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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코로나19 극복 선봉장들… 뭉쳐야 산다!(4) LG 

“진심이 담긴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다가가자” 

고객·미래·실용 화두로 취임 2년 맞은 구광모 회장… LG의인상 확대해
‘착한 기술’ 내세워 코로나로 신음하는 지역사회와 협력사에 지원 지속


▎LG생활건강 직원들이 충북 청주 중앙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기부 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 사진:LG
LG 구광모 회장(42)은 2018년 6월 29일 ㈜LG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어느덧 LG그룹 총수로서 2년을 보냈다. 이 사이 LG그룹의 전체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돌파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2020년 1월 2일 기준, 87조6000억원이었던 LG 13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6월 19일 100조원을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곧 시장의 평가다. 시장은 ‘구광모 체제 뉴LG’의 미래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가장 극적으로 반등에 성공한 기업 중 하나가 LG화학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이밖에 LG생활건강, LG전자, LG유플러스 등 핵심 계열사의 실적도 예상치를 웃돌았다. ▷고객 ▷미래 ▷실용을 뉴LG의 경영 키워드로 설정한 구 회장의 스타일이 스며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재계 총수로서 이례적일 만큼 구 회장은 노출되지 않고 있다. 은둔의 경영은 결코 아니다. 현장을 중시하지만, 바깥에 공개되는 건 삼가는 모양새다. 일례로 취임 2년이 지났음에도 미디어에 공개된 구 회장의 사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사진은 6월 22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의 ‘전기차 회동’이 거의 유일하다. 충북 청주시 LG화학 공장으로 정 수석부회장이 찾아와 만남이 성사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과도 순차적으로 ‘전기차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이처럼 불가피하게 알려지는 게 아닌 이상, 굳이 외부에 PR하지 않는 게 구 회장 나름의 ‘겸손’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구 회장은 LG그룹의 수장이 된 뒤에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말은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 LG의 공식 보도자료는 구 회장을 ‘구광모 대표’로 지칭한다.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된 구 회장의 LG전자 매장 방문도 암행어사 잠행처럼 이뤄졌다. 지난 6월 중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LG전자 베스트샵에 40대 남성 손님이 방문했다. 당시 매장에 있던 손님 중 이 남성이 구광모 회장인 줄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아무 예고 없이 홀로 잠실야구장에 들러 LG 트윈스 야구를 보고 갔던 아버지 고(故) 구본무 회장을 떠올리게 할 만한 소탈함이다. 구 회장은 매장을 살펴본 뒤, 직원들에게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매장이 아닌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현장이 되어 달라. 경영진도 함께 노력하겠다”는 당부를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티 나지 않게’는 LG 경영의 가풍(家風)처럼 전승되고 있다. LG의인상은 이런 기업 문화가 아니었으면 대기업에서 나오기 힘든 발상이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이 강했다. 그는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2015년 9월 첫 상을 수여한 이래로 현재까지 124명 이상의 의인이 선정됐다. LG복지재단은 수상자의 생업 현장이나 관할 경찰서에서 조용하게 표창과 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치료 등 급박한 상황에 도움이 되도록 1주일 내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한다.

LG의인상에 관한 열의는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구 회장은 “진심이 담긴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더 다가가자”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수상 범위를 확대했다. 종전까지는 자신을 희생한 의인 위주로 선정했다면,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들도 의인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95세 고령에도 34년 동안 영등포구 무료 급식소에서 주5일 하루도 빼지 않고 봉사를 해온 정희일 할머니, 17년간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한 고(故) 윤한덕 센터장 등이 구 회장 취임 이후 확대된 의인상을 받은 대표적 사례다.

故 구본무 회장의 뜻 담긴 LG의인상


▎33년째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해 온 정희일 할머니. / 사진:LG
세월의 세례를 받으면서 LG의인상은 그 자체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2017년 2월, 경북 군위군 주택 화재 현장에서 치솟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할머니를 구해내고 다친 사람은 스리랑카 근로자 니말씨였다. 알고 보니 니말씨는 불법체류자였다. 이를 접한 LG는 니말씨의 비자 발급을 돕고, 금전적 지원을 더했다. 니말씨는 외국인 첫 LG의인상 수상자였다. 2015년 8월,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인 두 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었다. 이때에도 LG는 군 장병의 치료와 재활을 돕는 명분으로 각각 5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에게 격려금이 돌아갔다. LG는 어려운 가정 형편과 비인기 종목 설움에 굴하지 않고, 사상 첫 체조 금메달을 선사한 양학선을 위해 5억원을 선사했다. 2017년 9월,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로 숨진 이모 상병의 유가족에게 고(故) 구본무 회장은 사재를 털어 위로금 1억원을 전했다. 당시 이 상병의 부모는 “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 밝히거나 처벌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사회적 감동을 안겼다. 이에 구 선대회장은 “아버지의 깊은 배려심과 의로운 마음을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위로금 전달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착한 기술’로 사회적 약자를 돕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덮치며 LG그룹도 불가항력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3월 19일 시점에 시가총액이 60조원 대(61조7000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시국에서도 LG는 국민과 지역사회의 피해 복구를 위해 나름의 사회적 의무를 수행했다. ‘착한 기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협력사를 지원했다. LG전자는 약 100개의 협력사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과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협력사에 로봇의 조작과 운영, 생산라인 적용사례 등의 맞춤형 실습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코로나19로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이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맞은 상황에서 전국 15개 교육청에 교육용 스마트패드 총 1만대를 기증했다. 아울러 ‘U+ 원격수업’ 솔루션을 3개월간 시범 서비스로 무상 제공해 온라인 개학이 이뤄진 교육 현장을 지원했다. 초·중·고교의 인터넷 속도도 6월까지 무상으로 증속해 속도 저하로 온라인 화상 수업이 지연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했다.

LG생활건강은 언택트 소비 트렌드의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장품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온라인 통합 플랫폼을 오픈했다. 개편을 통해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 직영 온라인 매출을 가맹점 몫으로 돌릴 수 있는 플랫폼을 새롭게 오픈한 것이다. LG상사는 해외 네트워크 강점을 살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벤처투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컨설팅, 1대1 멘토링, 투자 및 파트너 발굴, 사업화 연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피해 지원을 위해 5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성금은 확진자 지원, 방역 물품 지원, 재난 취약계층과 저소득층 지원 등에 사용됐다. 이와 별도로 LG생활건강은 10억원 상당의 핸드워시 제품을 현물 지원했다. LG전자는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력사 대상 무이자 대출 규모를 당초 400억원에서 550억원으로 확대했다. 자금 지원 일정도 4개월을 앞당겨 2월에 진행했다. LG이노텍도 중소 협력사들을 위해 총 1500억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섰다. 동반성장펀드를 조기 집행했고, 거래 규모와 신용도 등의 심사 기준을 완화했다. 동반성장펀드는 은행과 연계해 무이자 예탁금을 재원으로 저리의 자금대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더불어 약 850억원 규모의 납품 대금도 협력사에 조기 지급했다.

LG생활건강은 2020년 3월과 7월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장품 가맹점들의 한 달 치 월세의 절반을 본사에서 지원했다. 지원 대상은 전국 네이처컬렉션, 더페이스샵 매장 등 약 500곳이었다. 또 3월에는 방문판매 화장품대리점, 생활용품대리점, 음료 대리점 등 전국 대리점 인건비 약 8억원을 지원했다. 이밖에 재난 취약계층을 위해 72억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했다. 독거노인 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어르신 긴급지원 사업에 동참했고, 전곡 650여 곳의 노인 맞춤돌봄 기관 등에 생활필수품 및 화장품을 기증했다.

LG유플러스는 중소 협력사와 소상공인을 위해 85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책을 마련했다. 자금난을 겪는 중소 협력사에 최대 500억원 규모로 대금 조기 지급 결제를 시행했다. 5000만원 이상 계약 체결 시 필수 요건이었던 보증보험 발행의 면제 대상 범위를 확대해 신용평가등급 B- 이상 협력사가 혜택을 받도록 했다. 골목상권 상생 프로젝트인 ‘U+ 로드’에도 약 100억원을 투입했다. 코로나19로 방문고객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과 구 시가지 상권 등을 중심으로 이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특히 코로나 피해가 컸던 대구·경북 지역 대리점 지원자금을 34억원으로 늘렸고, 14억원 상당의 방역 물품도 보냈다.

코로나19 극복을 돕기 위해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와 계열사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팀은 상시지원 태스크 포스를 구성했다. LG전자·LG화학·LG이노텍·LG상사 등 4개사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5만 회 검사 분량의 코로나 진단키트를 기부했다.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정확도가 50~70% 정도에 그치는 진단키트를 사용해왔다. 이에 LG는 정확도 95% 이상의 PCR(유전자증폭검사) 진단 키트 기부를 요청했다. 인도네시아에 지원된 진단키트는 LG상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국내 생산제품 중 여유분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 3월 중순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에 샘플 테스트용으로 일부 진단키트 물량을 보낸 데 이어, 관계 당국의 테스트가 완료됨에 따라 기부 및 공급이 이뤄졌다. LG는 5만 회 검사 분량의 진단키트를 항공기를 이용해 자카르타로 보냈다. 바흐릴 라하달리아 투자조정청장은 “인도네시아에 오랫동안 투자한 LG는 다른 해외투자 기업의 모범이며 진정한 친구다. 국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에릭 토히르 국영기업부 장관도 “인도네시아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한 가족처럼 어려움을 나누려 하는 LG의 기업정신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더 좋은 사업적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LG는 코로나 타격이 컸던 대구·경북 지역을 집중적으로 도왔다. 지난 3월 경북 구미의 LG디스플레이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1995년 구미에 첫 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이와 함께 LG는 의료용 방호복 1만 벌, 방호용 고글 2000개, 의료용 마스크 10만 장 등을 대구·경북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응원


▎구광모 LG 회장(가운데)이 2019년 8월 29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해 연구개발 책임자들과 토의하고 있다. / 사진:LG
LG상사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수급이 어려웠던 방호복을 구하기 위해 대만·싱가포르·호주 등 해외 법인 및 지사를 통해서 확보했다. 이 덕분에 불과 5일 만에 방호복 1만 벌을 확보할 수 있었다. LG전자도 독일 등 해외 유통업체 및 거래 네트워크를 가동해 의료용 마스크를 구했다. LG생활건강은 현장 의료진의 불편을 덜어줄 생필품과 소독제품 등을 3월 한 달간 매주 공급했다. LG전자는 건조기와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 지원에 나섰다. 경남 창원사업장과 경북 구미사업장에서도 현지 의료진을 돕기 위해 건강관리 가전제품을 공급했다.

LG헬로비전은 3월부터 대구·경북 지역 채널을 ‘코로나19 정보 채널’로 전환하고, 24시간 재난방송 체제로 운영했다. 지역 내 확진자 수, 공적 마스크 판매점, 선별 진료소 등 코로나 관련 정보를 실시간 보도했다. 자체 유튜브 채널인 ‘헬로! 대구·경북’을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LG유플러스는 코로나 감영 확산 예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2월부터 IPTV에 코로나 예방수칙 광고를 무료 송출했다. LG는 3월부터 ‘당신들은 우리의 의료 영웅입니다!’라는 제목의 지면 광고를 통해 의사·간호사·구급대원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현장 의료인들을 응원했다. 이밖에 LG는 입국 시, 격리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임직원과 그 가족에 관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중국 난징법인은 격리된 우리 국민을 위해 도시락, 식수 등 생필품과 마스크 등 방역용품을 전달했다. 난징에 격리됐던 한 여성의 가족은 “LG 직원이 아닌데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의 행보는 ‘선택과 집중’으로 축약된다. 안 되는 사업을 회생시키려는 쪽보다 잘 되는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성이 짙다. 구 대표의 젊은 나이를 고려할 때, 오너 경영자로서 단기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장기적 미래 사업을 지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이런 기조를 관철했다.

선택과 집중, 장기 플랜


▎LG전자의 협력사 로봇 자동화 교육. / 사진:LG
LG의 대표적 미래 성장사업으로 손꼽히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분야는 2020년 1분기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 GM가 1조원씩을 출자해 ‘얼티엄 셀즈’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LG유플러스는 5G 시대의 방송·통신 융복합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9년 말 ‘LG헬로비전’을 출범했다. LG CNS는 1조원으로 평가받는 지분 35%를 맥쿼리그룹에 넘겼다. LG디스플레이도 대형 OLED 패널에만 총 20조원을 투자한다. 2023년까지 중국 광저우 신규 패널 공장과 파주 추가 생산라인을 구축하면 연 1000만 대분의 TV용 OLED 패널 생산이 가능하다.

인수합병(M&A)도 강화했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를 인수했다. LG화학은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을 인수했고, LG생활건강은 미국 뉴에이본과 일본 에바메루를 인수했다. 유럽 피지오겔의 지역 사업권도 사들였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만든 벤처캐피탈이 LG테크놀로지벤처스다. 이 회사는 2018년 출범 후 AI, 로봇, 자율주행 등 18곳의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에 4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LG전자는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관련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퀄컴·마이크로소프트·룩소프트·쎄렌스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또한 LG전자는 아크릴·보사노바로보틱스·로보스타 등 로봇업체, 인공지능업체를 비롯해 세탁 플랫폼 스타트업 워시라바 등에도 투자했다. LG유플러스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분야 콘텐트 개발과 글로벌 공급을 위해 구글과 손잡았다. 그 결과 LG유플러스의 K-콘텐트는 구글 유튜브에 공급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그럴수록 기업은 현금 비축에 혈안이다. LG는 2020년 2월, LG전자와 LG화학 그리고 LG상사가 보유한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를 매각했다. 1조3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밖에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했다. LG화학은 LCD편광판 사업을 매각했다.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 사업을 팔았다. 비핵심 사업은 미련 없이 손절한 것이다.

구 회장 체제에서 LG는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삼는 세대교체, 외부인재 영입을 추진했다. 1947년 창립 이래 최초로 LG화학 CEO로 3M 출신인 신학철 부회장을 스카우트했다.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16명을 외부에서 선임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에서는 모임과 회의가 줄어들었고, 형식도 바뀌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속도를 중시하는 구 회장의 실용주의가 투영된 결과다. 구 회장은 취임식도 따로 열지 않았다. 2019년 그룹 시무식은 본사인 여의도 LG트윈타워가 아닌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비즈니스캐주얼 차림으로 열었다. 2020년 시무식은 디지털 영상으로 대신했다. 구 회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주문한다. 성과가 크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도전을 한 직원들에게 LG어워즈 특별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미국 뉴욕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대 출신이다. 인공지능(AI)와 로봇은 구 회장이 찍은 미래 성장 사업 분야다. LG전자는 2018년 캐나다에 ‘토론토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했다. 캐나다 이동통신사 1위 벨 출신인 케빈 페레이라 박사를 토론토 AI 연구소장으로, 조셉 림 미국 남가주대(USC)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임원급으로 영입했다. 이밖에 러시아 모스크바, 인도 벵갈로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연구소에 AI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생체인식, 센서기술, 딥러닝 알고리즘,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LG전자는 토론토대학교와 기업용 AI 공동연구,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AI 교육 및 인증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KAIST와 손잡고 AI 고급 과정을 개설했다. 성균관대와 협력해 제조분야 AI 전문가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AI와 로봇에 미래를 걸다

LG전자는 스마트 가전과 AI 플랫폼, 스마트 센서 및 디바이스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AI 스마트 홈’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2020년 1월, 캐나다의 AI 기반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인 엘레멘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엘레멘트는 금융, 유통, 전자·전기 등 여러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회사다. LG사이언스파크는 서울대 AI 연구원과 공동 연구 등 AI추진단을 만들어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 AI 분야 산학협력에 나서고 있다.

LG CNS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클라우드 전문회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LG테크로놀로지벤처스는 2019년 미국 MIT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MIT 스타트업 쇼케이스’를 공동 개최했다.

로봇 분야에서도 LG전자는 2018년 로봇사업센터를 설립했다. 김상배 MIT 기계공학부 교수와 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에 나섰다. 김 교수는 벽을 타고 오르는 ‘스티키봇’, 네 다리로 움직이는 로봇 ‘치타’를 개발한 세계적 로봇 전문가다. MIT 생체모방 로봇연구소의 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한 물체 조작 기술로 차세대 로봇 기술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008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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