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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윤석열 정부, 북한은 내심 환영?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北, ‘내부 결속·통치 비용’ 이유로 강 대 강 구도 선호
■ 전문가 “북한 입장에서 尹 정권은 ‘가성비 좋은’ 정부”


▎북한 주민들이 3얼 26일 노동신문에 실린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 소식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남측을 향한 북한의 말폭탄 수위가 거세진다. “객기”, “미친놈”, “천치바보”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긴장 상태를 높이고 있다. 차기 윤석열 정부를 향한 메시지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남북의 강 대 강 구도를 이용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한 윤석열 정부는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향후 북한 정권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까.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3월 1일 열린 육군 미사일 전략사령부와 미사일 방어사령부 개편식에서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처음 언급했던 선제타격과 같은 개념으로 우리 군의 능력 과시와 북한 도발에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특히 이 같은 기조는 윤석열 정부에서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3월 3일 서 장관의 ‘사전 원점 정밀타격’ 발언에 대해 “지난 1일 남조선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뱉으며 반공화국 대결 광기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에 이어 군 및 군수 담당인 박정천 당 비서도 별도의 담화를 발표하며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것이 미친놈인가 천치바보인가”라며 원색적 비난을 이어갔다. 박 비서는 “만약 남조선 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 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북한 전문가는 윤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더라도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데 동의한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4월 5일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북한 주민은 남측의 대선 결과와 당선된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없다”며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도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북한 정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사한 인물로 그려놨다”며 “이는 차기 윤석열 정부나 인도적 지원 단체 등 우리의 활동 영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 영향은 없지만, 내부 결속과 통치 비용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가 북한 정권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북한 전문가는 4월 5일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북한 지도층 입장에서는 남측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도움이 된다”며 “한·미 군사훈련, 북한과의 대화 의지 등에서 남측 권력이 대결 구도를 선호한다면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내부를 결속하기에는 더욱 쉽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는 북한 주민 등에 대한 통치 비용에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한 마디로 북한 지도층 입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은 ‘가성비 좋은’ 남측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설 명절인 2월 1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 평화전망대를 방문,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남사업 축소 예상, 오히려 北 지도층에서 환영

실제로 김 부부장과 박 비서의 담화는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에 실렸으며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됐다. 북한 내부에서 3개 매체의 영향력을 가늠했을 때, 이번 담화의 목적이 ‘내부 결속용’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사실상 외부 정보 취득이 어려운 북한 상황에서 노동신문 등은 유일한 정보 전달 창구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다른 소식통, 정보 취득 창구가 없는 북한 사회에서 노동신문에 실리면 정론이 된다”며 “노동신문의 대남 관련 기사·담화·인터뷰는 북한 주민이 대남 인식을 구성하는 기초가 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신문의 영향력은 지방으로 갈수록 커진다. 김 교수는 “신문 보급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노동신문 내용을 바탕으로 마을회관에서 지역주민을 교육할 때 사용한다”며 “김 부부장과 박 비서의 동일한 내용의 담화문이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것 자체가 내부 교화, 교육의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남북 간 강 대 강 구도를 활용해 북한 내부 계획과 연계한 주민의 적개심 고조도 가능하다. 지난 3월 25일부터 북한 전역에서 실시하는 대공훈련도 김 부부장과 박 비서의 담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전문가는 월간중앙에 “북한 전역에서 3월 25일부터 대공훈련이 시작됐는데, 그렇게 되면 지역주민은 훈련할 때마다 방공호에 들어가야 한다”며 “방공호 내부에서 ‘우리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남조선이 망발하기 때문에 이런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김 부부장과 박 비서의 담화문 내용을 소개한다면 북한 주민의 적개심을 고조시키는 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예상할 수 있는 강경한 대북 기조가 북한 관리층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전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남북 관계가 ‘강 대 강’ 구도 또는 경색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한 간부들 입장에서는 대남 사업을 관리할 사람과 책임이 줄어들어 내심 윤석열 정부를 내심 환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남 사업의 축소는 북한 관리층의 지위 보전에 플러스 요소다. 그동안 불안한 남북 관계로 대남 사업에 관여한 북한 정권의 주요 인물의 부침이 심했다. 대남 관계의 책임을 물어 공식 석상에서 사라지고 지위를 잃었다가 몇 년 뒤 복귀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북한 관리층 입장에서 대남 사업은 늘 나쁜 결과가 두려운 사업”이라며 “북한 정권 차원에서는 실패 원인을 남측에 돌리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대남 사업에 관여한 사람들이 결과에서 늘 자유롭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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