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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중·일 현대사는 임진왜란이 열었다 

 


판타지 소설은 대부분 동쪽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전설적인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은 서부인(선한 세력)과 동부인(악한 세력)의 대결이 주요 내용이다. [왕좌의 게임]의 주 무대도 웨스테로스(‘West’eros)다. 동쪽은? 야만족과 노예의 땅이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시대라지만, 시대는 여전히 서구 중심으로 돌아간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건너온 왕이 고통받던 노예를 해방하고 다시 서쪽으로 돌아가는 내용의 소설을 읽고 자란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서구 중심적 사고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면 과한 해석일까.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갔던 일상 속에도 서구 중심적 사고의 씨앗은 존재한다. ‘고요한 동방의 나라’라는 별칭이 그렇다. 콘서트장에서 ‘떼창’을 하며 놀 정도로 흥이 넘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은자의 나라’라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서구 중심적 사고를 거부하고, 한·중·일 세 나라의 시각으로 역사를 다시 쓴다. 저자에 따르면 ‘은자의 나라’에는 아시아를 낙후되고 폐쇄적인 나라로 만들어 외부(서구)의 도움이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는 나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같은 맥락에서 서구인들은 중국과 일본에 각각 ‘폐관’ ‘쇄국’이라는 수사를 붙였다.

재해석의 출발점은 임진왜란이다. 한국의 경우, 임진왜란을 계기로 신분제가 흔들리는 등 사회질서가 뒤바뀌었다. 서구 문명과 접촉이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다. 근·현대에 들어선 3국이 단순히 서구를 추종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을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는 변증법적 과정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김재현 인턴기자

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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