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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경계령’ 민주당… 이재명은 右클릭 행보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이해찬 “경거망동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돼” 경고
■ 李는 중도 넘어 보수까지 세 넓히겠단 의지 비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월 4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이룬 더불어민주당에 ‘오만 경계령’이 내려졌다.

국민의힘 내홍이 깊어진 연말을 기점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되레 ‘내부 단속’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오만한 언행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게 되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은 1월 4일 선대위가 만든 정책 제안 플랫폼 ‘이재명 플러스’ 애플리케이션에 올린 글에서 “해가 바뀌면서 여론조사가 조금 유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조금도 안심할 때는 아니다. 잘못된 기득권에 집착하는 사람들과 보수 언론들은 선거판을 흔들려고 덤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올랐다고 경거망동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며 “선거는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주변의 한 분 한 분까지 성심을 다해 진실한 자세와 절실한 마음으로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의 ‘30년 지기’인 같은 당 정성호(총괄특보단장) 의원은 1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도 걱정이지만 민주당도 걱정된다”며 “상대가 제대로 해야 긴장도 하고 열심히 하는데 상대가 자중지란에 빠져 있으니 적당히 대충해도 이기겠지 하는 자만이 코로나처럼 번질 수 있다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이어 “국민의힘의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거다. 지금의 국힘 상황에 박수 치다가는 우리가 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때는 그냥 끝”이라며 “더 겸손해야 하고, 마지막까지 절박한 마음으로 끝까지 집중하는 쪽이 이긴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역시 국민의힘 자중지란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후보는 1월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최근 지지율 상승세와 관련해 “차근차근 조금씩 나아지면 좋은 건데, 갑자기 상대방이 추락하다시피 한 것 같아서 낙관할 수 있는 상태 아니다”며 “더 조심하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 후보는 1월 4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후원회 출범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국민의힘 상황과 관련해 “경쟁하는 다른 당의 상황에 대해 제가 이렇다저렇다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빨리 수습이 돼서 국민을 대표하는 공당으로서 역할을 잘해주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미래를 향한 정책 경쟁에 함께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역전한 것으로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지지율이 30%대에 묶여 있다”면서 “윤 후보 측에서 전열을 정비하면 다시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본다. 끝까지 알 수 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이낙연 공동위원장이 1월 5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광주 비전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낙연과 광주에서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비전회의’ 열어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중도를 넘어 보수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우클릭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지지층은 어느 정도 결집했다는 판단 하에 중도층과 보수층으로 지지세를 확산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의 우클릭 의지는 1월 4일 신년 기자회견 연설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연설문은 경제∙민생∙복지로 채워지다시피 했다. 6000자 분량의 연설문과 1시간가량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 동안 이 후보는 ‘성장’ 6차례, ‘도약’ 11차례, ‘기회’ 12차례를 언급했다. 반면 ‘민주’는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를 언급할 때 단 한 차례만 등장했다. 연설문에는 중도를 넘어 보수까지 세를 넓히겠다는 이 후보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특히 이 후보가 기자회견을 가진 광명시 소하리 기아자동차 공장은 외환위기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벗고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조기종식을 선언한 곳이다. 이 후보는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핵심사업으로 우뚝 선 것처럼 저는 오늘 이곳에서 다시 한번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대도약 시대’를 열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어 “박정희 정부의 고속도로가 산업화 토대를 닦았고, 김대중 정부의 인터넷 고속도로가 IT 강국의 토대를 닦았다”며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어 탄소중립 사회의 토대를 닦겠다”고 밝혔다.

우클릭과 함께 이 후보는 ‘텃밭 다지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후보는 1월 5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첫 번째 비전회의’를 개최했다.

비전위는 매주 회의를 통해 민주∙혁신∙포용∙미려∙평화 5개 분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로 한 바 있다. 회의에는 이재명·이낙연 공동위원장, 홍영표 수석부위원장, 비전위원, 당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은 끝까지 ‘낮은 자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며, 후보는 중도 우클릭과 함께 텃밭 다지기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며 “연말을 기점으로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고 해서 절대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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