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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軍, 우크라 돈바스 진입… ‘크림반도 병합’ 수순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독립국 인정 후 자국민 보호 명분으로 러시아 편입
■ 美 “예상한 일, 투자·무역·금융 금지 행정명령 발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월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인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令)에 서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군(軍)이 진입한 것을 두고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2월 2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에 러시아 평화유지군 진입을 명령했다. 이보다 앞선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대통령궁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독립국 인정’ 후 ‘평화 유지·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러시아군이 이동하거나 정치적 행보를 펼치는 것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사례와 유사하다.

2014년 3월 11월 우크라이나에 속해있던 크림자치 공화국과 세바스토폴은 독립을 선언하며 크림공화국을 결성했다. 3월 16일 크림공화국은 러시아와의 합병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 96.6%의 압도적 비율로 합병안이 통과됐다. 다음날인 17일 푸틴 대통령은 크림공화국의 독립 국가 지위를 승인했다. 2015년 1월 1일 크림공화국은 러시아 연방 체제로 완전히 편입됐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여전히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이날 진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사실상 내전이 진행 중인 곳이다.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성향의 분리주의 반정부군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을 막고자 2014년 9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 아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돈바스 지역에서 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사이에 정전 협정인 민스크 협정이 체결됐지만, 전쟁을 멈추는 데 실패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즉시 대응 준비돼 있어”

‘푸틴의 러시아’는 그동안 민스크 협정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우크라이나와 서방 탓으로 돌리면서도 돈바스 지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국 지위 승인과 러시아군 진입 명령은 러시아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두고 미·러 간 갈등이 계속되자 서방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전문가인 윤익중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글로벌정치 한국연구소장은 이날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나토 가입 조항에 분쟁 중이거나 내란이 발생 중인 국가는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 조항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그동안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서방의 결정을 지켜본 이유이기도 하다.

윤 소장은 “러시아는 두 공화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면서 평화 유지 활동 명분으로 군을 투입했는데 이는 러시아 인접 국가를 안정적 관리하고자 하는 푸틴 대통령의 장기적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의 분리 독립을 승인한 것과 관련해 해당 지역의 제재를 시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우리는 이 같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었고, 즉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지역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투자 및 무역, 금융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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