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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특집] 2023년 프로야구 관전 5대 핵심 포인트 

춘추전국 판도 속 이정후의 일거수일투족 관심 

고봉준 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우승팀 SSG 전력 건재, 대항마 LG는 사령탑과 포수 교체로 전력 재정비
두산 재건 위해 의기투합한 이승엽과 양의지… KBO는 ‘800만 관중’ 도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종료를 자축하는 KT 선수들. 코로나19에서 벗어난 2023년 KBO리그의 질적, 양적 향상이 기대된다. / 사진:KT 위즈
2023년 프로야구가 4월 1일 수원(LG트윈스-KT 위즈)과 잠실(롯데자이언츠-두산 베어스), 대구(NC 다이노스-삼성라이온즈), 고척(한화 이글스-키움 히어로즈), 인천(KIA 타이거즈-SSG 랜더스)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통해 본격적인 야구의 계절을 연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SSG의 고공비행으로 막을 내렸다.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선두를 달린 이른바 ‘와이어 투와이어 우승’으로 패권을 차지했다. 이어 SSG는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을 4승 2패로 물리치고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SSG의 독주가 자극제가 됐을까? SSG를 제외한 다른 구단들은 스토브리그에서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전력을 보강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아쉽게 패한 키움은 이적 시장 짠돌이 이미지를 깨고 FA 원종현과 이형종을 데려왔다. 또 3위 LG는 롯데로 떠난 안방마님 유강남을 대신해 KIA에서 박동원을 영입하면서 우승권 전력을 유지했다. 4위 KT는 군대로 떠난 유격수 심우준의 빈자리를 베테랑 FA 김상수로 채웠다.

하위권 구단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이 깨진 두산은 ‘국민타자’ 이승엽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FA 최대어 포수 양의지도 다시 친정으로 불러들였다. 3년 연속 최 하위로 처진 한화는 채은성과 이태양·오선진을, 8위 롯데는 유강남과 노진혁·한현희를 영입하며 살을 찌웠다. 어느 때보다 변동이 많았던 겨울을 보낸 KBO리그의 개막을 맞아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짚어봤다.

1. SSG의 수성이냐 LG·KT의 탈환이냐

2021년 닻을 올린 SSG는 지난해 통합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먼저 불거진 논란은 단장 교체 문제였다. 기존 류선규 단장이 물러나고 신임 김성용 단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제대로 된 직함이 없는, 구단 최고위층과 밀접한 인물이 내부 인사를 좌우했다는 눈총을 받았다. 뒤이어 핵심 베테랑 외야수 추신수가 구설에 올랐다. 미국의 한 지역방송 라디오에서 내뱉은 발언이 논란이 됐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국가 대표팀 구성을 두고 추신수는 “미래를 내다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학교폭력 물의가 있던 키움 우완 투수 안우진과 관련해선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한편, “후배가 불합리한 점을 겪고 있으면 선배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며 화살을 야구계로 돌려 논란을 자초했다.

하지만 비시즌에 홍역을 앓았음에도 SSG의 전력이 우승후보임에 손색없다는 평가다. 지난해 우승 멤버가 거의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신 새 외국인 선수 3명이 변수다. 좌완투수 에니 로메로와 커크 맥카티 그리고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가 관건이다.

SSG의 빈틈을 노리는 도전자는 LG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의 벽을 넘지 못하자 LG는 류지현 감독을 경질하고, 한국시리즈 진출 경험이 있는 염경엽 감독을 데려왔다. 선발진이 강한 KT도 우승후보 중 하나다. 지난해 KBO리그로 건너온 웨스 벤자민은 일찌감치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될 정도로 구위가 좋다. 새로 영입한 보 슐서도 스프링 캠프에서 인상적인 공을 던지면서 기대를 키우고 있다. 고영표와 소형준, 배제성, 엄상백 등 수준급 투수들이 많아 안정적인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2. 두산 컴백한 양의지 vs 한화로 떠난 채은성

지난 스토브리그에선 포수 FA 연쇄이동이 이슈를 낳았다. 먼저 박동원이 KIA에서 LG로 이적했고, 뒤이어 유강남이 LG에서 롯데로 향했다. 또 NC와 두산 소속이던 양의지와 박세혁은 서로 유니폼을 맞교환했다.

다른 FA 이적생들도 새로운 옷을 입고 팬들을 만난다. LG 중심타자로 활약했던 외야수 채은성은 한화의 4번타자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꼴찌 한화의 오랜 거포 갈증을 풀어줄 적임자다. 또 유격수 노진혁은 창원NC파크에서 사직구장으로 안방을 옮겼다. 역시 롯데의 유격수 가뭄을 끊을 자원으로 꼽힌다.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유격수 김상수는 KT에서 새롭게 출발하고, 내야수 오선진과 우완투수 이태양은 친정 한화에서 다시 의기투합한다.

대어급 루키들의 등장도 화제다. 지난해 KBO는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했다. 지역과 상관없이 성적 역순으로 신인 선수들을 뽑았다. 영예의 전국 수석은 서울고 출신 우완투수 김서현이 차지했다. 고교 시절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진 김서현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다. 비록 스프링캠프에서 SNS 논란을 빚었지만, 오히려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고교 시절보다 구위가 좋아졌다는 호평과 함께 신인왕을 정조준한다. 충암고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던 KIA 윤영철은 양현종, 김기훈, 이의리와 함께 좌완 라인을 이끈다는 각오다. 휘문고 시절 ‘제2의 이정후’로 불렸던 내야수 김민석은 롯데에서 꿈을 펼친다.

새 외국인선수들도 베일을 벗는다. NC는 SSG처럼 외국인선수들을 모두 교체했다. 우완투수 에릭 페디와 테일러 와이드너, 외야수 제이슨 마틴이 선을 보인다. KIA는 우완투수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를, 두산은 우완투수 딜런 파일과 내야수 호세 로하스를, 한화는 우완투수 버치 스미스와 외야수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새로 데려왔다. 키움과 LG는 우완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외야수 오스틴 딘에게 기대를 건다.

3. 두산 새내기 감독 이승엽의 성적표는?


▎두산 이승엽(왼쪽) 감독이 6년 최대 152억원에 영입된 FA 포수 양의지의 입단을 축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두산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지난해 감독대행에서 나란히 정식 사령탑이 된 삼성 박진만 감독, NC 강인권 감독이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이들 모두에겐 지난해 하위권으로 처진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임무가 주어졌다.

가장 큰 관심은 이승엽 감독이 받고 있다. ‘국민타자’로 손꼽히는 이 감독은 친정 삼성이 아닌 두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박정원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지휘봉을 잡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리더십 방향이다. 갈수록 훈련량이 줄어드는 최근 흐름을 비웃듯 스프링캠프 내내 혹독한 연습을 진두지휘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진 내부 전력을 고려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밀어붙였다. 이 감독은 “너무 많이 훈련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할 정도였는데 선수들이 아주 잘 따라줬다. 준비 과정이 정말 좋았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 감독과 과거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1976년 생 동갑내기 박진만 감독도 기대를 모은다. 유격수 수비로는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박 감독도 만만치 않은 훈련량으로 삼성 선수들을 조련했다. 일본에서 1군과 2군 스프링캠프를 함께 지휘하며 경쟁 심리도 자극했다. 삼성의 전력 자체는 약하다는 예상이 있지만, 박 감독의 지도력이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NC 강인권 감독은 준비된 사령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과 한화, NC에서 오랜 시간 코치를 지내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최근 몇 년간 사령탑 빈자리만 생기면, 그의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였다. 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서 희망을 봤다. 베테랑들이 중심을 잘 잡아준다면 신구조화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4. 이정후 쇼케이스 개봉박두

현재 KBO리그 최고 스타는 누구일까? 키움 외야수 이정후를 가장 먼저 꺼낼 가능성이 크다. 실력은 물론 품성까지 완벽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그림자를 완벽하게 지워낸 이정후는 올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다. FA 자격은 얻지 못하지만, 포스팅을 통해 미국 진출을 타진하기로 구단과 이야기를 마쳤다.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메이저리그의 꿈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본인 역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정후는 “김하성 선배가 빅리그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그런 형을 본받고 싶다. 또 메이저리그로 가서 타격 부문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다짐한다. 올 시즌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했다. 지난해 타격 5관왕과 MVP를 차지했음에도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폼을 새로 바꿨다. 빠른 공을 잘 공략하겠다는 목표로 자세를 간결하게 수정했다.

메이저리그의 관심도 상당하다. 2월 미국에서 진행된 WBC 대표팀 스프링캠프에선 여러 구단이 이정후를 관찰하기 위해 스카우트들을 파견했다. 이들은 훈련은 물론 연습경기까지 면밀히 지켜보며 선수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MLB닷컴은 “이정후는 겨우 25살이지만, 완전체에 가까운 타자다. 이제 모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은 슈퍼스타 이정후에게 쏠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5. 800만 관중시대 열릴까?


▎KBO리그 최고 스타인 키움 이정후 (왼쪽 두 번째)는 메이저리그의 거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왼쪽)와 손을 잡았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오른쪽) 이상의 위상을 향해 가고 있다. / 사진:보라스 코퍼레이션
지난 3년간 프로야구는 코로나19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해외 전지훈련은 계속 취소됐고, 관중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KBO리그도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10개 구단은 모처럼 해외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미국과 일본, 호주 등 따뜻한 나라에서 몸을 만들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질적 향상이 예상되는 이유다. 감독들 역시 “날씨가 좋고 환경이 뛰어난 해외 스프링캠프를 통해 만족스러운 준비 과정을 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포스트 코로나19가 가져올 관중 회복세도 기대된다. 2019년 728만 명이 찾았던 KBO리그는 2020년 총관중이 32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그나마 2021년 122만 명, 지난해 607만 명으로 회복세를 보였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린 올 시즌에는 최대 800만 명대까지 관중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팬들을 위해 KBO는 스피드업 강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먼저 감독이나 투수코치의 마운드 방문 시간이 엄격히 적용된다. 기존 30초에서 25초로 시간이 줄어들고, 30초 시점에선 포수가 포구 준비를 마쳐야 한다. 타자 역시 타석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최소한 한 발을 타석 안으로 둬야 한다. 해당 스피드업 항목은 심판진 고과 평가에도 반영된다.

한편 클리닝타임 때 볼 수 있었던 선수들끼리의 친목 행위는 올 시즌부터 금지된다. 친목 행위란 5회 말이 끝난 뒤 양쪽 선수단이 필드에서 만나 나누는 사적인 대화를 뜻한다. 또 구단 관계자나 선수의 심판실 출입도 막기로 했다. 모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함이다.

- 고봉준 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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