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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코로나19에 직면한 한국 재계의 역할 

사회가 요구하기 전 먼저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위기에선 이익 극대화보다 공익적 책무 우선
중소기업과 협력·협의 통해 공생 모색도 필요


▎현대자동차그룹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3월 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경북지역 의료진을 위해 홍삼 4000여 세트를 지원했다. / 사진:희망브리지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신음하고 있다. 검사자·확진자·사망자가 확산하면서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한 감염증의 확산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를 지나 유럽·아메리카·오세아니아·아프리카 대륙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여전히 생산·소비·투자·수출입 등 여러 방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사회·교육·문화에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이전에 대면 위주의 사회였다면 비대면 위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하고, 4차 산업의 변화에 따라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기존의 경제학에서와 같이 이익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면서도 사회적인 책임과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경제주체로서 역할 강조돼


▎2월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T타워에서 직원들이 건물 방역에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2월 들어 기업들의 사회공헌 기부금 쾌척, 협력사 지원, 현물 제공도 본격화했다.

삼성그룹은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고 의료진을 파견했으며 협력사 긴급 자금 2조6000억원을 지급했다. 또 중소기업에 직원을 파견하고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마스크 생산을 대량으로 늘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협력사에 1조원, 노인복지시설에 마스크 4만 매를 보탰고, SK그룹은 협력사에 1100억원을 지원했다. LG그룹은 기숙사와 생활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고 협력사 대상 무이자 대출 규모를 확대했다. 한화그룹도 생활치료센터 제공, 마스크 15만 매 기부, 보험료 유예 등 코로나19 극복 노력에 동참했다.

이러한 대기업 상생 노력은 예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왔으며, 코로나19로 보다 저변이 확대됐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이익 대비 기부액인 기부율이 0.05~1.36%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금액으로 보면 10억원에서 300억원에 이른다. 재난에 대한 경제주체로서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기부하는 이유는 전략적 자선으로서 활동,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 활동, 기업의 정당성 확보 및 유지를 위한 활동, 최고경영자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 정치적 동기, 사회적 책임 등 복합적이다.

기업이 사회적인 책무를 다할 때,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증명된 바 있다. 개별 기업 단위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도 새롭게 주목받는다. 외부 환경이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상황일수록 새 기회를 추구하고, 혁신적인 사고 및 행동을 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인이 각광받는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도 한층 더 부각된다. CSR은 기업의 이익 창출을 넘어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사회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기도 하다.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거나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발생 가능한 여러 이슈에 대해 법적·경제적·윤리적 책임을 다해 기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련의 경영활동을 포괄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CSR을 기업과 사회와의 상생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업의 행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른 의미로 직원·가족·지역·사회 및 사회 전체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기업의 의지라고도 정의된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좁게는 가족, 회사 내 직원의 만족부터 넓게는 지역 및 사회 전체로 확산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이 줄지만 고용과 임금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직원을 뽑는 행위도 사회적 책임으로 간주한다. 효율적 임금이론(efficiency wage theory)은 CSR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활동이 효율성이나 공정성을 끌어올린다고 설명한다. 근로자의 임금은 근로자의 생산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전통적 임금이론과는 궤를 달리한다. 예컨대 근로자의 임금이 높으면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본다. 임금이 생산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업은 노동자에게 시장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하게 되는 동기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시장의 균형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 근로자들의 일하려는 의욕을 고취하고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효율적 임금은 태만 억제, 이직 감소, 역선택 완화, 공정성 등의 측면에서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어렵다고 임금 삭감하면 인재 잃을 수도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장품 가맹점의 3월 한 달 치 월세의 50%를 본사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 사진:LG생활건강
첫째, 태만(shirking)이 줄어든다. 기업은 근로자가 열심히 일하기를 기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해고하겠다고 한다고 하자. 임금이 균형수준에서 결정되고 시장이 완전 고용상태에 있다면, 해고된 근로자는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경우, 해고하겠다는 위협은 효용이 떨어진다.

또 근로자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 조립과 같은 작업에서는 성과 측정으로 일하는 정도를 알 수 있지만, 단순 조립 업무를 제외한 일반적인 기업활동에서 성과 측정이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여건 아래에서 시장 균형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것도 대안의 하나다.

높은 임금수준에서는 실업이 언제나 존재하므로, 태만해서 해고되는 노동자는 새 직장을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려는 유인(誘因)을 갖게 된다. 높은 임금으로 근로자의 태만이 감소한다면 근로자를 감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monitoring costs)을 절약할 수 있다.

둘째, 이직이 줄어들 수 있다. 기업들이 신입직원을 뽑아 일정 훈련 기간을 거쳐 독자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큰 비용이 소요된다. 또 능력 있는 인재를 기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은 훌륭한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인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의 사정이 어려워질 때 임금을 삭감하면, 쉽게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는 인재가 먼저 이직하고,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기가 나빠져도 쉽게 임금을 낮추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임금은 균형임금보다 높으며, 하방 경직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정책은 근로자의 이직을 감소시켜 근로자의 기업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게 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신규채용 시장에서 역선택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과 직장을 찾는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자의 능력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존재한다. 기업들은 성실한 인재 채용을 원하지만, 구직자 중에 누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인지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반면, 구직자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성격 및 행동 등을 잘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균형임금을 지급한다면 근로자나 기업가 모두 상대방에 대해 평가하고 선택할 기회가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또 기업이 협상을 통해 임금을 낮게 제시하는 근로자를 뽑는다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능력이 낮은 근로자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역선택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은 균형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제시하고, 해당 기업에 응시하는 많은 근로자 중에서 원하는 근로자를 다양한 스크린 수단을 써 추려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학적 모형인 공정성(fairness)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들의 임금에 대해 평가한다. 또 대부분의 근로자는 회사에 충성하고 회사의 가치를 공유하며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만약 주변의 비교 대상 근로자들보다 자신들의 보상이 낮다면 불공정하다고 인식한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남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낮은 임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전경련’ 민간 경제외교 채널로 활용 가능


▎3월 25일 한화토탈이 서울 남대문 쪽방촌을 방문해 주민 450여 명에게 식료품 세트를 전달했다. / 사진:한화토탈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업이 경기가 나쁘다고 임금을 삭감한다면, 기업주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자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대우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동등하게 보상하려는 심리가 존재한다. 반면에 불공정하게 대하거나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비용을 들여서라도 상대방을 응징하려는 의지를 갖춘다. 이러한 행태는 임금 삭감이나 해고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심각한 노사분규가 발생하는 요인이 된다.

코로나19 쇼크에 즈음해 산업 대부분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일부 산업에서는 지금이 투자 확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좋은 기회다. 온라인 판매, 게임 등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자가 근무가 증가하면서 소비도 덩달아 증가하는 산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기업이 속한 업종이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다면 투자의 적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몰려오고, 코로나19로 경제의 메커니즘이 바뀐다면 기업도 빠르게 투자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돼 우리나라로 넘어왔으나 지금은 유럽 등 서구에서 불이 붙었다. 이들 국가는 해외로부터 입국 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당했다. 이런 때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해외 시장을 개척할 여지를 갖게 된다. 나아가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위한 판로개척이나 글로벌 가치사슬 회복에 관한 대안을 제시해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국가 간 외교에는 정부 공식 채널이 중요하지만, 경제외교에는 민간의 외교협력 채널 활용도 필수적이다. 전경련을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한국의 대표 민간 경제외교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미국·영국·일본·프랑스·독일 등 선진국과는 약 30년간, 중국·러시아·인도 등 신흥국과는 1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국내 유일의 민간 경제협력 채널 등 다자간 협력채널을 동북아 경제협력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경련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중소기업의 판로 문제나 끊어진 글로벌 가치사슬을 조기에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대기업의 기부나 중소기업과의 상생, 고용 유지, 투자, 사회적 책임을 밑거름 삼아 코로나19 후유증을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brainkim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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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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