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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국방비 지출 세계 10위’ 年52조원 예산의 겉과 속 

AI-로봇군단 키울 ‘한국형 전략’이 없다 

문재인 정부 4년 새 12조 증가… 전투력 증강보다 군 복지 확충에 치중
전쟁 패러다임 혁명 눈앞인데 미래형 전투체계 개발·도입은 엄두 못내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7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첨단 무기와 군사장비를 시찰한 뒤 발언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의 국방비가 2021년 50조원을 훌쩍 넘겼다. 새해 국방예산이 52조8401억원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국방비가 사상 처음 40조원을 넘더니 불과 4년 만에 12조원이 더 늘었다. 연평균 7% 이상 증가다.

국방비 증액 덕분인지 한국의 군사력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2020년 7월 미국의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력은 138개국 가운데 미국·러시아·중국·인도·일본에 이어 6위였다. GFP는 전차와 항공기 등 동원 가능한 전투력과 인구 및 경제력 등을 종합한다. 한국은 2017년 11위에서 5단계나 올라섰고, 2019년에 비해서도 1단계 상승했다. 그러나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25위로 전년도보다 7단계나 하락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국방비를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각국의 군사비 지출에선 한국이 10위다. 그런데 한국의 군사력은 6위다. 그래서 국방비를 다른 나라에 비해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라는 평가도 나올 수 있다. 반대로 25위인 북한을 상대로 한국이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52조원이라는 국방비를 투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GFP는 핵무기를 계산에 넣지 않았다. 핵무장한 북한으로서는 군사력 평가에 손해를 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는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 북한의 핵무기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지만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에 대비하기 위해 100% 미국에 의존하는 것도 위험 부담이 없지 않다. 그러니 한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재래식 전투력이라도 갖춰야 하는 게 우리의 숙제다. 한반도는 주변에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에 둘러싸여 있다. 과거에 한 번씩 싸운 적도 있는 국가들이다. 한국은 120만여 명의 대규모 병력과 핵무기를 가진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지만, 세상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도 대비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있다.

무기 구매 등 방위력 개선비 비중은 줄어


▎ 2020년 11월 공개된 한국형 전술지대지 미사일(KTSSM)의 시험평가 장면. 100㎞ 이상 떨어진 원거리 해상 표적물의 한가운데를 정확히 명중하고 있다. / 사진:국방과학연구소
2021년 국방비는 전력운영비 33조4723억원과 방위력개선비 16조6804억원으로 구성됐다. 전력운영비는 장교와 병사들의 인건비에서부터 먹고 자고 입는 모든 운영비다. 방위력 개선비는 전투력 보강을 위한 무기 등을 구매하는 예산이다. 그런데 전력운영비는 2020년보다 7.3% 늘었는데, 방위력개선비는 1.9% 증가에 그쳤다. 방위력개선비가 전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33.2%에서 2021년엔 32.1%로 줄었다. 현 정부가 전투력 증강보다는 먹고 사는 복지 문제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수치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병사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고 있는 데다 현역병 단체보험 등 전에는 없던 항목이 생겼다. 국방부는 방위력개선비의 증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현재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해군 고속함 검독수리-B 배치(Batch)-Ⅱ와 함대공 유도탄, 경기관총, 특수침투정 등에서 감액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현재 추진 중인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 등 대형사업이 종료단계에 접어들어 방위력개선비의 증가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북정보 수집에 필요한 예산은 더 증가시켰다고 했다. 북한의 통신정보를 수집하는 백두체계 능력 보강 2차, 군 위성통신체계-Ⅱ, 연합군사정보처리체계 성능개량 등이다. 국방부의 이런 설명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경항공모함 예산이다. 문 대통령도 강조했던 경항공모함인 대형수송함-Ⅱ 사업에는 2021년 예산으로 달랑 1억원만 반영했다. 1억원으로는 설계비도 어림없다. 사실상 재검토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한국군의 전투력 증강을 파악하려면 2020년 8월 국방부가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이 중요하다. 국방 중기계획은 국방부가 정부 내에서 합의한 향후 5년간의 예산안이다. 이 중기계획을 보면 국방부가 군사력을 어떻게 건설할지를 비교적 소상히 알 수 있다. 문 정부가 군사력 건설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비전은 국방개혁 2.0이다. 이 국방개혁 2.0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방개혁안을 보완한 것이다. 문 정부는 ‘강한 안보’ ‘책임 국방’이라는 기조 하에 국방개혁 2.0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유능한 안보, 튼튼한 국방’을 목표로 국방개혁 2.0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혁신강군’을 지향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2021년부터 5년간 연평균 6.1%의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모두 300조7000억원을 국방비로 쓴다는 것이다. 이 국방중기계획 예산의 33.3%인 100조1000억원을 첨단전력 증강을 통한 강군건설을 위한 방위력 개선에 투입한다. 또 기술집약형 부대구조와 안정적 국방운영을 위해 전력운용 개선에도 66.7%인 200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력운용비에는 병력 감소와 부대 감축을 보완하기 위해 숙련된 간부 중심의 인력구조를 갖춰 전문화하고, 민간인력을 확대하는 등 국방인력 구조를 고(高)효율화한다는 것이다. 방위력 개선도 북한만이 아닌, 미래 위협 등 전방위 안보위협에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전력을 구비한다는 게 국방부의 복안이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보장한다고 국방부는 강조했다.

국방중기계획의 핵심 내용을 보면 경항공모함과 핵 추진 잠수함 건조, 미사일 확충, 100㎏ 무게의 초소형 정찰위성 발사, 로봇 전투체계 확보 등이 있다. 그 가운데 현 정부가 과감하게 띄운 목록이 경항공모함이다. 그런데도 2021년 예산엔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 경항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군내에서 여전히 왈가왈부하고 있다. 그러나 경항모는 한국 안보전략에 중요하다. 3만t급으로 추진될 경항모에는 최신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 20대가 탑재될 전망이다. 현재 추진 중인 경항모는 1척이지만, 기존 독도함 또는 마라도함의 갑판을 보강하면 경항모로 개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경항모를 동·서해로 보내 북한의 도발을 양방향에서 견제할 수 있다. F-35B는 북한 상공에 언제든 침투가 가능해 북한이 함부로 도발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수 있다. 이 전투기는 중국의 어떤 함재기보다 우수하다. 따라서 경항모를 활용해 동맹국과 연합하면 제주도 남단에서 남중국해와 인도양의 믈라카해협에 이르는 우리 해상수송로를 보호할 수도 있다. 조만간 미국과 중국이 동·남중국해에서 맞붙을 때 전략적인 균형추 역할도 할 수 있다. 물론 한미동맹에도 도움이 된다.

이 경항모에 소형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보고-Ⅲ(4000t급) 잠수함과 이지스함을 더하면 소규모 항모전투단을 구성할 수 있다. 항모전투단은 동북아에서 해양 세력 균형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3척이 건조될 장보고-Ⅲ은 탄도미사일(SLBM)과 순항미사일을 장착한다. 유사시 북한을 포함한 적대세력에 대한 타격 능력을 갖는다. 이지스함은 앞으로 모두 12척을 보유해 항모전투단에 편성될 전망이다. 해군은 현재 세종대왕함급(7650t) 이지스함 3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3척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6척의 미니 이지스함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6000t)을 추가 건조하면 해군의 이지스함은 사실상 12척으로 늘어난다. 경항모전투단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의 강력한 해군력을 바라보는 중국과 일본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文 도입의지 보인 경항모 예산 반영 안 돼


▎한국형 경항공모함 예상도. / 사진:국방부
중기계획에서 둘째로 눈여겨볼 전력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이다. 한국군은 미사일의 경우 현재도 수량은 북한에 버금가게 확보하고 있지만, 정확도는 훨씬 높다. 실제 전투시 우리 군 미사일의 정밀 유효타격력이 북한을 훨씬 앞선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확보하고 있어 심각한 위협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국방부는 미사일을 양적·질적으로 고도화한다고 밝혔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가지만, 재래식 미사일로 북핵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최근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으로선 세계 최대인 2t급 개발에 성공했다. 대형 탄두를 탑재한 이탄도미사일은 북한의 지하 100m 벙커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게 방산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대형 탄두가 지표면을 뚫고 들어가 콘크리트 벙커를 만나면 1차로 폭발해 파괴한 뒤, 더 깊게 파고들어 벙커 내부에서 최종 폭발해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도 800㎞여서 북한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재래식 미사일로 북핵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남북 미사일의 단순 비교가 아니라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 탄도미사일의 위험성 때문이다. 핵탄두의 파괴력은 너무나 치명적이라 한 발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부담이 있어서다.

정찰위성 쏘아 올려 美 정보 의존도 줄인다


▎한국의 경항공모함은 미 해군의 아메리카급 함정과 규모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메리카함에선 F-35B 전투기가 수직 이착륙할 수 있다. / 사진:미 해군
셋째는 감시 능력이다. 한국군의 작전 영역이 확장됨에 따라 2020년대 중반부터 소형 감시위성을 우주에 띄울 계획이다. 현재 우리 군의 전략정보는 거의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군이 소형 정찰위성을 갖게 되면 북한을 비롯해 중국까지 감시가 가능해진다. 실시간으로 필요한 북한군의 이동 정보를 확보해 공군 전투기와 미사일에 입력할 수 있다. 신속한 작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군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나 수도권을 향한 장사정포 사격, 대규모 전차부대 등을 탐지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에 대한 정보 의존도가 줄어든다.

한국군의 정보수집 능력 확대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라 국방부가 더 관심이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무게 100㎏급 소형 정찰위성은 미국도 현재 추진 중이다. 소형 위성에 더해 국방부가 추진하는 것은 한국형 위성항법 체계 사업이다. 우리 군은 위성항법 체계를 미국의 GPS에 의존하고 있다. 정밀도가 높은 군사용 위성항법 체계는 미군이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군 단독 작전에 한계가 있었다. 문제는 한국 단독의 정밀한 위성항법 체계를 구축하려면 32개가량의 항법 위성이 필요하다. 이에 드는 엄청난 예산을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넷째로 이번 중기계획의 중요한 대목인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활용한 무인전투체계다. 북한군 병력은 118만 명으로 한국군의 2배 이상이다. 기존의 전투 방식으로는 북한군의 대규모 전투력을 감당하기 어렵다.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전투 상황에서 많은 인명 피해도 불가피하다. 이에 인간 전투병을 대체할 로봇 전투체계를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2020년 폭발물 제거 로봇을, 2025년엔 무인수색 차량과 다목적 무인차량을, 2030년에는 무인 전투차량까지 개발해 배치한다. 바다에서도 무인 수상정과 정찰용 무인잠수정을, 공중에선 중·대형 공격 드론과 중거리·근거리 정찰용 드론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인간과 로봇 전투체계 구성에 따른 전술 개발과 인력 운영계획, 인공지능의 접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남북한 재래식 전투력만을 놓고 보면 이젠 북한군은 한국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현대전에서는 하드파워인 무기체계에 소프트파워인 지휘체계자동화시스템(C4I)과 상대방에 대한 정보수집 능력, 그리고 수집한 정보를 적시에 무기 체계 또는 해당 부대에 분배하는 기반체계의 효율성에 따라 전투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이런 전투구조는 2003년 미군과 이라크군과의 전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미군과 이라크군의 격차는 현재 한국군과 북한군의 차이와 비슷하다. 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군은 핵과 미사일을 제외한 나머지 재래식 무기에선 현재 북한보다 앞섰다.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은 모든 무기와 부대, 정보를 실시간에 연결하는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 방식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했다. 그 결과 미군은 ‘개구리 점프방식(Frog and Jump)’으로 이라크군을 공략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이라크의 항복을 받아냈다. 미군이 이라크 전쟁에서 활용한 군사기술은 현재 한반도에서도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다. 남북한의 무기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 명확하다. 북한이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최신 전차와 초대형 방사포, 신형 미사일 등을 공개했다. 그러나 그런 무기를 다량 생산해 부대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재 북한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고려하면 중국이 크게 도와주지 않는 한, 북한 스스로 전쟁 수준에 필요한 최신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령 북한군의 방사포 가운데 구경 300㎜ 방사포(우리의 다연장포)는 중국의 WS 계열과 러시아 BM-30을 모방한 것인데 최대 사거리가 200㎞나 된다. 휴전선에서 대전권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이 로켓탄은 발사 직후에는 관성항법으로 유도하지만, 표적에 가까이 가면 러시아 위성항법 체계인 글로나스(GLONASS)를 활용해 표적을 정확하게 때린다.

그러나 북한이 300㎜ 방사포 부대를 만들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현재 북한군이 수도권 북방에 배치한 대부분의 방사포는 수십 년 노후화됐다. 오차가 크고 포탄의 신뢰성도 떨어진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당시 사격한 북한 장사정포의 170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바다에 떨어졌고 불발탄도 있었다. 북한의 전차는 구소련제T 계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T-34·54·55·59·62와 비교적 신형인 천마호와 선군호(폭풍호)다. 그러나 T-34·54·55 등 1세대 전차가 북한군의 전체 전차의 40%를 차지한다. 2세대급으로 T-55를 개량한 T-62가 1800대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전차는 한국군의 M48A5와 전투력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군 주력인 K1 및 K2 전차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K2 전차는 기동 중에도 2㎞ 떨어진 상대방 전차를 맞힐 수 있지, T-62는 거의 희박하다. 따라서 기갑전력은 북한이 한국에 열세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육군이 보유한 아파치 공격헬기 36대는 북한군 전차부대를 순식간에 궤멸시킬 수 있다.

北 최신 전투기 미그-29, F-35A 탐지 못해


▎2020년 6월, 우리 공군에 실전 배치된 최신예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하기 위해 선회비행하고 있다.
해군과 공군은 육군의 기갑전력보다 남북한 사이에 차이가 더 크다. 우리 해군의 주 전투함은 대부분 1500t 이상이다. 천안함과 같은 전방 전투함인 초계함은 1200t이지만, 주력 전투함인 구축함은 3000t 이상이다.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급(KDX-Ⅲ·7650t), 충무공이순신함급(KDX-Ⅱ·4500t), 광개토대왕함급(KDX-Ⅰ·3200t) 등이다. 검독수리급(400t) 고속함은 체구는 작지만, 전투력은 북한의 어떤 고속정보다 세다.

이에 비해 북한은 1500t급 초계함으로는 나진급 1척뿐이다. 650t짜리 사리원급 5척에는 함대함 미사일도 장착돼 있지 않다. 그래서 북한 함정은 우리 해군 함정을 보면 겁부터 낼 수밖에 없다. 북한은 70척의 잠수함과 잠수정을 갖고 있다. 최근 건조 중인 고래급(3000t) 외엔 구소련제를 사 왔거나 모방한 것이다. 대부분 소형이어서 전투력은 떨어지지만, 수중에서 작전하는 잠수함의 은밀성으로 위협적이다. 하지만 북한의 잠수함 기지는 이미 공개돼 있고, 잠수함의 수중 작전 능력도 제한된다. 따라서 북한 잠수함 기지를 파괴하면 잠수함이 돌아갈 곳이 없다. 개전 초기에만 북한 잠수함을 차단하면 그 이후엔 전투력을 보장할 수 없다.

북한의 전투기도 매우 노후한 상태다. 대부분이 미그-15·17·19·21이다. 북한 노후 전투기 400여 대는 개전 초반에 3∼4차례로 나누어 우리 군의 주요 시설을 집중 공격하게 돼 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우리 군의 방어능력은 완벽하지 않다. 북한의 최신 전투기인 미그-29는 18대뿐이다. 1980년대 소련에서 생산된 이 전투기는 미국의 F-15·16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러나 성능 면에서는 한국군 KF-16이나 F-15K에 비해 크게 열세하다. 공중에서 만나면 거의 백전백패다. 하물며 공군이 도입 중인 스텔스기 F-35A와 만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북한 미그-29는 F-35A가 전방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F-35A가 발사한 공대공 미사일에 격추된다.

이처럼 남북한의 재래식 전력만 놓고 보면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의 방향이 적절한지, 2021년에 배정한 국방비 52조원의 쓰임새가 합리적인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국방부가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할 전투력은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비할 수 있는 분야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미 30∼60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이 핵탄두를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과 잠수함용 탄도미사일(SLBM)에 장착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미사일엔 이미 핵탄두가 장착돼 있을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3축 체제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의 탄도미사일과 F-35A 스텔스 전투기 등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기지 및 시설 등을 사전에 제거하는 킬 체인(Kill Chain),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북한이 도발할 경우 북한의 전쟁지도부를 제거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이다. 또 북한군의 강력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 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재래식 무기 대응에 초점, 미래전 대비엔 미흡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무인수색 차량 시연이 펼쳐지고 있다. 해당 차량은 위험지역을 수색·정찰하며 자율주행 기능을 통해 주·야간 감시, 지뢰탐지 임무 등을 수행할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 다음은 중장기적으로 미래전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군의 국방개혁이 북한의 재래식 전력에 맞춰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군사과학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국방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AI 기반체계와 로봇 전투체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산발적이다. 국방부와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면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은 국방개혁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AI를 장착한 전투 로봇체계로의 국방개혁으로 과감하게 전환했다. 미국의 경우 미래 전투체계(FCS) 등 기존의 국방개혁계획을 2009년 공식 폐기했다. 미 국방부는 대신 2040년까지 3단계에 걸쳐 AI-로봇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인간 전투병과 AI-로봇 전투병으로 구성된 유·무인 복합전투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보와 작전 및 지휘체계도 AI 기반으로 과감하게 바꾸고 있다.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라 중국군을 세계 최고의 AI 센터로 만든다고 알려졌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러시아군의 30%를 AI-전투 로봇체계로 교체할 계획이다.

문제는 AI-로봇 전투체계는 그 시스템 자체의 도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 전투병 1명과 AI-로봇전투병 3∼4개가 한 팀이 되어 전투를 벌이면 분대전술 또는 소부대전투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당연히 대대전술, 사단 및 군단작전 개념도 바뀐다. 따라서 제대별 전술과 교범, 작전계획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 또한 전투부대에 인간 전투병 대신 로봇이 투입되면서 병력 재배치가 전반적으로 발생한다. 부대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지원 및 교육체계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군 구조와 국방운영체계에 일대 혁명이 발생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우리 국방부는 이런 거대한 문제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는 조만간 다가올 AI-로봇 전투체계 도입과 전술 및 군 구조 개편을 하지 않으면 주변국의 잠재적인 위협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AI-로봇 전투체계를 도입해야 한국의 낮은 출산율에 따른 병력 부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지만, 군의 문민화와 정치적 중립,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국방력을 효율적으로 강화하는 국방개혁의 본질에서는 다소 벗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육·해·공군 사이에는 새로운 고성능 무기체계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는 경쟁 분위기도 있다. 예산 집행에 낭비 요소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국방개혁 2.0’이 병렬형 나열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장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군사교리의 발전과 미래 국방인력 확보가 미진하다. 이 가운데 군사교리는 어떻게 싸워서(How to fight) 어떻게 이길까(How to win)에 관한 명확한 목표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 전면전의 경우, 완전한 승리와 반격, 실지 회복과 정치적 승리, 피해의 최소화와 상대방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의 타격, 정치적 목표를 위한 최소한의 작전 목표의 달성 등이 설정되어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형 군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 김민석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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