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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아나운서의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1) 

 

시대를 읽어라… “도대체 뭐라는 겨?”

▎리더는 자신이 하는 말로 상대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결국 말의 궁극적인 목적은 설득과 공감에 있다. 중앙포토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린 채 나지막이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 가뜩이나 사투리에 발음까지 새서 잘 못 알아 듣겠는데, 마스크 안으로 웅얼거리는 말은 정말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내가 못 알아 듣는 게 아니라 당신이 외계어를 하는 거야!”라고 소리치고 싶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로 말하고 있음에도, 말로 생기는 문제는 각양각색이다. 말을 잘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그런데 요즘은 더 어려워졌다. 왜? 정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나운서처럼, 연예인들처럼 말을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 말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해 지레 포기하곤 한다. 자연히 사람들은 말하는 걸 점점 더 어렵게 생각한다.

말을 가르치는 직업 때문에 강의할 때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입 모양을 보여주기 위해, 정확한 발음을 알려주기 위해. 하지만 청중은 입에 ‘옷’을 입은 채 편안하게 강의를 듣는다.

혼자 벌거벗고 있는 느낌이랄까? 마스크 착용이 이렇게 생활필수품이 될 줄이야.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살다 보니, 모두의 입에 보호구를 착용한 셈이 됐다. 자연스럽게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정당화할 수단이 생긴 것이다.

언어는 단순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이 꼭 필요한가?” “이 말을 하면 직원들이 좋아할까?” “이 말은 사장님 앞에서 하면 안 되겠지?” 말에 대한 기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말에 담긴 의미를 모르면, 그 말은 의미를 잃는다.

리더에게 왜 말하기가 중요할까? 리더는 자신이 하는 말로 상대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결국 말의 궁극적인 목적은 설득과 공감에 있다.


▎다급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닥친 리더들은 폭언과 폭설을 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 중앙포토
말하기 전에 반드시 상대를 먼저 생각하라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해도 상대가 받아줄 마음이 없으면 말의 의미는 달라진다. 말하기를 잘하는 것은 내 생각을 잘 이해시키는 과정이다. 단어 하나하나를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말을 통해 상대방과 내가 공통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리더가 될수록 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말의 무게도 점점 무거워진다. 말의 영향력과 역할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말은 방향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말해야 할까? 말의 본질은 ‘소통’에 있다. 나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다름 아닌 ‘말’이다.

리더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가장 큰 오류 중 하나는 ‘나의 말하기’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데 있다. 상대방이 있어야 의미 있는 소통이 완성된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반드시 상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일방적인 말하기는 ‘혼잣말하기’와 다를 게 없다. 리더의 말은 의미 없는 외침이 되면 안 된다. 리더는 말로 상대의 행동이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어떤 ‘리더’들은 때로 자신의 권위를 이용하기도 한다. 다급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닥친 리더들은 폭언과 폭설을 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리더는 말할 때 여유와 인내를 가져야 한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뭐라는 겨?”, “뭔 소리인 겨?”가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상대를 움직이는 말하기를 하자.


※필자 소개: 리더스피치 대표이자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 저자. KBS 춘천총국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해 연합뉴스 TV 앵커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이버 한국외국어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대에 맞는 스피치를 연구하며 각 기업체 CEO, 임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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