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현장취재] 세계산림총회에서 주목받은 한국항공우주산업 헬기 

국산 항공기 우수성 알리며 관용 확대에 한발 더 나아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수리온 헬기 5종, 무인기, 차세대 중형 위성 4호 등 전시
VR 기반 메타버스 체험관 설치해 참석자 눈길 사로잡아


▎5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에서 열린 ‘제15차 세계산림총회’에 현장 견학 온 학생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전시관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 사진: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제작한 산림 헬기의 내일은 바로 4대 산림 임무에 대한 완벽한 수행 능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세계가 실패를 논하고 불가능을 예측할 때 우리 수리온은 당당히 날아올랐습니다. 대한민국의 하늘에서 세계의 하늘로 기상하는 KAI, KAI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5월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 내 전시관에서는 KAI가 제작한 수리온(KUH-1) 헬기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한창이었다. 현장에는 항공업계와 산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경희중 1학년이라고 밝힌 신휘재 학생은 “우리나라 회사가 헬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여기 와서 처음 알았다”며 신기해했다.

때마침 코엑스에서 ‘제15차 세계산림총회’가 열리는 주간이기도 했다. 전시관은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세계 각국의 정부·국제기구·시민단체·기업 관계자들로 가득 채워졌다. KAI가 산림헬기에 적합한 수리온을 전시하고 홍보한 이유다. 세계산림총회는 1926년 시작해 6년 주기로 개최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산림행사다. 올해 우리나라가 최초로 의장국을 맡아 서울에서 개최됐다.

“글로벌 고객 수요 맞춰 업그레이드”


▎5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5차 세계산림총회’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자랑하는 수리온 헬기의 미니어처가 전시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 사진:KAI
KAI는 전시관과 체험관을 설치하고 국산 헬기 수리온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전사적으로 임했다. KAI에서 제작한 헬기·드론·위성의 성능을 홍보하는 전시관과 항공기의 시동부터 비행과 정비까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체험관이 그것이다. KAI 관계자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해 KAI가 어떤 힘을 보탤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각국의 고객이 원하는 성능과 기능을 파악해 KAI산(産) 항공기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보 전시관에서 취재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실제 수리온을 쏙 빼닮은 미니어처 헬기 5대였다. 수리온 산림 헬기(KUH-1FS), 경찰 헬기(KUH-1P), 해양경찰 헬기(KUH-1CG), 소방 헬기(KUH-1EM), 의무후송전용 헬기(KUH-1M)가 전시관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홍보 전시관에는 스크린을 설치해 수리온의 활약상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중 지난 3월 동해안을 뒤덮은 화마(火魔)를 수리온 산림 헬기가 진압하는 장면이 전시관 참관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리온 산림 헬기는 산림청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 가운데 유일하게 야간 비행이 가능하다. 이 헬기는 2018년 5월 산림청 영암산림항공관리소에 처음 배치돼 수많은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2020년 4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 당시에도 이 헬기가 첫 야간 진화 작업에 투입돼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야간 비행 가능 여부는 헬기의 작전 수행 능력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영부 수리온 헬기 기장은 3월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야간에는 주변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진화작업을 할 수 없다”며 “헬멧에 있는 야간투시경을 쓰고 항법 장비로 불의 위치를 파악해 진화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수리온 산림 헬기는 야간 비행 능력뿐만 아니라 2t 물탱크를 장착해 산불을 단박에 진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KAI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사 항공기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약속했다. 현장을 찾은 안현호 KAI 사장은 “수리온 관용 헬기는 운용실적을 통해 안전성과 성능을 입증받았고, 기어박스의 성능 개량을 통해 담수 용량도 3t 이상까지 확보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고객에게 이런 점을 강조해 관용 헬기 수출 시장을 개척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어박스의 성능 개량은 수리온 헬기가 더 많은 장비를 싣고 작전에 투입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친환경 수직이착륙무인기 개발에 박차


▎5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5차 세계산림총회’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하고 있는 실제의 3분의 1 크기의 수직이착륙무인기 NI-500VT와 차세대 중형 위성 4호의 미니어처가 전시됐다. / 사진:KAI
KAI는 수리온 산림 헬기에 항공 방제 시스템을 구축해 향후 소나무 재선충, 구제역 등 항공 방제 임무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지훈 KAI 관용헬기사업팀 부장은 “현재 산림청에 배치된 수리온 헬기는 산불 진화에 특화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면서도 “산림청의 4대 임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지속해서 수리온을 업그레이드해 관용 헬기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산림청 4대 임무는 산불 진화, 산림 사업 지원(화물운반), 산림 항공 방제, 산악 인명 구조를 가리킨다.

KAI의 수리온 헬기는 산림 현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다양한 곳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방 헬기는 응급환자 이송과 화재진압 등에서, 경찰 헬기와 해경 헬기는 수색구조, 범죄단속 등에서 활약 중이다.

수리온 헬기뿐만 아니라 실제의 3분의 1 크기인 수직이착륙무인기 NI-500VT(Night Intruder-500 Vectored Thrust)와 차세대 중형 위성 4호의 미니어처도 홍보 전시관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KAI의 수직이착륙무인기 NI-500VT는 가솔린과 전기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한 친환경 비행체로 개발되고 있다. 주야간 정밀영상감지 장비를 탑재해 향후 산림 보호와 정찰 임무 등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KAI는 NI-500VT가 6월 중에 첫 비행에 나설 수 있도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AI의 차세대 중형 위성 프로젝트는 1호부터 5호까지의 500㎏급 표준형 위성 플랫폼에 각 임무에 맞도록 장비를 추가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에 전시된 차세대 중형 위성 4호는 산림·농림 위성이다. 향후 전자광학(EO) 카메라를 장착해 산림 지역의 재해감시, 국내외 농경지 모니터링 등의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KAI는 미국의 스페이스X와 차세대 중형 위성 4호 발사체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페이스X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 업체다.

KAI 측은 위성이야말로 산림 보호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산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상 상황을 예측해 산림 손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 활용도는 비단 비상 상황 예측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분석해 산불과 같은 재해 이후 산림이 어느 정도 속도로 복구되고 있는지, 또 어느 지대에서 나무가 얼마만큼 자라고 있는지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KAI는 항공 영상분석 전문업체 ‘메이사’와의 합작법인 ‘메이사 플래닛(Meissa Planet)’을 지난 4월 말 공식 출범시켰다. 메이사는 2D(2차원)로 촬영된 위성영상을 3D로 전환하는 ‘3D 전환(Reconstruction) 엔진’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영상 활용 전문 강소기업이다. KAI는 향후 위성뿐만 아니라 항공기, 드론 등이 찍은 각종 이미지 정보를 분석해 국내외 기업과 공공기관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는 KAI를 통해 우주항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5월 1일 경남 사천시 소재 KAI 본사를 방문해 “(KAI의) 그동안 축적된 우주개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우주 영역을 확장하고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전시관을 나와 메타버스 체험관으로 이동하자 두 대의 시뮬레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KAI가 직접 개발한 VR(가상현실) 기반 컴퓨터 활용 학습 콘텐트(CBT)와 VR 조종훈련장비 (VR-Pilot Training Device)가 그것이다.

“국내 관용 헬기 점유율 50% 이상이 목표”


▎5월 1일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오른쪽)이 경남 사천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해 KAI 우주센터 내 비행 시뮬레이터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KAI
VR-CBT는 항공기를 눈앞에 가져다놓은 것 같은 3차원 VR 환경에서 구성품의 장·탈착 및 작동 원리 등을 체험·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항공기의 복잡한 시동 절차가 단계별 그리고 직관적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현장에 방문한 학생들도 직원의 안내에 따라 금세 시동 절차를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VR 조종훈련장비는 참석자가 VR 고글을 끼고 조종석에 앉아 마치 실제 파일럿처럼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도록 구현됐다. 이들 시뮬레이터는 신입 조종사·정비사를 위한 효과적인 학습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체험관 직원은 “시뮬레이터는 비행에 이르는 과정을 관련 종사자들이 효과적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KAI가 직접 개발했다”며 “현재 조종사·정비사·훈련생의 피드백을 받아 시뮬레이터를 더욱 정교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회에서 자사 항공기의 임무 수행 능력과 원활한 후속·기술 지원을 소개한 KAI는 수리온 헬기의 관용화 확대에 전사적으로 임하고 있다. 국내 관용헬기 총 117대 가운데 국산 헬기는 13대여서 점유율 11%에 불과하다. 특히 산림청의 경우 관용 헬기 47대 중 국산 헬기는 단 한 대뿐이다.

문제는 관용 헬기의 절반 이상이 21년이 넘은 외산 헬기라는 점이다. 헬기 노후화는 가동률 저하로 이어져 임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형 산불과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해도 헬기의 일부만 투입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 외산 헬기는 헬기 정비지원은 물론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 많은 헬기 조종사들이 수리온 헬기의 장점 가운데 첫 순위로 단기간에 수리·정비를 마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총회에 앞서 민관군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국산 헬기 활용 확대를 위한 협의체’ 회의에는 KAI를 비롯해 국방부·방위사업청·경찰청·해양경찰청·소방청·국립공원공단 항공대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기관별로 운영되고 있는 헬기 구매 방식을 일괄구매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국산 헬기의 장점과 우수성을 알고 있지만, 기관별 예산의 부족으로 성능을 낮춰 외산 헬기를 구매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방안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헬기 동력전달계통의 국산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동력전달계통 국산화는 기술파급 효과는 물론이고 해외수입 대체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KAI는 동력전달계통 국산화를 통해 국산 헬기 성능 개량은 물론 대형급 관용헬기 영역까지 국산 헬기 점유율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회의에 참석한 안현호 KAI 사장은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헬기의 절반 이상을 국산 헬기로 납품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206호 (2022.05.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