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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검사 음성 후 양성… ‘수퍼 전파자’ 급증할 수도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 2월 3일부터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나와야만 PCR 검사
■ 전문가들 “정부, 집단면역 형성 유도 정책으로 선회한 듯”


▎2월 3일 서울 광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마련된 신속항원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속항원검사 키트에서 음성 판정이 나온 직후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국민 사이에선 ‘수퍼 전파자’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월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1월 24일 통근버스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직후 인근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진행한 뒤 1월 25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회사에서 추가 검사를 지시해 2월 1일 2차 PCR 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모두 진행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보건소의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다음 날 PCR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는 바람에 격리에 들어갔다. 작성자는 “음성인 줄 알고 지인들을 만나고 식당에 갔었다”며 “확진 판정을 받으니 가족·지인과 식당에 피해를 준 '죄인'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같은 날 유튜브 채널 ‘이스타TV'를 운영 중인 이주헌 축구 해설위원도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전했다. 이스타TV 측은 “이 위원이 고열 증세를 보여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모두 실시했다”며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었으나 PCR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 중인 손영래 중수본 사고수습반장. / 사진:연합뉴스
진단검사의학회 “신속항원검사 민감도, 일반인 자가 검사 경우 20% 미만”

방역 당국은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음성일 경우 음성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월 3일 브리핑 중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엔 상당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며 “양성자가 음성으로 나오는 확률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계에선 신속항원검사 키트의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2월 3일 입장문을 통해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할 경우 50% 미만, 일반인이 자가 검사할 경우 20% 미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감염 초기엔 항원검사의 민감도가 매우 낮아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부교수도 월간중앙 e메일 인터뷰에서 “항원검사의 성능은 보고자에 따라 편차가 크나, PCR 검사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속항원검사의 전면 도입 배경에 ‘위드 오미크론’으로의 정책적 선회가 있다고 해석한다. 지금까지의 PCR 검사와 격리를 통한 감염확산 저지 기조에서 감염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장성인 부교수는 “PCR 검사의 목적은 확진자를 격리해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질병 치료에서 치료방법을 확정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와는 목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역 당국에선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낮은 만큼, 자연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정책으로 전환해도 중증환자에 대한 의료적 뒷받침이 된다면 사망자 등의 문제가 적을 것이라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미크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코로나19 검사·진료체계가 전면 전환된 2월 3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종이에 적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자신도 모르는 수퍼 전파자 다수일 수도

전문가들은 자신도 모르는 수퍼 전파자가 다수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장 부교수는 “수퍼 전파자 본인은 증상이 없어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며 “이로 인한 위험은 이전처럼 한 명의 수퍼 전파자가 많은 감염자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준비된 의료자원 수준에 따라 판단해야겠지만, 지속되는 감염 수준에 따른 중증화 정도와 사망자 수 악화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장 부교수는 정책적 변환에 대해 방역 당국이 솔직하게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부가 국민에게 여러 사회적 장치와 징벌을 만들어 일상생활과 생계유지를 어렵게 하고,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갖도록 공포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자연감염 유도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연감염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다면 국민에게 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며 ‘코로나19 공포’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사망자 수는 단순 숫자가 아닌 국민의 생명”이라며 “오미크론 변이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 변환이 최우선인지에 대한 전문가와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민감도: 양성 환자 중 검사법이 진단한 양성 정확도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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