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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외교정책 핵심으로 ‘인권’ 꺼내 든 미국 

바이든, 인권의 칼로 중·러의 급소 찔러 

EU·호주·日·韓 등을 묶는 민주주의 가치동맹으로 北·中·러 포위
중국은 불매운동으로 강경 대응… 文 정부 대북정책 고비 맞아


▎2021년 3월 12일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인도 태평양 4개국 협의체인 쿼드의 사상 첫 정상회담이 열렸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 대중국 전략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 사진:UPI연합뉴스
"중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에 대해 지속적인 집단학살(genocide)과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다. 100만 명 이상의 위구르족과 다른 모슬렘 소수민족들이 수용소에 강제 구금됐고, 이 가운데 일부는 강제 노동과 고문, 강제 불임 시술과 낙태 시술을 강요당했다. 별도로 2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이 낮에만 운영되는 ‘재교육센터’에서 직업훈련을 받는다. 수용 캠프는 지난해 더욱 확장됐고, 학대는 진행 중이다.”

미국 국무부가 3월 30일 발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 중국 편에서 중국 정부의 각종 인권 탄압을 적시한 내용 중 일부 대목이다. 미국 국무부는 1977년부터 매년 각국의 인권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는데, 이번 보고서는 45번째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미국의 역대 정부에서 작성한 인권보고서 중에서 가장 신랄하게 각국의 인권 실태를 비판한 문서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미국 정부가 인권을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인권 탄압을 일삼아온 중국 등에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번 인권 보고서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정책 핵심에 인권을 다시 돌려놓겠다고 약속했고, 이는 나와 국무부가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약속”이라면서 “우리는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의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이번 인권보고서는 민주주의와 독재주의를 정확히 구분하기 위한 것이며, 기본 원칙과 기본 권리를 수호하고 국제사회에서 잘 작동해온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이 ‘민주주의’라는 단어(11차례)를 사용하면서 미국이 앞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0일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은 더는 독재자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믿는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이란 가치를 항상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싸잡아 ‘불량배(thug)’라고 지칭하기도 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美, 동맹국 사우디의 인권도 건드려


▎중국의 인권 침해 현장으로 의심받는 신장 위구르의 수용소.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정부는 3년 만에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 복귀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우선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2018년 6월 UNHRC를 탈퇴한 바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UNHRC가 이스라엘에 편견과 반감을 보이고 미국이 요구하는 개혁을 외면한다는 이유를 들어 탈퇴를 지시했었다. 블링컨 장관은 2월 8일 미국의 UNHRC 복귀를 발표한 성명에서 “UNHRC가 결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기구가 전 세계 폭정과 부정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위한 중요한 회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인권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미국은 3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6차 UNHRC에 제출된 북한 인권결의안에 유럽연합(EU)·일본·영국·호주 등 42개국과 함께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UNHRC는 3월 23일 북한 인권결의안을 2003년부터 19년 연속으로 채택했다.

주목할 점은 바이든 정부가 독재 국가들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의 인권 문제에도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국가정보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승인했다고 판단하는 내용의 비밀 정보 보고서를 공개한 것을 들 수 있다.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반체제 인사로 미국에 망명해 활동해왔던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됐는데, 시신은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은 카슈끄지 암살을 무함마드 왕세자가 했을 것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미국 의회는 그동안 이 비밀 보고서 공개를 요구해왔지만,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인 사우디의 입장을 고려해 이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사우디와의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했다. 그 이유는 국제사회에 인권을 중시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한 이후 한 달이 넘은 2월 25일에야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통화함으로써 앞으로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자를 대화상대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살인자”


▎2020년 9월 러시아 인권운동가 나발니(가운데)의 독살 미수 배후에는 러시아 정부가 있다는 시각이 짙다. / 사진:나발니 인스타그램
바이든 정부는 최대의 적국 중 하나인 러시아에 대해서도 인권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3월 2일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 등에 대해 무더기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제재 대상들을 보면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 국장과 이고리 크라스노프 검찰총장, 안드레이 야린 대통령 정책실장, 세르게이 키리옌코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 등 푸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또 러시아 제27호 과학센터, 제33호 과학시험연구소, 국가유기화학기술연구소 등 과학기관 3곳과 연방보안국, 군사정보국 등 보안기관 2곳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러시아의 대량파괴 무기(WMD) 프로그램과 화학무기 활동을 지원하는 14개 기업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바이든 정부의 이런 조치는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 정부에 아무런 제재 조치를 내리지도 않는 등 상당히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20일 시베리아의 옴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던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 기내에서 화학무기의 일종인 노비촉에 중독돼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나발니는 그동안 독일 베를린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오다 1월 18일 귀국했다. 나발니는 2월 2일 사기 혐의 등으로 선고된 집행유예 의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아 1심 법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항소도 기각돼 현재 블라디미르주 파크로프시의 제2번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교도소는 재소자들에게 가혹하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17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등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윌리엄 코트니 수석연구원은 “미국 대통령이 주요 적국 지도자를 살인자라고 언급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언급에 격노했다. 푸틴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일본 핵 공격, 신대륙 개척 때의 인디언 학살, 흑인 노예제와 차별문제 등을 거론하며 “고통스러운 유산이 미국의 책임으로 남아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정부는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등,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한 국가가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에 파견한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것은 그 국가에 대한 강력한 항의 표시다.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 정부의 인권 탄압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데에는 속셈이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의 대서양 동맹을 복원하는 등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그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러시아의 침공 위협과 인권 탄압 등에 맞서 미국이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 제재 조치를 내려주기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에 유화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국가들 간의 대서양 동맹이 상당히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바이든 정부로선 미국이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대서양 동맹을 복원해 유럽 국가들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인권 문제를 고리로 러시아를 압박하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25일 화상으로 진행된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독재 국가들에 맞서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단호한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와 미국이 협력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글로벌 패권 다툼의 라이벌로 간주되는 중국에 대해선 인권 문제를 ‘전략 무기’로 삼아 아예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국무부가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집단학살’(genocide)이라고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라는 공식문서에서 규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역대 미국 정부에서 이런 용어를 가장 먼저 사용한 인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퇴임 바로 전날인 1월 19일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에 대해 집단학살과 인도적 범죄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블링컨 장관도 1월 27일 국무장관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은 집단학살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용어를 국무부의 공식 문서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집단학살은 ‘민족, 종족, 인종, 종교 집단의 전체 혹은 일부를 파괴할 의도로 저지르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미국과 EU, 중국 정부 인권 탄압에 공세


▎2021년 3월 19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지만, 평행선을 그었다. / 사진:AP연합뉴스
유엔은 1948년 총회에서 집단학살 범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다. 중국은 유엔의 151개 회원국과 함께 이 협약의 서명국이다. 이런 가운데 비정부기구인 미국의 싱크탱크 뉴 라인스 연구소는 3월 9일 ‘위구르족 집단학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이 협정의 모든 사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인권·전쟁범죄·국제법 전문가 50여 명이 참여해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집단학살 실태를 다룬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3월 18일과 19일 1박 2일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캡틴 쿡 호텔에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고위급 대면 회담을 갖고 위구르족 인권 탄압 문제를 포함해 양국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지만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당시 회담엔 미국 정부에서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정부에서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각각 참석했다. 양국 대표들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격한 설전을 벌였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신장 위구르, 홍콩, 대만,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우리 동맹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포함한 중국 행동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이런 행동들은 세계 안정을 유지하는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양 정치국원은 “대만·홍콩·신장위구르는 모두 중국 영토이며, 중국은 미국의 내정 간섭을 결단코 반대한다”면서 “미국은 국내 인권에 문제가 많은데 자국 일이나 잘 관리하라”고 반박했다.

알래스카에서 충돌한 미·중


▎2012년 조 바이든(오른쪽) 당시 부통령과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백악관에서 만났다. 이때만 해도 훈훈했던 둘의 밀월관계는 사실상 깨졌다.
양국이 냉전 시대처럼 충돌한 지 사흘 만인 3월 22일 미국은 EU·영국·캐나다 등 서방국가들과 함께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관련된 중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단체 등에 대한 제재 조치를 동시다발적으로 전격 단행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제재 조치를 환영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EU가 인권 탄압과 관련해 중국을 제재한 것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제재는 인권을 보호하고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잔악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려는 다자협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인권을 고리로 한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서방 동맹국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미국 언론들도 EU가 미국과 달리 그동안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중국과의 대립을 피해 왔다면서 이번 제재 조치를 높이 평가했다. EU가 미국의 중국 제재에 동참한 것을 볼 때 지난해 말 타결된 EU와 중국 간 투자협정이 자칫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정부가 위구르족은 물론 티베트, 홍콩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강력하게 문제 삼고 있는 이유는 중국과 EU,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 한국 등 동맹국들과 사이에 선을 그으려는 의도 때문이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연대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들을 하나로 묶는 축으로 내세운 것이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다. 바이든 정부는 이를 통해 중국, 러시아 등 독재 국가들에 맞설 수 있는 이른바 ‘가치동맹’을 구축할 수 있다. EU는 그동안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안보적으로 미국과 협력하는 ‘줄타기 외교’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위구르족 인권 탄압 문제는 유럽의 외교적 균형추를 미국 쪽으로 기울게 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EU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의회와 유럽위원회 정치안보위원회를 사상 처음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EU 회원국들은 유럽 시민을 대변하는 기관인 유럽의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또 유럽 기업들은 위구르족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신장 위구르 지역의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스웨덴 의류업체 H&M 등이 중국에서 대대적인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에 위협마저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EU는 앞으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문제에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강력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北 인권문제 놓고 韓·美 간 온도 차 우려

그렇다면 바이든 정부가 인권을 전략무기 삼아 세계 최강국이 되려는 야심을 보여온 중국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의 인권을 앞세운 외교 정책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재임 기간 1977~1981년)의 ‘인권 외교’와 비슷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해 인권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이민·인종차별 정책과 선거 불복 및 법치 외면 등으로 미국이 극심하게 분열된 상황에서 취임했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카터 전 대통령의 인권 외교는 소련의 아프간 침공과 아야톨라 루홀라호메이니의 이란 혁명을 막지 못했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의 마찰을 빚으면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카터 전 대통령은 인권을 고리로 동맹국들과 연대를 강화하려다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지 못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동맹국을 규합하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카터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는 무기로 ‘관세’보다는 인권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 벌인 무역 전쟁에서 미국은 사실상 패배했기 때문이다. 양저우 미국 미네소타대 경제학 교수는 “관세 폭탄으로 인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은 0.3% 정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들과 가치동맹을 맺고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25일 취임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은 몸속에 민주주의적인 성향은 한 글자도 없다”면서 “중국이 계속 노골적인 인권 침해를 한다면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끊임없이 세계의 관심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강력하게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리사 피터슨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대행은 “북한의 인권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필수적 요소”라면서 “북한의 인권 침해에 계속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피터슨 대행은 “북한에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늘리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라며 “우리는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위해 비정부기구 및 다른 나라들의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도 “북한 주민들은 억압적 정권 밑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놓고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김정은 정권의 인권 탄압 등을 무시하고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 기존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바이든 정부와 불협화음이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시행에 들어간 ‘대북전단 금지법’(남북협력에 관한 법률에 대한 개정안)에 대해서도 인권 보고서에서 문제로 삼았다. 위구르족과 홍콩 인권 탄압 등에 침묵한 채 시진핑 주석의 방한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중 간 어설픈 줄타기가 자칫하면 한·미동맹을 최악의 상황에 빠뜨릴 수도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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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호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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