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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이슈] 통합신공항 유치 성공한 김영만 군위군수 

“대구·경북 날개 달아 ‘팔공산 시대’ 연다” 

이전부지 줄다리기 협상 끝에 비안·소보면 공동후보지 최종 선정
대구시 편입 끌어내 고품격 주거 중심 지역 발전 발판도 마련


▎김영만 군위군수는 9월 10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유치로 진정한 ‘팔공산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 사진:군위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가 경상북도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공동후보지로 결정됐다. 2016년 7월 대구공항 통합 이전 발표 이후 4년 만이다. 우보면 단독 유치를 고수했던 군위군은 결렬 직전 공동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신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등 파격적인 반대급부를 얻었다. 공동 신청을 반대했던 군위군 주민들도 최종 결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지 결정은 공항 이전의 가장 큰 난관이었지만, 겨우 첫걸음일 뿐이다. 개항 목표는 2028년이다. 그 전에 지자체 사이에 조정과 협의가 필요한 일이 산적해 있다. 최초로 공항 유치를 신청한 이래 부지 협상을 주도해온 김영만 군위군수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9월 10일 군청 집무실에서 김 군수를 만나 공항 유치까지의 과정과 비전을 들었다.

군수에 처음 취임한 뒤부터 5년 동안 공을 걸었던 공항 유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우리 군은 2016년 정부가 공항 이전 발표를 하기 1년 전부터 유치 준비를 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리 군민, 나아가 대구·경북 지역 주민 모두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가 승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김주수 의성군수도 대단한 사람이다. 경의를 표한다. 다 같이 협력자로서 공항의 성공, 대구·경북 통합에 일조하는 공항이 되도록 해야 한다.”

처음에는 반발하는 여론이 컸다. 지역민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아슬아슬했다. 빠른 행보 덕분에 다른 곳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지만, 주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주민 의사도 묻지 않고 공항을 유치한다며 연일 시위가 벌어졌다. 주민소환도 당하고, 화형식도 당해봤다. 그래도 언젠가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믿음과 군위군이 살기 위해선 공항을 유치하는 길뿐이란 뚝심으로 어려움을 견뎌왔다.”

협상 과정에서 군위군 우보면 단독후보지를 고수했는데, 막판에 공동후보지로 바꾼 이유가 뭔가?

“협상에 임할 때에는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그리고 그다음 계획까지 복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객관적인 조건으로는 우보가 최적지다. 주민투표에서 군민들도 우보를 선택했고, 저는 군민의 뜻을 지키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구시 편입안이 나오면서 군민의 여론이 바뀌었다. 난 군민의 뜻을 따라 공항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대구시 편입’에 주민 여론 막판 뒤집혀


▎7월 31일 (앞줄 왼쪽부터)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영만 군위군수,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의성 비안·군위 소보 공동후보지를 신청하기로 합의했다. / 사진:군위군
사실상 무산됐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막판에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

“7월 31일까지 공동후보지에 대해 내가 유치신청을 하지 않으면 공항 이전이 무산될 판이었다. 7월 27일에 국방부 장관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우리가 바라던 인센티브 등은 없고 기존 내용만 얘기하더라. 이럴 거면 공문을 보내지 왜 불렀느냐고 하고서 내려왔다. 그날 저녁에 장관으로부터 전화가 왔길래 공적인 약속은 대외적으로 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 날 우리가 바라는 대로 발표가 됐다. 나름대로 결렬에도 대비하고 있었다.”

경상북도와 대구시가 참여한 3개 단체장의 공동합의 내용이 예상보다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대구시 편입안이 막판 공동후보지를 군민들에게 설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후보지가 결정되자마자 우리 군은 군의회에서 관할구역 변경에 대한 전원 찬성 의견을 채택했고, 대구시와 경북도에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를 제출했다. 군민 사이에 기대감이 매우 크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뿐만 아니라 시·도의원과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모두 서명을 받은 게 눈에 띈다. 일종의 보증수표를 받은 셈인가?

“제가 경북도의원을 할 때(1991~1994년) 달성군의 대구 편입 과정을 처리한 적이 있다.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약속은 확실히 해둬야 한다고 생각해 시·도의원들의 서명을 받았다. 그렇게 해야 약속도 지켜지고 시장, 도지사, 시·도의회 의장들도 부담을 덜 수 있다.”

서명을 받은 게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들었나?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가 자식한테 재산을 상속할 때 공동으로 상속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형제간에 싸움만 나고, 물려받은 재산은 못 먹는 감이 된다. 그래선 안 된다. 상속받을 때 완벽하게 공증을 해야 뒤탈이 없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고 보면 안다. 이것(합의서) 때문에 공항이 될 거다.”

공동합의서에 들어간 인센티브 내용은 또 무엇이 있나?

“민항 터미널과 공항진입로, 군 영외 관사를 군위군에 배치한다. 공항 신도시는 군위와 의성이 각각 330만㎡(100만 평) 규모로 개발하고, 군위 관통도로 건설 등이 들어 있다.”

대구시 편입이 확정되려면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언제쯤 실현될 거로 보나?

“시·도의회 의견 수렴과 행정안전부 장관 건의, 입법 등 여러 행정절차가 있다. 모든 절차를 내년에 끝내야 한다. 권영진 시장은 내년 하반기를 얘기하는데, 우린 상반기 안에 끝내는 걸 목표로 한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 이슈가 다 묻혀버린다.”

앞으로 공항 이전 일정은 어떻게 되나?

“대구시에서 이전지 결정과 동시에 곧바로 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들어간다. 용역기간 1년이 마무리되면 실시설계, 시공사 선정 등을 거쳐 2024년에 착공한다. 개항은 2028년이다.”

앞으로 난관은 없나?

“우보 단독후보지에 비해 보완해야 할 일들이 많다. 대구에서 연결하는 공항철도만 해도 우보 지역보다 약 1조원이 더 들어간다. 수익률이 낮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해주길 희망한다.”

일자리 40만 개, 경제 효과 50조원 넘어


▎최종 선정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 위치
공항이 들어오는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 같다.

“공항 이전 사업비만 8조8000억~9조2700억원쯤(추정치) 된다. 대구·경북연구원 분석 결과 공항이 건설되면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50조원이 넘고, 일자리도 40만 개나 창출된다. 공항 건설을 위한 기반시설 사업비 30조원이 앞으로 몇 년간 지역에 풀린다. 인구 2만3000여 명인 군위군으로선 다시없을 발전 기회가 생긴 거다.”

군위군의 미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소보 지역에 공항이 들어오면 서쪽으로는 구미의 산업단지, 동쪽은 대구로부터 확장되는 산업과 연계해 발전할 수 있다. 동부 지역은 이미 전원주택단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삼국유사의 고장답게 관광산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거다. 효령에 유치한 항공고등학교를 통해 항공산업 발전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기대해볼 만하다.”

대구시 편입 승수효과도 상당할 텐데.

“도시화가 이뤄지면 지역으로 사람이 모여들 거다. 군위는 공기와 물이 좋은 곳이다. 이런 환경적 이점을 활용하면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고급 주거단지를 만들 수 있다. 달성군은 상공업으로 가고, 우린 자연환경과 교통망을 살려 고품격 주거·관광 도시로 간다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 될 수 있다. 즉, 대구의 휴식처가 되는 거다.”

군위군의 면적은 614.28㎢로 서울시(605.25㎢)보다 넓다. 대구시(885.61㎢) 면적의 4분의 3에 육박한다. 대구에 편입되면 규모로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공항이 열리면 세계 각처로 갈 수 있는 하늘길이 열린다. 포항의 바닷길(항구)까지 개발하면 대구·경북은 명실공히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인프라가 만들어진다. 대구 경북의 대표적인 산이 팔공산이다. 군위군 앞산이다. 공항 유치를 통해 진정한 ‘팔공산 시대’가 열리는 거다.”

군위에 들어설 신공항이 어떤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하나?

“작년에 대통령을 만나 ‘대한민국에 인천공항을 대신할 스페어타이어가 없다’고 말했다. 작년에 인천공항이 안개 때문에 며칠간 이착륙을 못한 적이 있다. 경제적 손실이 상당했을 거다. 그럴 때 인천공항을 대신할 내륙 공항이 있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다. 국제공항이 되려면 활주로 길이가 3.5~3.8㎞는 돼야 한다. 우린 그 정도 규격을 맞출 여건이 된다.”

“대구·경북 통합의 마중물 될 것”

군위군의 대구 편입이 현재 추진 중인 대구·경북 통합에 어떤 영향을 줄까?

“앞으로는 유럽의 강소국들처럼 우리나라도 지방정부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에 있어 군위가 선발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대구·경북 통합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공항 이전이 성공해야 한다.”

단독후보지였던 우보 주민들은 서운할 수도 있겠다.

“대구 편입에 여론이 많이 바뀌었다. 대도시에 맞는 도시계획이 가능해지니까. 그곳은 쾌적한 주거지로 최고의 환경을 갖췄다. 미국의 베벌리힐스처럼 고급 주거단지로 만들면 노후에 이만한 곳이 없을 거다. 앞으로 그런 그림을 그리려 한다.”

공동 신청한 의성군도 서운함을 내비치는 여론이 있다.

“공동신청은 한 지역이 반대하면 안 된다. 처음부터 우린 단독 신청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우리가 다 가져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의성군도 여러 인센티브를 얻지 않았나. 많고 적음을 따질 필요 없이 모두가 승리자다. 이제 공항 이전이 잘 되도록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군(軍) 공항 이전을 추진하는 지역이 여러 곳이다. 가장 먼저 성공적인 첫걸음을 뗀 입장에서 다른 지역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는 걸 전제하고 유치활동에 임했다. 동네가 좀 시끄러워지는 게 대수가 아니다. 우리 군위군이 오늘 없어질까 내일 없어질까, 먹고살 길이 더 큰 걱정이었다. 국가관을 갖고 있어야 군민들도 대의에 공감한다. 국방부 장관께 그랬다. 우리 먼저 성사 못 시키면 다른 곳 못한다고. 개인적인 불편함보다 국가와 지역을 위한 일이란 점을 강조했다.”

[박스기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추진 경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부지가 결정됨에 따라 군과 민간이 공동으로 사용해온 대구공항 이전 문제가 4년 만에 본궤도에 올랐다. 대구국제공항으로 군 수송기가 착륙하고 있다.
대구 시가지 확장으로 기존 대구국제공항과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이 함께 쓰는 K-2 비행장의 소음 문제가 대두하면서 2013년에 제정된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6년부터 통합신공항 이전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군위군의 우보면 단독후보지와 의성 비안·군위 소보면 공동후보지, 성주군 용암면, 고령군 다산면, 달성군 하빈면 등이 경합을 벌이다 지난 7월 3일 비안·소보 공동 후보지로 단일화됐다. 신청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7월 30일 김영만 군위군수의 요청으로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를 비롯해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부지 신청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어 8월 28일 이전부지 선정위원회가 비안·소보 공동후보지를 최종 선정했다.

신공항은 면적 15.66㎢에 길이 3.2㎞ 이상의 활주로 2개를 갖춘 국제공항으로 건설된다. 사업비는 약 9조원 규모다. 올해부터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해 개항 2028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 신공항에는 대규모 화물터미널과 항공물류복합단지를 조성해 물류 처리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 신공항으로부터 반경 15㎞ 안에는 중앙고속도로(의성IC)·상주영천고속도로(서군위IC)·당진영덕고속도로(서의성IC)가 지난다. 공항과 함께 신공항철도 건설도 계획돼 있다.

군위군은 대구시 편입, 민간공항 터미널과 공항진입로 개설, 군 영외관사 배치, 대구·경북 공무원연수원 건립, 동군위IC~공항 관통도로 개설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의성군은 항공물류·항공기 창 정비시설을 포함한 항공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대규모 관광단지와 기내식 공급을 위한 농경지·가공클러스터 조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과 함께 서대구KTX역과 신공항을 잇는 공항철도, 고속화도로 등을 인센티브로 받는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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