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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점령한 K좀비… [지금 우리 학교는] 돌풍 이유는 

 

이화랑 월간중앙 인턴기자
■ [오징어게임], [지옥] 이어 한국 장르물 글로벌 흥행 계보 잇는 K콘텐트
■ 전문가들 “‘학교’라는 배경의 신선함, 좀비물과 한국형 서사 구조의 결합”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9일 연속(2월 7일 현재) 넷플릭스 순위 정상에 오르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드라마 속 한 장면. /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감독 이재규·극본 천성일)이 9일 연속(2월 7일 현재) 넷플릭스 순위 정상을 찍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오징어게임], [지옥]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K콘텐트의 기대가 높아진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2월 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트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1월 28일 세계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순위 1위에 오른 뒤 2월 6일까지 9일 연속 독주 중이다.

국가별로는 53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러시아·일본·이탈리아·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벨기에·방글라데시·칠레·싱가포르·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에서 1위에 올라 있으며, 대부분 나라에서 톱 5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첫 주(1월 24~30일)에만 시청 시간 1억2479만 시간을 기록했는데, 이는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인 [오징어게임]을 압도하는 기록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1월 28일 공개돼 집계시간이 단 사흘에 불과했는데도 이 같은 기록을 세웠다. [오징어게임]도 공개 사흘 만에 주간 순위 1위에 올랐지만, 시청시간은 6319만 시간으로 [지금 우리 학교는]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평범한 학교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9년 5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주동근 작가가 네이버에 연재한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인기 요인으로 ‘장르물’과 ‘학원물’의 결합을 지목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 드라마 속 한 장면. / 사진:넷플릭스
“글로벌 흥행은 이전에 없던 ‘새로움’ 때문”이란 분석도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인기 요인으로 ‘장르물’과 ‘학원물’의 결합을 지목한다. “좀비물의 식상함을 덜어내고, ‘학교’라는 배경을 통해 신선함을 잘 살렸다”는 평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는 10% 이상 열혈 마니아가 있는 장르를 기획해서 제작하는데, 좀비물은 전 세계적으로 확실한 마니아층이 있기에 기본적인 폭발력이 있다”면서 “원작 웹툰의 힘도 있다. 또 10대가 주인공인, 학교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좀비 영화는 [부산행], [킹덤], [#살아있다] 등을 거치며 진화했다. K좀비물의 특징은 ‘사회 풍자’와 ‘공동체적 대응’ 등 한국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김 평론가는 “서양의 좀비물 같은 경우는 개인주의적인 생존이나 탈출기가 중심이지만, 한국의 좀비물은 주로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가치가 특징”이라며 “연대와 소통, 협력을 통해 상황을 극복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사회적 모순이나 개인이 고통받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 주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젊은 층이 사회에서 얼마나 외면받고 있는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자구책을 모색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오징어게임]과 [지옥]의 글로벌 성공 이후 해외에서 한국은 장르물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김 평론가는 “액션물이든 크리처물이든 가감 없는 표현을 하는 것이 장르물의 특징인데, 자극적인 장면도 맥락과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구사된다는 점에서 K콘텐트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자유롭게 콘텐트를 소비하는 IT 플랫폼이나 모바일 문화가 (한국에서) 일찍 발전하다 보니 장르물의 속성이나 특징들을 잘 파악하고 공유하는 창작자 그룹이 많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일본이나 중국보다 이런 장르물을 훨씬 더 잘 만들게 됐고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한국 장르물이) 트렌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는 점이 한국 일각에서 아쉬운 요소로 꼽힌다. 그런데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이것이 ‘한국형’ 서사라는 ‘새로움’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김 평론가는 “(이 작품은) 자세한 설명과 중복되는 장면을 통해 이해를 높이는 드라마적 서사가 강하다”며 “이 작품의 경우에도 중심 스토리는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가족애인데, 감정과 정서의 서사 구조를 느리게 잘 보여준 것이 오히려 (해외의) 다른 이용자들까지도 볼 수 있게 만드는 대중성 전략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이화랑 월간중앙 인턴기자 hwara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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