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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미국이 손 떼는 세계, 그날이 오면… 

한국,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 

중국의 성공신화 종언, 국제질서 급변 예측
미국, 아시아 지역 이끌 대표로 일본 낙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정상 통화에서 한·미 양국이 역내 평화·번영의 핵심 동맹임을 확인했다. 두 정상은 또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 특히 한·일 관계 개선을 강조한 부분이 돋보인다.

세계적 지정학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이 쓴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또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2차 대전 후 세계를 ‘순찰’해 온 미국이 서서히 발을 빼면서 생기는 세계질서의 변화를 다룬 이 책은 일본이 지역 맹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싫든 좋든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지적이다.

자이한에 따르면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싸움을 말리는 역할을 더는 하지 않게 된다. 비공식적으로 미국을 대신할 아시아 지역 대표로 일본을 낙점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이 직접 중국을 상대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에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헌법 조항을 재해석하라고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또한 미국은 정보 공유와 군사기술 이전을 통해 일본을 가능한 한 가공할 존재로 만들고 있다. 아시아에서 지역 갈등이 마무리되면 일본이 우위를 점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질서가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중국은 성공신화의 종언을 고하게 될 거라고 예측됐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경제·군사 등 모든 면에서 머지않아 미국을 따라잡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자이한은 이런 전망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1인당 농경지가 상대적으로 작고 도시화로 농지의 질도 떨어진다. 농업은 금융정책 의존도가 높아 금융체제에 균열이 생기면 큰 문제다. 곡물을 지속적으로 수입하려면 그동안 미국이 유지해 온 세계질서도 필요하고 나머지 세계가 그런 곡물들을 생산할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국의 인구 구조는 더할 나위 없이 최악이다. ‘한 자녀 정책’과 ‘남아 선호 사상’ 여파로 2050년이 되면 중국 인구의 3분의 1은 60세가 넘는다. 세계에서 위협에 가장 취약한 중국 수입 경로의 안전을 보장할 역량이 중국에는 없다. 중국의 이익에 대해 미국이 미약하게라도 반격을 가하면 오늘날 중국을 가능케 한 모든 게 철저히 파괴된다.

중국이 미래에 세계를 지배하리라는 전망은 유토피아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자이한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부상을 가능케 했던 여건들의 환상적인 조합이 헝클어지면 중국은 눈부신 부상에 상응하는 강도의 처참한 추락을 맛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추락은 기정사실이고 단지 그 시기가 언제일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동북아시아에 닥칠 경우 가장 극단적인 상황 변화는 한국과 북한이 겪게 된다. 러시아가 쇠퇴하고, 미국이 손을 떼고, 중국이 붕괴냐 후퇴냐의 기로에 서게 되면 선택지는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다시 부상하는 일본과 사실상 경제적으로 융합하는 길을 모색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자이한은 말한다. 일본은 한국이 구조적인 경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 해외 시장에 계속 접근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일 것이라고 자이한은 주장한다. 이 같은 자이한의 제언이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의 재부상에 따른 국제 역학의 변화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gn.co.kr

※ 이 기사는 중앙콘텐트랩에서 월간중앙과 중앙SUNDAY에 모두 공급합니다.

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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