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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위태로운 지구, 인류 공생의 토양 다지는 법 

‘낮에 뜬 별들’ 끌어안아야 재해 회복탄력성 강해져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 받는 사람들 소외시켜선 안 돼
모든 차별 끊고 연대, 재난 맞서 생명·존엄 지킬 힘 생겨


▎2015년 3월 미야기 센다이시에서 개최한 제3차 유엔 세계재해위험경감회의에서 공식행사로 SGI가 심포지엄을 주최했다. 한·중·일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동북아시아의 회복탄력성 강화를 위한 방재협력’을 주제로 활발하게 의견을 나눴다. / 사진:SGI
지난 9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부흥과 기후변화, 환경 대책에 관한 ‘PLATFORM for REDESIGN 2020 장관급회의’가 화상으로 열렸습니다. 약 50개국의 장·차관이 발언하는 등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된 가운데 안토니우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지금 내릴 결정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흥에 관한 모든 측면에서 유익한 기후변화 대책을 받아들일 것을 각국 정부에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발생 건수가 과거 10년간 5배까지 증가했다고 합니다. 세계 전체로 보면 지진 등의 재해나 분쟁보다도 기후변화 때문에 피난한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

유엔 재해위험경감사무국(UNDRR)은 2007년부터 각국 정부 대표와 시민사회 대표 등이 참석한 ‘방재 글로벌 플랫폼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지금까지 2년마다 회의를 열었는데, 지난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회의에는 182개 국에서 4000명이 참석해 토의했습니다.

앞으로는 3년마다 개최할 예정인 이 회의에서 2022년에는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 확산 방지와 복구 작업을 집중적으로 토의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방재에 관한 각국의 경험을 살려 기상 이변으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한 대책도 조속히 강화해야 합니다.

일찍이 인프라 정비에 관해서는 인도가 주장한 가운데 ‘재해에 강한 인프라를 위한 연합’이 지난해 9월 발족했습니다. 지금까지 중점을 둔 지진 등의 재해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기후변화가 끼친 영향에 대비하는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는 국제적인 틀 안에서 기술 지원이나 능력 개발에 관한 국제적인 연계를 추진합니다.

2022년에 개최하는 방재 글로벌 플랫폼 회의에서는 이 분야에서 필요한 국제 지침을 정할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또 방재 글로벌 플랫폼 회의에서 중심 의제 중 하나로 기후 변화와 방재에 관한 지자체의 역할을 주제로 다뤄 그 연계를 확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전 세계 인구 40%, 해안선에서 100㎞ 이내에 거주


▎2019년 11월 요코하마시 가나가와 창가학회 평화회관에서 가나가와 청년부가 개최한 포럼. 국제통신사 INPS 편집장 라메슈쟈라가 방재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 사진:SGI
현재 UNDRR이 ‘재해에 강한 도시 구축’을 목표로 추진하는 운동에 전 세계 4300여 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몽골이나 방글라데시같이 모든 지자체가 이 운동에 참여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올해로 이 운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됩니다만, 앞으로는 기상 이변에 대응하는 데 특히 중점을 두는 형태로 지자체 간 연계를 추진해야 합니다.

전 세계 인구의 40%는 해안선에서 100㎞ 이내에 살고 있는 만큼 그 지역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도 많은 인구가 해안지역에 살고 있는데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비롯한 나라들의 해안지역 지자체와 함께 ‘기후변화와 방재’라는 공통과제를 놓고, 서로의 경험을 배움으로써 재해 위험을 줄이는 상승효과를 아시아 전체로 확산해야 합니다.

덧붙여 2022년 방재 글로벌 플랫폼 회의를 앞두고 말씀드리고자 하는 점은 기후변화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중점적으로 토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제네바에서 양성평등과 사회적 포용의 촉진을 내걸고 개최한 회의에는 발표자의 절반과 참석자의 40%를 여성이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 12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SDGs의 추진자로서 회의에 참석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에드워드 은도푸는 재해 발생 시 사회적 포용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애인이 전 세계 인구의 15%를 차지할 만큼 가장 큰 소수집단이지만 그 존재는 계속 잊혀져 왔습니다. (재해 발생 시) 장애인을 물리적으로 소외시키는 행위와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태도가 미치는 매우 현실적인 영향은 서로 연관이 있습니다.” 두 살 무렵부터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은 은도푸는 재해가 일어날 때 가장 크게 위험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방재와 부흥을 뒷받침하는 회복탄력성(리질리언스)을 강화하는 데도 이 부분을 제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공생’의 유대를 키운 토양이 있어야 재해 발생부터 복구 과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힘을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제네바회의에서 재해와 성별을 둘러싼 토의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여긴 사람’을 ‘눈에 보이는 존재’로 여겨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여성이 놓인 상황은 사회적인 관습이나 차별의식 등으로 당연한 듯 보이는 일이 많기에 정말로 도움이 필요할 때 소외될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상 이변의 영향으로 대피해야 할 때, 여성은 마지막으로 집을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남성이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아이들과 고령자 그리고 환자인 가족들을 돌봐야 하기에 집에서 늦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재해가 일어났을 때, 지역에서 많은 사람을 지원하며 큰 힘이 된 존재는 다름 아닌 여성들이었습니다. 이 점에 관해 유엔 여성기구(UN Women)도 다음과 같이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재해 직후부터 발휘되는 리더십이나 지역에서 회복탄력성을 구축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등 방재에 여성들이 펼치는 실질적인 공헌과 더불어 잠재적인 공헌은 가능성이 큰 사회자산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말입니다.

SGI, 재해 발생 시 긴급 지원·복구에 적극 참여


▎2018년 8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아시아 태평양 FBO 연합’이 도쿄에서 개최한 국제토론회.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신앙을 기반으로 한 단체가 해야 할 역할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 사진:SGI
명확히 존재하는데도 간과하기 쉬운 구조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 저는 대승불교 경전에 나오는 ‘낮에 뜬 별들’의 비유가 떠오릅니다. 하늘에는 늘 많은 별이 있고 각기 빛을 내뿜고 있지만 낮에는 햇빛이 있기 때문에 별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비유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재해가 발생하면 지역에서 서로 협력하고 돕는데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여성들입니다. 지진 등 재해와 더불어 기상 이변에 대한 대응책을 세울 때도 모든 단계에서 여성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이 지역의 회복탄력성을 구축하는 생명선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말하면 인프라 정비 등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하는 방재만으로는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수 없습니다. 양성평등은 본디 일상생활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의 존재를 지역사회에서 회복탄력성을 구축할 때 가장 중심에 둬야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2017년 5월 멕시코에서 개최한 유엔 ‘방재 글로벌 플랫폼 회의’. 전시장에서는 SGI가 아시아 방재재해구호네트워크(ADRRN)와 공동으로 제작한 인도주의 전시물 ‘인간의 부흥’도 설치했다. / 사진:SGI
우리 SGI도 신앙을 기반으로 한 단체(FBO)로서 재해 발생 시 긴급지원과 복구를 후원하는 활동을 전개하면서 방재 글로벌 플랫폼 회의를 비롯한 각종 국제회의에 계속 참여했습니다. 2018년 3월에 다른 FBO 단체 4곳과 연계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아시아태평양지역 FBO연합(APFC)’을 결성하고 그해 7월에 몽골에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방재 각료 회의에 공동성명을 제출했습니다.

공동성명에는 우리 SGI를 포함한 단체 5곳이 공통으로 정한 결의를 담아 이렇게 썼습니다. “FBO 사명의 근간은 사회적 약자를 낳는 근본 원인에 대처하는 의지와 사회의 구석에 몰린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신앙을 기반으로 한 단체는 지역사회에서 방재와 회복탄력성 구축 그리고 인도적 행동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정신을 다른 FBO와 공유하는 한편 모든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사회적 포용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등 24개 국으로부터 29개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96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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