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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상대방이 거절 못 하게 하는 부탁의 기술 

‘발부터 들이밀기’ 꼼수 전략도 필요 

잡스 “꿈을 이룬 사람은 도움 청하는 방법이 달라”
너무 뻔뻔해도 문제지만 불쌍하게 보여도 역효과


신세지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길 묻기조차 싫어하는 사람(특히 남자)이 꽤 많다.

그러나 호혜성(reciprocity)·주고받기(give-and-take)가 인생살이 핵심 원리다. 물어야 답을 얻는다. 줘야 받는다. 받으려면 도움을 청해야 한다.

도움의 중요성에 대해 ‘애플의 전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강조한다. “꿈만 꾸는 사람과 꿈을 실현한 사람은 도움을 청하는 방법이 다르다.”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이 밝혀낸 요청과 부탁의 기술]은 잡스의 주장에 대한, 신경과학·사회심리학 연구 성과를 동원한 부연 설명이다.

원제는 ‘Reinforcements: How to Get People to Help You(강화: 사람들이 당신을 돕게 만드는 법)’이다. 여기사 Reinforcement는 (1) 강화(强化), (2) 증강병력·증원요원, (2) 미래 행동 수정이다.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 동기과학센터 부소장)이 쓴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누구나 부탁이 고통스럽지만, 부탁 잘해야 성공한다. 그 방법은 여기에 있다’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의 내용을 6가지로 요약하면 이렇다.

(1) 부탁은 받기도 주기도 고통스럽다.

보통 사람은 도움을 잘 청하지 않는다. 거절이 두렵기 때문. 왜냐. 누구나 남이 내게 뭔가를 요청했을 때 내가 불쾌했거나 부담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우리 뇌는 불편한 감정을 육체적인 고통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도와드릴까요?’ 했다가 ‘아니요, 괜찮아요’하는 거절 받을까 봐 도움을 제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그러나·그럼에도···

(2) 인간은 돕기를 좋아한다.

돕기는 인간 본능이다. 돕기는 쾌감을 준다. 남 일을 자기 일처럼 돕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많다. 그들은 대가 없이 봉사한다. 일부 그들 중에는 어떤 ‘어두운’ 목적이 있는 사람도 있으리라. 대다수는 남을 돕는 것만으로 너무·아주 행복하다.

(3)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려라.

사람은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포착하지 못하도록 진화했다. 부주의맹(inattentional blindness) 현상을 극복하기 힘들다. 주의성(attentiveness)이나 독심술은 희귀한 능력이다.

(4) 타인들은 당신의 성공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한다.

당신을 위한 그들의 ‘도움 투자’ 유치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의 정체성과 자긍심에 호소하라. ‘네가 내게 뭘 주면, 나는 네게 뭘 주겠다’는 식으로 도움을 거래로 만들지 말라. ‘이용당한다·조종당한다’는 느낌을 주면 그들은 의심한다.

(5) 부탁할 때에는 당당하게.

부탁할 때 우선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뻔뻔’하게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불쌍’하게 보이는 것도 문제다.

(6) 도움의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줘야 한다.

도움 준 사람은, 도움의 결과를 알고 싶어한다. 그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이 책은 부탁의 ‘꼼수’와 과학이 함께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에서도 톱5에 들어가는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부탁의 천재’였다. 그는 그때그때 (1) ‘발부터 들이밀기 전략’(가벼운 부탁 먼저, 진짜 부탁은 나중에 하기)과 (2) ‘얼굴부터 들이밀기 전략’(어려운 부탁을 우선하고 거절당한 후, 들어 주기 쉬운 진짜 부탁하기)을 잘 구사했다. 두 전략 모두 뇌과학·심리학적 근거가 있다.

- 김환영 중앙콘텐트랩 대기자 whanyung@joongang.co.kr

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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