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6·1 지방선거 대전(大戰) 시작됐다 | 지방 대통령 도전자들] 보수 텃밭 대구·경북, 민심 팽팽한 부산·경남 

박근혜 메시지, ‘윤핵관’의 심중이 개혁 공천 좌우할 최대 변수? 

박상전 매일신문 정치부장
대구 권영진·홍준표 경선이 사실상 본선, 경북은 현역 이철우 강세
부산 박형준·김영춘, 경남은 김두관·김태호 빅매치 벌어질지 관심


▎대구·경북 지역은 국민의힘 공천이 사실상 본선이라 할 만큼 보수 성향이 짙은 곳이다. 특히 대구시장 선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놓을 귀향 메시지와 윤석열 정부의 개혁 기조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인 가운데 권영세 시장과 홍준표 의원의 공천 경쟁이 예상된다.
대구·경북 시·도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해내는 데 성공하자 오랜만에 정치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분위기다. 큰 표 차로 승리를 이끌진 못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상처받은 자존감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승기를 지방선거에서 이어가려 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세력은 지방선거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TK 지지세를 발판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험지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승기를 잡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결국 TK 지방선거 향배가 향후 정국 풍향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TK의 지방선거 최대 변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부상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이 옥살이를 마치고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사저에서 여생을 보낸다는 소식이 나오자 TK 민심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여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가 나올 경우 그 파급력은 공천권에 버금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달성군의 국회의원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를 기획재정부 핵심 부서인 예산실로 불러들이고 기재부 차관과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까지 끌어올린 정부가 ‘박근혜 정부’다. 그런 그가 이번 대구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국민의힘 대구시 당위원장이다. 박 전 대통령의 심기를 잘 살펴야 할 인물이 지방선거 공천 활동의 핵심 인물이란 점도 ‘박 전 대통령의 지방선거 영향력’에 힘을 싣고 있다.

물론 반대 여론도 제기된다. 정치적 흥망성쇠를 모두 맛본 박 전 대통령이 또다시 정치에 발을 들이진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현재 박 전 대통령과 세상의 소통을 유영하 변호사가 독점하고 있어 박 전 대통령의 정확한 근황은 언론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 불개입설에 대한 또 다른 근거는 ‘와병설’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했다고 한다. 현 정부가 급하게 사면한 이유도 건강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가정할 경우에는 최대 변수도 달라진다. 인수위원회 활동에 돌입한 윤 당선인과 핵심 측근들, 이른바 ‘윤 핵관’의 심중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다. 대구·경북은 역대로 국민의힘 전략지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실험대가 돼왔다. 이에 따라 차기 국정 플랜을 짜는 윤석열 정부 초기 위정자들이 TK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공천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새 정부가 변화의 기조를 크게 잡고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면 대구·경북의 광역·기초 단체장 교체 폭은 예년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에 이미 윤 당선인이 공약한 여성가족부 폐지나 청년 우대 정책이 실현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천 기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여심을 잡기 위해 여성 공천 비중을 늘리는 한편, 청년 가산점을 추가 배정해 보수 정당의 이미지 개선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근혜 사람’ 추경호가 국민의힘 대구 선거 지휘


▎대구시장 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야권 인물로는 홍의락 민주당 의원과 서재헌 대구 동구갑 지역위원장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에는 이미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가 각각 3선, 재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두 곳 모두 보수정당 공천이 당락을 좌우하는 만큼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권 시장의 대항마로는 홍준표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가장 유력하다. 거물급 인사로 권 시장이 가장 버거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두 가지 출마 반대 여론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첫째는 ‘여소야대’ 형국에서 의석 한 석이 아쉬운 마당에 굳이 의정을 뒤로 한 채 경남도지사 등 이미 해본 경험을 재현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다음으로는 ‘중앙에서 패배해 하방한다’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리다. TK는 이제 막 정치적으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있는 마당에 ‘하방의 도시’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이 같은 행보는 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자칫 공분을 유발할 수도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과 지난 총선부터 꾸준히 바닥을 일궈온 정상환 변호사의 출마도 거의 확정적이다. 여성으로선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과 이인선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이 거론된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과 서재헌 대구 동구갑 지역위원장, 김동식 대구시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서재헌 위원장은 지난 11일 출마를 위해 지역위원장 사퇴서를 이미 제출했으며, 김동식 대구시의원도 이달 안에 출마 선언할 예정이다. 정의당에서는 한민정 대구시당위원장이 지난 7일 가장 먼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경북도지사의 경우 현역(이철우)의 강세가 현재까지 판세다. 3선 의원 출신인 이 지사는 국회의원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4년간 무난하게 도정을 이끌었다는 평가에 안정적으로 보인다. 이의근,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도 3선까지 무리 없이 치른 사례가 있어 그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항마로는 김광림·강석호·박명재 전 의원 정도가 거론된다. 아직은 여론의 추이만 살펴볼 뿐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야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지사 후보 출마 의사에 도전적인 인사들이 많지 않다. 현재까지 오중기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 대표, 권영세 안동시장, 장세호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등이 거론되지만 움직임은 둔한 편이다.

진보 성향 강한 구미·포항, 민주당 당적 안동도 관심


▎경북도지사 선거에는 3선을 노리는 이철우 지사의 대항마 없는 독주가 예상된다.
TK의 기초단체장 선거는 대구 8곳, 경북 23곳 모두 31곳이다. 대구의 경우 김문오 현역 군수가 3선 제한에 걸린 달성군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7곳 현역 단체장들의 재출마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합당할 경우 기존 국민의힘 공천을 노리던 이들과 함께 국민의당 인사들과의 경합도 예상돼 일부 지역에선 한층 치열한 공천권 쟁탈전이 예상된다. 민주당과 진보당 등에서는 8개 시·군·구 후보를 모두 내겠다는 전략이다. 대선에서의 석패를 지방선거에서 만회해 보수 텃밭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경북의 경우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지역의 국민의힘 공천 열기가 가장 치열하다. 3선 연임 제한 지역은 문경, 안동, 경산, 청도, 군위 등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주요 전략지인 구미와 포항의 승패가 중요하다. 구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승기를 내준 곳으로 이번에는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포항은 이상득 전 국회의원 현역 시절에도 일부 지역 기초의원을 정의당 소속이 가져가는 등 진보 세력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권영세 안동시장도 지난해 10월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했기에 국민의힘이 탈환해야 할 목표지역으로 꼽힌다. 단체장이 무소속인 봉화와 영천도 현역 의원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해 국민의힘으로서는 확실한 우군을 세워둘 필요가 있는 곳이다.

민주당의 경우 국민의힘이 미처 챙기지 못한 틈새를 노린다면 경북에서도 몇 곳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구미 수성과 포항 등 전략지 인물을 확정한 뒤 인재풀을 총동원해 요충지역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은 대구·경북과 상황이 다르다. 부산에서 국민의힘이 가져간 득표율은 58.25%로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물론 민주당도 38.15%로 40% 달성에 실패해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대선 직후 민주당에 입당하는 권리당원이 늘고 있는 건 민주당으로서는 가뭄의 단비다. 민주당 부산시당에 따르면 3월 10~11일 이틀간 2200여 명이 입당을 신청했다. 대구·경북에 비해 표 쏠림이 상대적으로 적은 터라 민주당에선 지방선거를 해볼 만하다고 기대하고 있다.

표 쏠림 적었던 부·울·경 여야 모두 기대 만발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 선거에는 중량감 있는 여야 후보들의 맞대결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왼쪽부터 부산시장 선거로 맞대결이 예상되는 박형준 현 시장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울산시장을 두고 경쟁을 예고한 송철호 현 시장과 정갑윤 전 의원, 경남도지사를 노리는 김태호 의원.
다만 광역단체장의 경우 현역 프리미엄이 굳건하다. 지난해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한 박형준 시장은 1년간 시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당선 목적 허위사실 유포)로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지방선거 전에 선고가 내려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당에서는 김도읍·이헌승·하태경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해 보궐선거에 도전한 적 있는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손에 꼽힌다. ‘이재명 부산 선대위’를 이끈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민주당 후보군에 올라 있다. 민주당이 정치교체 슬로건을 지방선거에 들고 나온다면 이들에게는 승부보다 다음 정치 행보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울산광역시장 선거는 민주당 소속 송철호 시장의 재선 도전이 굳어지는 가운데 지역위원장인 심규명 변호사가 당내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국민의힘에서는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김두겸 전 남구청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 행보에 나섰다. 3선 시장을 지낸 박맹우 전 의원도 공천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출마가 거론됐던 김기현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현역 의원인 이채익·서범수·박성민 의원도 선거전에 뛰어들어 국민의힘 공천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은 김태호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후보로 거론됐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입각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박상전 매일신문 정치부장 psj@imaeil.com

202204호 (2022.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