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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재계 리더 시험대 선 최태원(대한상의 회장) SK그룹 회장 

“가치사슬 넓혀야 공유 이익도 커진다”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 유지 계승해 ‘딥 체인지’ 역설하며 사회적 가치 전파
대한상의 회장 맡아 정부와 재계 소통 책무, 反기업 정서 해소에 총력 의지


▎2020년 10월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열린 ‘2020 CEO 세미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파이낸셜 스토리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SK
SK그룹은 2021년 1월 26일 SK와이번스 야구단 매각을 전격 발표했다. 야구단 주식과 토지, 건물을 신세계그룹이 매입했다. 금액은 1352억8000만원이었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을 거느린 재계 3위 기업이 자금이 아쉬워서 야구단을 팔았을 리 없다. 그만큼 시장은 그 이유를 궁금하게 여겼다.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보유했던 모기업 SK텔레콤이 답을 내놨다. “다양한 스포츠 균형 발전과 국내 스포츠의 글로벌 육성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할 ‘대한민국 스포츠 육성 TF’를 발족할 계획이다.” 여론 주목도가 높고 상업적 이미지가 강한 프로야구단을 접는 대신, 핸드볼·펜싱 등 비인기 종목의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데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비인기 종목을 들여다보는 것이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맥락이 닿는다”는 평소 최태원(61) SK그룹 회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현재 최 회장은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08년 12월 취임 이래 연임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 협회장 직에서 잠시 물러났지만, 2016년 대한핸드볼협회와 국민생활체육 전국핸드볼연합회 통합 회장으로 복귀했다. 임기 중 최 회장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건립(2011년)했다. 2011년 12월 여자핸드볼팀 용인시청이 해체되자 2012년 2월 SK슈가글라이더즈, 2015년 11월 남자핸드볼팀 코로사가 사라지자 2016년 2월 SK호크스를 창단했다. 이 외에도 SK는 핸드볼 저변 확대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70억~80억원을 투자해왔다. 지금까지 대략 1000억원 넘게 조건을 달지 않고, ‘돈이 되지 않는’ 핸드볼을 도왔다. 핸드볼뿐 아니라 올림픽 효자종목인 펜싱도 SK가 후원사다. 동계 종목에서도 대한빙상경기연맹을 돕고 있고, SK텔레콤은 장애인사이클팀을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 분야만 봐도 SK는 집요하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윤 창출의 도구로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스포츠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움직인다. 돈을 잘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돈을 잘 쓰는 방향으로 가치가 이동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수장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어렵다.

최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전 회장은 생전 ‘30억론(論)’을 주창한 적이 있다. “30억원을 벌 때까지는 사업으로 돈 버는 일이 그렇게 재밌더라. 그러나 30억 넘게 모이니까 그다음부턴 큰 의미가 없더라.” 최태원 회장도 이와 흡사한 고백을 했다. 2019년 5월 2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에 참석해 꽤 길고 솔직하게 심경을 전했다.

“선대 회장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회장으로 취임했다. IMF가 있었을 때로 상당히 어려운 시기였다. 전쟁을 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남긴 했지만 전쟁 끝에 선 나는 착한 사람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반대로 지독한 기업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이든 했다. 솔직히 나는 공감 능력이 제로였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사람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일로 봤다. 그러다 보니 가슴속은 텅 비어버렸다. 그런데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돈, 이런 것은 전혀 관심 없고 전부 사람이었다. 나는 공감 능력은 없지만 어떻게든 배워서 이 세상에 있는 문제를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것이 나한테 목표가 됐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은 김희영 T&C 재단 이사장이라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그녀는 이날 소셜밸류커넥트에 참석해 최 회장의 고백을 경청했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주도적으로 탐험

최 회장은 지금까지 책을 딱 한 권 썼다. 2014년 10월 내놓은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 그것이다. 이 책에는 그가 사회적 가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근원이 나와 있다. ‘5년 전(2009년) 국내 한 대학교에서 열린 국제 포럼’에서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와 처음 만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던 선친 최종현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을 21세기에 걸맞도록 수용·발전시키고자 고심하던” 무렵이었다.

토론을 즐기는 최 회장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조력자 가운데 한 명이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였다. 장 교수는 “SK의 사회적 가치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CSV(공유가치창출)보다 더 적극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SK의 사회적 가치는 일종의 역발상이다. 과거의 ‘기업이 이윤을 내야 사회에 혜택이 돌아간다’를 탈피해 ‘사회에 먼저 혜택이 발생하면, 결국 기업의 이익 창출에도 좋다’는 패러다임 시프트다. 장 교수는 이를 “노령화나 환경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이 주도적으로 탐험한다”고 표현했다.

최 회장이 제시한 사회적 가치는 단번에 와닿지 않는 추상적 개념을 수반한다. ‘더블보텀라인(DBL) 경영’, ‘딥 체인지’, ‘세이프티 넷’, ‘파이낸셜 스토리’ 등이 대표적이다, DBL 경영은 어떤 회사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회계 숫자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SK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은 이익만 많이 낸다고 칭찬받지 못한다. SK의 경영자라면 사회 안전망(세이프티 넷)에도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한다. 이를 일컬어 최 회장은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라고 지칭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 회장이 “이윤만 추구하면 기업은 돌연사한다”라는 핵심 화두를 꺼냈다. 그는 2017년 8월 시작한 ‘이천포럼’에서 “딥 체인지에 관한 구체적 전략을 함께 모색해 달라”고 그룹 임원진에 주문했다. “기업의 성장이 사회적 가치와 함께 가려면 공동체의 크기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대기업 집단이라는 범위에서 생각한다. SK그룹 소속 임직원 8만 명이 아니라 협력사와 그 가족 등 200만 명으로 가치사슬을 넓혀야 공유되는 이익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독특한 지점은 대기업의 비교우위 강점인 ‘규모의 경제’에 대해 최 회장은 꽤 비판적이라는 대목이다.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다가는 오히려 SK의 사이즈가 (민첩한 적응에 부적합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장 교수는 “대형 언론사의 콘텐트보다 유튜브 플랫폼의 1인 콘텐트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고 거기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소비자의 태도가 변화했고, 기술이 진보했고, 질병 등 변수가 많아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는 [코끼리와 벼룩]이라는 책에서 거대조직을 상징하는 코끼리보다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 벼룩의 삶에 주목했다. 벼룩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열정과 목적의식, 그리고 ‘다르게 하기’라고 규정했다. 최 회장의 작업은 코끼리 SK의 구성원들에게 벼룩의 마인드를 이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령 소비자는 마트에 가서 이왕이면 매일우유, 오뚜기 식품, 삼진어묵을 집는다. 이들 회사의 품질이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거나 가격이 딱히 저렴하지 않음에도 그렇게 한다. 이들 회사에 ‘사회에 기여하는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면, 마치 선한 행위에 동참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SK 계열사 대부분은 B2C 위주는 아니지만) 큰 틀에서 SK가 추구하려는 목적과 유사한 결이다.

천재론과 인화론 초월한 ‘연대론’


▎2018년 8월 14일 종로구 SK 본사에서 최종현 전 회장 20주기 추모 사진전이 열렸다. 그의 경영사상은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다. / 사진:SK
최 회장의 말에는 유독 ‘생태계’, ‘협업’ 같은 단어가 자주 들어간다. 이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천재론, 구본무 전 LG 회장의 인화론과 다른 개념의 경영철학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강도가 세지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나 기업의 단독 플레이로는 과제를 풀기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일례로 기후변화, 청년실업, 사회 양극화 등의 문제는 SK그룹의 역량만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글로벌 현안이다. 기업이 사회와 연대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2019년 10월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SK CEO 세미나에서 최 회장이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체인지한다는 것은 기업의 정체성을 바꾸는 문제다. 에너지기업은 환경기업, 통신기업은 AI(인공지능) 컴퍼니로 변해야 한다. 이제부터 어떤 게임을 할지 생각해야 한다. 지금처럼 매출 늘리고 비용 줄여서 이익을 많이 내는 게임을 계속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할지를 말이다. ‘기존 자원을 3년 이내에 다 없애겠다’, 거의 이 정도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최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취임은 SK라는 담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상공회의소(서울상의) 회장단은 2021년 2월 1일 박용만 회장의 후임으로 최 회장을 단독 추대했다. 이어 2월 23일 임시 의원총회를 열고 최 회장을 정식으로 선출했다. 관례적으로 서울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겸한다. 3월 24일 물러나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 회장은 평소 상생, 환경,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분이기에 현시점에서 더없이 적합한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서면을 통해 “추대에 감사드린다. 대한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화답했다.

예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경제단체로 첫 손에 꼽혔지만, 현재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은 전부 전경련에서 탈퇴한 상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전경련은 과거의 위상을 상실했다.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행사나 경제장관회의 대상에 제외되는 ‘패싱’을 당하고 있다. 그 공백을 대한상의가 대체하고 있다.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대한상의 회장 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전경련은 회장을 구하지 못해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6연임을 하는 상황이다. 재계와 정부의 실질적 소통 창구 지위를 대한상의가 대신하고 있다.

SK는 “딱히 혜택받은 것도 없다”며 극도로 조심스러워하지만, 현 정부와 비교적 ‘코드가 통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중시) 경영은 문 정부가 지향하는 기업관과 포개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런 구도에서 최 회장의 대한상의 등판은 ‘SK에서 축적한 경영철학을 한국 재계 전반에 전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가장 큰 과제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국민 전반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는 일이다. 실제 최 회장은 2020년 10월 경북 안동 강연에서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에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가겠다”고 예고했다. ‘기업은 악, 노조는 선’이라는 인식의 틀이 바뀐다면, 국회나 정부의 의사결정과 실행도 자연스럽게 친기업적으로 흐를 수 있다.

SK에서 축적한 경영철학을 한국 재계 전반에 전파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 경영철학의 목적지는 ‘행복’이다. 기업이 행복하려면 사회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 사진:SK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2020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담은 ‘기업규제 3법’을 통과시켰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의 유예 요청은 묵살됐다. 이로써 상법 개정으로 대주주 경영자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국내외 투기자본이나 사모펀드 등이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할 빌미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여럿이 지분을 나눠 가지는 기업은 (저마다 보유한 3% 의결권을 합쳐서) 그나마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있겠지만, 최대주주 1명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아무리 주식이 많아도 1명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니까) 위험해진다. 이 밖에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 처리됐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를 확대했고, 금융그룹감독법으로 삼성, 현대차, 한화 등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를 견제했다. 반면 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등 소위 ‘ILO 3법(국제노동기구 ILO의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3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처럼 노조에 유리한 법안은 모조리 통과됐다. 해직자나 실직자 조합원의 노조 가입과 활동이 가능해졌다.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2021년 1월 3일 상법 개정 등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당장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헤쳐나갈 수 있도록 최소한 몇 가지 사항만이라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보완 입법으로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위기감과 별개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과거 일부 재벌들의 구태와 갑질 등이 깊숙이 각인된 탓이다.

‘대한상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라인업’


▎2021년 1월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문 정부의 기업정책은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주창하는 ESG 경영과 결이 비슷하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최 회장이 정부와 소통하려면 일단 대한상의 내부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18만 회원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98%가 중소·중견기업이다. 이들과 대기업이 ‘원 보이스’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부호다. 대한상의는 SK처럼 최 회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98%의 중소·중견기업을 설득하고 감화시키는 작업도 최 회장 앞에 놓인 숙제다. 장용석 교수는 “당장 하루가 버거운 중소·중견기업의 현실을 모르지 않을 최 회장이 그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강요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협력업체가 모두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가치사슬의 케이스를 만들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계를 향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나선 최 회장의 양손에는 SK와 대한상의라는 두 개의 지팡이가 주어졌다. 대개의 여론은 일단 성공 경험을 한 번이라도 목격해야 의구심을 거둔다. 그런 점에서 SK 계열사들의 활동은 구체적 근거다. SK하이닉스는 ‘이해관계자 상생을 통한 성장’이라는 테마 아래 사회적 가치 창출 분야를 4개로 쪼갰다. ▷환경 ▷동반성장 ▷사회 안전망 ▷기업문화 등에서 2030년까지의 목표를 구체화한 ‘SV 2030’ 로드맵을 내놨다. 일례로 동반성장 분야에서는 소재·부품·장비 협력회사들의 역량을 높여 한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사회 안전망 분야에서는 팬데믹, 자연재해 등 위기 발생에 대비하는 기업의 역할을 정립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기지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여를 병행한다.

SK는 동반성장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계열사들의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해왔다. 2012년 73개 회사에서 출발해 2019년 214개까지 평가 대상을 늘렸다. 가장 최근인 2020년 9월 발표에 따르면, SK㈜·SK텔레콤·SK하이닉스·SK종합화학·SK건설 등 5개사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특히 SK종합화학은 유가 하락과 코로나19라는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도 협력사와의 상생을 지속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2020년 5월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화훼농가를 지원하는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했고, 7월 마늘 구매 후 나눔 실천으로 충남 서산의 마늘 농가를 도왔다.

환경 분야에서는 SK그룹 차원에서 2020년 12월 한국 최초로 ‘RF100’ 가입을 확정했다. RF100 가입 조직은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뜻을 공유한다. 영국 런던 소재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2014년 시작했으며 애플·구글·GM·이케아 등 전 세계 263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M&A로 세를 확장해온 SK의 2021년 첫 투자처는 글로벌 수소 기업인 미국 플러그파워였다. SK㈜와 SK E&S는 1조6000억원(15억 달러)을 투자해 이 회사 지분 9.9%를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밖에 SK는 독일 바스프와 함께 ESG 성과를 측정하는 ‘연합’을 결성했다.

그리고 SK의 담을 넘어선 공간인 대한상의에서 뜻을 펼치기 위해 최 회장은 부회장단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을 설득해 합류를 끌어냈다.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정보통신기술 업계 경영자가 참여하는 것은 최초다. “세대교체는 물론, 미래 유망업종의 대표기업인이 참여함으로써 대한상의가 다양한 재계 입장 전달과 정책 건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재계에선 ‘대한상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라인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외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박지원 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 글로벌 대표,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이 부회장단에 가세했다.

“무거운 책임… 견마지로를 다하겠다”

최 회장은 2월 2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제24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을 맡은 데 대해 상당한 망설임과 여러 생각, 고초가 있었지만 나름 중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많은 분과 함께 경영 환경과 대한민국의 앞날,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최 회장이 SK보다 대한상의 일에 더 많은 시간을 기울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SK는 2012년부터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왔다. 최 회장도 2019년 그룹 지주회사인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사외이사인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의장직을 맡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의 지배력이 투명해진 것이지 약화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 이에 관해 SK 측은 “SK 각 관계사는 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추구해왔다. 다만 최 회장이 그룹 내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은 당연히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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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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