경찰관이 개입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에 울산 경찰의 고위간부가 직접 관여했단 말도 들었지만 아직 확인 중이어서 실명은 공개하지 못한다.

송철호 시장이 그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가?

“일화가 있다. 내가 처음 시장 선거에 나가면서 의원직을 그만두고 2014년에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그때 기호 1번이 한국당, 2번이 민주당 임모 씨였다. 송철호는 당시 5번 무소속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이 기호 5번의 흰 선거용 옷을 입고 송철호 손을 잡고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했다. 자기 당 후보를 두고 말이다. 황당한 일 아니냐. 결국 송철호는 이때도 낙선했다.”

문 대통령이 2014년 7월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송철호 당시 무소속 후보의 지원 유세를 벌인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기호 5번 송철호’가 적힌 유세용 조끼를 입고 송 후보와 동행 유세를 펼친 사진도 남아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내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낌새 같은 건 없었나?

“전혀 없었다. 첫 압수 수색이 들어온 게 레미콘 건이다. 그건 나와 전혀 관련도 없는 내용이었다. (당시 울산시 비서실장과 도시국장이 지역 업자의 청탁을 받고 아파트 건설현장에 지역 업체 레미콘을 납품하도록 했다는 직권남용 및 뇌물 수수 혐의) 내가 비서실장한테 이게 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조례(울산시 지역건설산업 발전에 관한 조례)와 업무 지침에 따라서, 그것도 자기가 직접 한 게 아니라 레미콘 조합 이사장으로부터 민원을 받고서 담당 국장과 의논해보라고 연결해준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고 하더라. 확인해보니 그 말이 맞더라. 오히려 그걸 안 하면 감사를 받고 의회에서 지적사항이다.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해 무시했다.”

동생이 아파트 인허가 문제로 연루된 사건도 있었다.

“앞서 말한 김모란 건설업자가 내 동생과 형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걸었던 건데 전혀 걸릴 게 없었다. 돈을 주고받은 적도 없었고 하니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다. 또 하나가 무슨 헌금 관련된 건데 턱도 없는 얘기다. 그건 고발한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그래서 수사한단 말 듣고도 10년 내내 수사해봐라, 내가 뭐 죄지은 게 있나 하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압수 수색이 들어왔다는 거다. 3월 16일이었다. 내가 공천 확정된 날이다. 곧바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레미콘 건은 내가 오히려 포상해야 할 일이라고. 실제로도 다 무혐의로 끝났다. 황당한 일이었다.”

당시 사건을 지휘한 울산지검은 2019년 3월 박모 비서실장과 이모 도시국장 등을 증거 불충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에 반발해 재지휘를 건의하는 등 갈등을 벌였다. 검찰은 95쪽의 불기소 결정문 대부분에 걸쳐 이례적으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경찰 수사 과정 비판하며 무혐의 처분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을 보니 경찰 수사가 무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이 봐도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거다. 지역 업체를 이용하라는 건 조례상으로도 그렇게 돼 있고, 허가조건에도 붙인다. 아예 전담 부서를 만들어 5급 사무관이 관내 기업체들을 다니면서 권장하기도 한다. 경찰 논리대로 하면 울산시 공무원 조직이 직권을 남용한 불법 조직이 되는 셈이다.”

검찰에서 경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고 감을 잡았던 걸까?

“검찰에 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해줬다. 우리가 황운하를 고발해서 검찰이 이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을 때, 당시 울산지검장이었던 송인택 검사장(현재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이 사표 쓸 생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만큼 부담이 컸겠지만, 소신을 갖고 수사한 게 결국 자료가 축적되면서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실제 선거에 영향이 있었나?

“판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압수 수색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다. 수사 상황이 거의 매일 언론에 보도됐다. 오늘은 누굴 소환했다, 오늘은 무슨 조사를 했고 향후 계획은 이렇다… 심지어 어느 방송에선 사기꾼 김씨를 등장시켜서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그 과정에서 나와 내 주변인 누구에게도 제대로 반론의 기회를 준 적이 없고 확인한 적도 없었다. 이의제기하려고 해도 선거철이라 워낙 바쁜 데다 온 동네에 경찰이 수시로 들이닥쳐 방어할 틈이 없었다. 매일매일 뉴스가 쏟아지고 허위사실을 유포해대고. 저쪽은 100명이고 난 혼자 싸우는데 무슨 배짱으로 이기나.”

결국 무혐의로 불명예는 벗었다.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사건이 일단락된 뒤에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이 울산에 내려왔다. 이 청장이 뭐라고 했느냐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철저하게 수사해라’, 이런 말까지 했다. 이게 지역 언론에 보도도 됐다. 그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는데 시민들이 뭐라고 생각했겠나.”

우호적인 여론은 없었나?

“이번에 진실이 차츰 드러나니까, 당시 우리 캠프에서 자원봉사하시던 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 그때 열심히 선거운동했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마음에 걸렸다고. 사람들한테 김기현 찍어 달라고 하면서도 자기 스스로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수사가 아니었다면 당선됐을 거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도 내가 40% 넘게 지지를 받았다. 시장 재직할 때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를 6번 했는데 그중 5번을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에 1등, 한 번 2등 했다.”

청와대에서 기획했다면, 언젠가 문제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닐까. 공수처를 만들면 민정수석실이 직권남용하던 걸 합법적으로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 저들 스스로 위험한 짓을 너무 많이 했으니 (덮으려고) 공수처에 더더욱 매달리려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아빠 죄 없지” 딸의 말에 눈시울 붉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야당이 임명하는 특검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단지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공권력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기엔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

“내 생각에는 민주당이 기획한 큰 그림이 있었다고 본다.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중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TK)은 포기하고, 부·울·경을 먹으면 TK를 고립시킬 수 있다고 봤을 거다. 그런데 부·울·경 중에서 울산은 난공불락이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 비상수단을 써야겠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근거가 있는 추론인가?

“지방선거 당시 실제로 경남하고 울산을 중심으로 여권 유세가 집중됐다. 부산은 이미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울산과 마찬가지로 경남 사천, 창원, 양산에서 한국당 후보에 대해 경찰의 공개적인 수사가 이어졌다. 창원도 공천 발표한 날 후보를 피의자로 소환한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이다. 프로그램화된 부·울·경 공략 전술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보자. 낙선한 뒤에는 어떻게 지냈나?

“선출직이란 게 운이 맞으면 되기도 하고, 안 될 수도 있다. 떨어진 거 자체가 아프긴 해도 수용 못 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건 내 명예를 다 짓밟아버렸다. 김기현이란 사람의 명예를. 그냥 떨어진 게 아니라 부정부패한 인물로 낙인을 찍었다. 내가 살아온 평생을 부정당했다.”

가족이 많이 힘들었겠다.

“최근에 일부 진실이 밝혀지고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뒤에 딸이 저녁에 식사하면서 입을 열더라. 자기 친한 친구한테 ‘우리 아버지 죄 없는 거 맞지 않느냐’고 큰소리쳤다고 한다. 막 신나서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얼마나 심적 부담이 컸을지.”

딸의 얘기를 꺼내는 김 전 시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목소리가 떨렸다. 경찰과 여권을 언급하는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 분노가 서렸다.

“그 배후세력들이 남의 집안을 얼마나 망가뜨려놨는지. 얘들은 역사에 죄를 지은 거다. 씻을 수 없는 죄! 동생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지금도 약을 먹는다. 아무 죄도 없는 동생을 구속영장까지 청구해서, 영장은 기각됐다고 해도 전국적으로 방송을 타고 나갔다. 얼굴에 모자이크도 안 한 상태 그대로. 조그맣게 자기 사업하던 사람인데 사업이나 사람과 관계가 다 망가졌다. 그동안 겪었던 심적 고통, 정신 치료, 누가 보상해주나. 황운하가? 어차피 보상 못 해준다. 대신 똑같이 당해야 한다. 내가 눈을 뜨고 있는 한 그 사람 절대 용서 못 한다. 배후세력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무너뜨린 사람들이다. 어떻게 선거를 이토록 공권력으로 짓밟을 수 있나.”

선거무효소송을 하겠다고 했는데, 승산이 있다고 보는 건가?

“선거무효소송을 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선거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소청하고 소청에 불만이 있으면 다시 소송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선거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하라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선거 마치고 14일 안에 사유를 밝혀내 자료를 취합하고 변호사 선임하고 준비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검찰 외풍 거세질 것… 특검으로 실체 밝혀야”

선거 무효보다 선거법 자체의 문제를 고쳐보겠다는 건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유가 있을 때 선거 자체를 무효로 하고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건 공권력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선거를 조작한 거다. 선거 끝나면 그만이란 식은 안 된다. 그래서 반드시 결론을 내려고 한다.”

법리적으로 가능할 거라고 보나?

“당연히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조항이 1996년에 만들어졌는데, 지금까지 공권력이 직접 개입해서 선거를 조작한 적이 없었다. 좌우를 떠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고쳐져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리라 생각한다.”

특검으로 넘기자는 말이 민주당 안에서도 나온다.

“찬성한다. 대신 특별검사는 야당이 임명해야 한다. 그동안에도 특검은 야당이 계속 추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그랬고,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 관련 드루킹 수사 등이 그랬다.”

특검에서 더 밝혀져야 할 게 남아 있나?

“물론이다. 그래서 저들은 악착같이 막을 거다. 과연 현재의 검찰이 그걸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검찰이 힘없는 야권 인사인 김기현을 봐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반대로 사건을 덮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디까지 버틸지, 또 그의 실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모르겠다. 손발 잘리고 나면 더더욱 하기가 쉽지 않을 거다. 그래서 야권이 임명한 특검을 해야 한다는 거다.”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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