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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 軍 급식 시스템, 민간 위탁 확대하고 부식 조달도 경쟁 입찰로 전환한다 

국방부 추진 의지 강하지만… 기대만큼 효과 거둘지는 미지수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장병 급식 민간 위탁했지만 식단 만족도 낮아지고 메뉴 줄어든 사례도
“식재료 조달 경쟁 입찰은 군단·사단 단위 구매로 되레 원가 상승” 주장


▎국방부가 연말부터 급식 외주화를 확대한다. 조달체계도 개편해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식재료 독점 조달 계약을 줄여나간 뒤 2025년부터 완전 경쟁 입찰 제도를 도입한다. 사진은 군 장병들의 식사 장면. / 사진:연합뉴스
장병 부실급식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국방부가 연말부터 급식 외주화를 확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현행 조달체계를 개편해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식재료 독점 조달 계약을 줄여나간 뒤 2025년부터 완전 경쟁 입찰 제도를 도입한다. 월간중앙이 입수한 국방부 비공개 문건에 따르면 군은 조리병 혹사 논란, 식단 품질 저하, 장병 선호도에 부합하지 못하는 메뉴 등 급식 체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군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급식 시스템 외주화 확대를 선택했다. 아울러 지난 50년간 수의 계약으로 진행해온 부식 조달 체계도 완전 경쟁으로 전환한다.

문건에 따르면, 장병의 건강을 지키며 전투태세 유지에 필수적인 군 급식은 단계적으로 민간의 손에 맡겨진다. 국방부는 민간 위탁을 추진하게 된 필요성으로 “병력 자원 감소로 민간단체 급식과 유사한 수준의 조리 인력 충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상황과 조리병 중심의 인력 구조에서는 민간단체 급식보다 음식의 맛과 질이 저하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간 위탁은 우선 육군훈련소, 9사단·39사단 신교대, 교육사 신병대대, 기본군사훈련단 등 육·해·공군 10개 부대가 연말 시범사업 대상 부대로 지정됐다.

국방부는 민간 업체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위탁 급식에 대한 부가세 면세를 추진하기로 했다. 문건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1식 3333원 중 303원을 부가세로 납부하면 3030원으로 인건비·식재료를 충당해야 한다”며 “부가세 면세 시급식의 질 향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군 급식 위탁사업자도 면세 대상자로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추가 ‘지원’도 준비했다. 문건에는 식당 운영에 필요한 제반 경비, 즉 연료비·전기료·수도료·잔반처리비용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문건에 포함돼 있다.

국방부는 51년 만에 조달 체계도 개편한다. 군은 1970년 1월 체결한 ‘군 급식 품목 계획 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에 따라 장병 급식에 사용되는 농·축·수산물을 50년 넘게 수의 계약 방식으로 조달해왔다. 사실상 독점 계약으로 국방부가 군납조합에 1년 치 사용 식재료를 요구하고 농·축·수산 가구는 이에 맞춰 조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군은 기존 ‘선(先)조달 후(後)식단 편성’으로는 장병의 기호에 맞는 식단을 구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先식단 편성 後경쟁 조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완전 경쟁 입찰을 도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기존 농·축·수협과의 수의 계약 체계를 유지하되, 2021년 급식량 대비 2022년 80%, 2023년 60%, 2024년 40% 수준으로 계약 물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식재료 조달 체계도 완전 경쟁 입찰로 개편 추진


▎국방부가 작성한 ‘급식 개선과 민간 위탁 시범사업’ 비공개 문건. 군은 부가세와 전기료·수도료·연료비 등 제반 비용을 지원하면서까지 민간 위탁을 확대하기로 했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국방부의 계획은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치지 않고 결정된 것으로 파악돼 앞으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급식 외주화 확대는 필수적으로 국방비 증액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급식 외주화만으로는 근본적으로 급식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방부의 급식 외주화와 관련, 장병의 건강을 지키고 만족도를 높이며 전투태세 유지에 효과가 있다면 추가적 국가 예산 투입과 경비 지원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그 방법이 반드시 ‘외주화 확대’라고는 볼 수 없다는 의견들을 보였다. 그 이유로 첫째, 장병 급식을 외주화하더라도 식단 만족도는 가변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월간중앙이 입수한 국방부 문건에서도 민간 위탁 시범사업에서의 급식 만족도 평가 결과를 보면 식단 만족도는 4월 96.5%, 5월 94%, 6월 93.5%로 나타났다. 비교적 높은 수치지만 하향 곡선이다. 일반 군 급식과 비교해 식단의 메뉴 편성도 크게 차이가 없다. 문건에서는 민간 위탁을 처음 실시한 2020년 3월에만 군 급식 대비 20가지 메뉴가 추가됐고, 4분기에는 메뉴가 2가지로 확 줄었다. 2021년 1분기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1가지로 나타났다. 외식업체 관계자 A씨는 이와 관련해 “군에서 이것저것 지원해준다니 업체 입장에서는 우선 참여하고 보자는 식으로 위탁 초기에는 마이너스 이익을 내면서 풍성한 식단을 운영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이익을 남겨야 하는 사업이니 지속해서 교묘하게 식단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외식업체 전문가들은 현 상태에서는 민간 위탁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민·군 상생 협력이 필요하나 군에서 추진하는 외주화의 경우 사실상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통 전문업체 관계자 B씨의 설명이다. “1일 급식비, 부가세 보전 및 면세, 제반 비용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중소 업체는 진입 장벽이 높다. 전국적인 유통망과 대규모 거래로 원가 절감을 할 수 있는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군의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전문가 “장병 급식 민간 위탁 확대돼도 대기업만 혜택”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올라온 부실급식 제보 사진. 국방부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민간 위탁과 경쟁 입찰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섣부른 도입으로 또 다른 부실급식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국방부가 추진하는 민간 위탁은 여간해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실례로 비공개 문건에 적시된 ‘육군부사관학교 민간 위탁 참고자료’를 보면 시범 운영하는 위탁 업체의 수익성은 올해 4월 -6.1%, 5월 -11.1%, 6월 -8.6%로 집계됐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10% 부가세 면세를 시행하더라도 민간 기업의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구조다. 사업을 수주한 업체 입장에서 수익을 내려면 원가 절감, 메뉴 축소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품질 저하와 장병의 식단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방부 계산에 따르면 2023년 56개 부대에 민간 위탁을 전면 확대했을 때 발생할 부가세는 약 400억원이다. 여기에 전기료·수도료 등의 제반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군은 “조세특례제 한법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면 400억원을 국방부 예산에 포함해서라도 민간 기업에 부가세를 보전해주겠다”는 ‘플랜 B’까지 마련했다.

급식을 민간의 손에 맡기는 게 목적이라면 꼭 ‘외주화’가 방법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군 차원에서 직접 채용하고 관리하는 ‘직영 급식’ 방식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 조리사와 조리원을 직접 채용해 식당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일부 부대에서 이미 운영 중이다. 군에서 직영하는 방식의 장점은 장병의 1일 급식비를 온전하게 재료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 위탁의 경우 장병 1일 급식비로 재료비와 인건비 및 기타 경비를 충당해야 하지만 직영으로 운영할 경우, 인건비가 따로 책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급식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급식의 민영화가 목표라면 ‘민간 위탁’과 ‘직영 급식’을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분석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가세 면세든 추가 인건비 투입이든 두 선택지가 국가 예산이라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장병 만족도, 경제성, 실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급식 관련 전문가 C씨는 ‘민간 위탁’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는 국방부 계획을 두고 “직영으로 운영하면 채용·직원관리·품질유지 등 관리 소요가 늘어나며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도 국방부에 있다. 이를 피하려고 ‘위탁’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조달 체계 개편도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문건을 살펴보면 “2025년부터 농·축·수협과 학교 급식 조달체계를 동시 활용하여 조달하되, 메뉴편성 제대(군단·사단)에서 품목과 조건을 비교하여 조달 방법을 선택한다”고 명시돼 있다. 2025년부터 완전 경쟁 입찰제도를 도입하는데 결국 군부대가 소재한 해당 군단·사단장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의미다. 이는 경쟁 입찰을 선택하든 수의 계약을 선택하든 국방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군단·사단장에게 재량권을 부여했다고도 볼 수 있으나 기존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선 부대가 굳이 추가 노동력이 투입되는 새로운 방법을 선택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국방부가 대외적으로 제도 개선의 의지를 보였지만 실상은 바뀌는 게 하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달 관련 임무를 수행한 한 예비역 장교의 설명이다. “물론 지역 특성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도 하겠지만 군 특성상 익숙한 것(수의 계약)을 유지하지, 새로운 것(완전 경쟁)에 도전하기 어렵다. 군단·사단장에게 선택권을 준 것은 재량권을 줬다기보다는 관리 의무를 넘겼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이렇게 되면 조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은 국방부가 아닌 군단·사단장이 지게 된다.”

민관군 합동위원회 의견 무시한 국방부 독단 결정 지적도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부실급식 논란에 군 자체안 마련보다는 민관군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조직하고 근본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소속 위원들은 국방부 안만 강요하는 상황에 반발, 결국 활동 종료 전날 위원직을 사퇴했다. /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계획대로 전군이 경쟁 입찰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기대한 만큼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이라는 단어가 기존 ‘독점’ 조달 체계와 비교해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줄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식재료 조달과 관련해 그동안 1년 단위로 군 전체의 식재료를 계약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도입하는 경쟁 입찰 체계는 군단, 사단별로 입찰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군 전체가 계약했을 때와 비교해 식재료의 원가 상승이 예상된다. 재료의 다양화, 품질 향상에 따른 비용 상승이 아닌 소규모 구매에 따른 원가 상승은 급식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선 부대의 한 현역 군인은 “속된 말로 도매시장에서 사던 것을 슈퍼마켓에서 사다 먹으라는 소리인데 같은 돈으로 이게 가능하겠나”라며 “결국 경쟁 입찰을 선택할 부대도 적을뿐더러 경쟁의 효과가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도 제한적이다. 적게는 1만5000명에서 많게는 3만 명 장병의 식재료를 책임져야 하는 군단·사단 단위의 납품은 식재료 확보만큼 유통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개별 농·축·수산 농가나 소규모 식자재 업체에서 도전해볼 수 있는 단위가 아니다. 국방부는 이와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기존 군납조합도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참여 대상자는 전국 단위의 식재료 확보가 가능하고 유통 시스템까지 갖춘 군납조합과 대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급식 체계와 조달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를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자 만든 민관군 합동위원회(위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는 이번 국방부의 급식 외주화 추진에 어떤 영향력도 끼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병 생활개선 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사퇴한 한 위원은 “장병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실험을 시작하려는 이번 국방부의 군 급식 개악안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과위원은 “검토도 끝나지 않은 회의안을 외부 토론회에 그대로 갖고 나가 국방부 계획이라며 발제하기도 했다”며 “국방부가 결론을 다 정해놓고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들러리 세웠다”고 비판했다.

해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사안으로 민관군 합동위원회 해당 분과위에서도 논의된 것”이라며 문건에 나온 계획을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반면 군인권센터와 농어업 및 먹거리 관련 몇몇 단체느 최근 ‘군 급식 개선을 위한 전국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위원회는 10월 12일 창립 기자회견에서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병 부실급식사태 개선 방안이 개선 아닌 개악으로 오히려 부실급식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문제 제기를 통해 근본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국방부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국방부가 추진하는 장병 급식 외주화와 조달체계 개편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111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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