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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유엔 창설 75주년 ‘희망의 시나리오’ 창출 

“미래는 지금 우리의 행동에서 시작된다” 

위기감 공유는 물론 건설적 행동도 함께해야
이기주의도 비관주의도 아닌 ‘제3의 길’ 열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의 주도(州都) 마나우스시 교외에 있는 ‘소카연구소-아마존 환경연구센터’. 유엔은 ‘아마존을 지킴으로써 인류의 생존을 지킨다’는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의 구상에서 힌트를 얻어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를 브라질에서 개최했다. / 사진:SGI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이라는 뼈저린 반성을 토대로 창설된 유엔이 올해로 75주년을 맞았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유엔의 행보를 통해 빈곤과 기아, 인권과 교육, 분쟁방지와 평화구축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전진을 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다시금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중요한 과제인 기후변화와 더불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많은 사람의 생명과 생활 그리고 존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두 위기를 타개하려면 지금까지 이상으로 나라와 나라의 장벽을 뛰어넘은 ‘행동의 연대’가 강하게 요구됩니다.

유엔 헌장에서는 유엔의 목적 중 하나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또는 인도적 성격의 국제문제를 해결하고 또한 인종·성별·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협력을 달성한다.’(제1조 3항)를 내걸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지구사회 건설할 수 있어


▎2000년 10월 도쿄 시나노마치 옛 세이쿄신문사에서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오른쪽)과 미래학자 헤이젤 헨더슨 박사가 만났다. 두 사람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환경보호에 나선 박사의 신념에 찬 행동 등을 주제로 대담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대담집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를 향해]로 열매를 맺었다. / 사진:SGI
기후변화와 코로나19에 따른 문제는 모두 이 조문(條文)에서 언급하고 있는 과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위기’입니다. 저는 유엔이 지금까지 달성한 역할이나 실적을 감안했을 때 창설 75주년을 맞은 유엔을 중심으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희망의 시나리오’를 엮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기하는 의제는 위기감의 공유뿐 아니라 건설적인 행동을 함께 일으켜야 하는 중요성입니다. 위협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피해가 직접 미치지 않는 한 행동의 큰 변화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또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더라도 그 규모의 크기를 보고 ‘내가 뭔가를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문제에 맞서는 데도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한다는 수치 목표 추구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세계의 비전을 나누면서 그 비전을 건설하기 위해 의욕적인 행동을 함께 일으키는 일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건설의 도전 속에 자신들이 피해를 받지 않으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도, 과제의 어려움에 압도돼 행동을 포기하는 ‘비관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이 있다고 호소합니다.

유엔 환경개발회의가 개최된 1992년에 우리 SGI가 개설한 브라질 ‘소카연구소-아마존 환경연구센터’에서 열대우림 재생과 생태계 보전 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 10년’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개최한 전시에 ‘변혁의 종자’ ‘희망의 씨앗’ 같은 이름을 붙인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누구나 지금 있는 장소에서 지속가능한 지구사회를 건설할 수 있고, 행동 하나하나가 세계에 존엄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변혁의 종자’가 되고 ‘희망의 씨앗’이 된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이전(2005년 2월)에 케냐의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 박사와 ‘자기 주변에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희망을 밝히는 도전’에 관해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단 7그루의 묘목심기로 시작한 ‘그린벨트운동’을 되새기면서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래는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의 행동에서 미래는 생깁니다. 미래에 뭔가를 이루려면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박사와 대담한 때는 온실가스 감축의 토대를 마련한 최초의 기본협약인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이틀 뒤였습니다. ‘교토의정서’ 발효와 같은 역사의 연표에 새겨진 사건에 비하면 마타이 박사가 케냐에서 최초로 시작한 행동은 눈에 띄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박사가 자기 주변에서 밝힌 희망의 빛은 세월이 지날수록 공감대를 넓혀 유엔 환경계획캠페인 등 많은 나무심기운동으로 이어져 박사가 서거한 뒤에도 계속돼 현재까지 세계에서 150억 그루에 이르는 나무를 심었습니다.

또 지난해 유엔의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도 파키스탄과 과테말라 등 많은 나라가 앞으로 합계 110억 그루 이상을 심겠다고 서약했습니다. SGI가 개최한 ‘희망의 씨앗’전(展)에서는 마타이 박사를 비롯해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노력한 미래학자 헤이젤 헨더슨 박사 등 자기 주변에서 행동의 유대를 넓힌 사람들의 도전을 소개했습니다.

마타이 박사가 행동을 시작한 계기는 고향의 상징물로 아낀 무화과나무가 경제개발 여파로 벌채된 사실을 알게 된 데 있습니다. 또 헨더슨 박사가 일어선 이유는 뉴욕에서 심각해진 대기오염 때문에 어린 딸의 피부가 그을어 더러워진 것이었습니다.

모두 그 원점에는 마음에 받은 큰 상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박사들은 ‘세계에 없으면 안 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낀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그 아픔을 아픔으로만 끝낼 수 없었습니다. 마타이 박사가 ‘나무 심기는 빈곤과 굶주림의 순환을 끊고 평화를 키운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나무심기운동을 넓히고 또 헨더슨 박사가 ‘깨끗한 공기를 아이들을 위해 되찾고 싶다’며 동료와 힘을 합쳐 행동을 일으켰듯이 자신들이 바라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건설’의 에너지로 승화시켰습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세계 구축해야


▎희망의 씨앗’ 전(展) 마지막 패널은 행동을 강조한다. / 사진:SGI
이러한 수많은 도전을 소개하는 ‘희망의 씨앗’ 전(展) 마지막 패널에는 잎이 무성한 나무 한 그루를 배경으로 ‘공백’이 펼쳐집니다. 그 ‘공백’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있는 장소에서 할 수 있는 도전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 행동을 ‘희망의 씨앗’으로 전 세계에 심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때마침 유엔은 창설 75주년을 기념해 ‘유엔 창설 75주년 기념사업(UN 75)’ 활동을 1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활동은 인류가 맞닥뜨린 많은 과제를 주시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세계를 건설할 수 있을까’에 관한 대화와 행동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방안입니다.

다양한 형태로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해 특히 국제사회에서 소외되기에 십상인 사람들을 중점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희망이나 공포에 귀를 기울이고 그 경험을 배우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대화를 통해 유엔 창설 100주년인 2045년을 향한 글로벌 비전을 세워 실현하기 위한 협동적인 행동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것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 기후변화 문제를 비롯한 코로나19에 따른 과제도 포함해 각자가 심각한 위협이나 과제를 마주하면서 느낀 마음을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도전을 낳는 양식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의 생각을 조각 하나하나로 모아 앞으로 구축하고 싶은 세계에 관한 비전을 인간으로서 실감할 수 있는 이미지로 만들어 함께 맞춰야 합니다. 이러한 대화를 통한 공동작업과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넓혀져야 모든 사람의 생명과 생활 그리고 존엄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길이 크게 열린다고 확신합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으로부터 29개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96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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