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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바위꾼들의 해방구, 태국 프라낭 

사시사철 탁 트인 바다 보며 즐기는 암벽등반의 성지 

김상선 기자
600개 넘는 등반 루트에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암벽등반 세계적 명소
초보자도 등반할 수 있고 주변 섬 투어 저렴해 여행객들로 문전성시


▎태국 남서쪽 끄라비 프라낭은 요즘 암벽 등반 원정을 온 클라이머들로 북적인다. 주로 북반구의 추위를 피해 온 사람들이다. 사진은 클라이머들로 북적이는 동라이레 원투스리 암장으로, 온종일 햇볕이 들지 않고 쉬운 코스가 많아 초보자들에게 인기다.
"프라낭 해안 암벽은 무엇보다 루트가 다양한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수백 개의 루트가 모두 다른 느낌이어서 어떤 길을 올라도 짜릿하죠. 중국 양수오, 라오스 타켁, 베트남 깟바 섬 등 아시아의 유명 암장을 모두 가봤지만, 이곳만큼 만족감을 주지 못했어요.”

지난 3월 초 태국 현지에서 만난 대주알파인클럽 하용문(55) 대장은 프라낭 암벽 등반의 장점을 이렇게 말했다. 하 대장은 코로나로 닫혔던 하늘길이 열리자 6명 회원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그의 프라낭 원정은 이번이 14번째다.

한국에서 바위 좀 탄다는 사람들에게 프라낭은 선망의 대상이다. 우선 우리나라 겨울철에도 암벽 등반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절기에 등반력을 유지하려는 한국의 ‘바위꾼’들이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이곳으로 몰려가는 이유다.

둘째로, 단일 지역에 바윗길(루트)이 많고 다양한 환경을 꼽는다. 네 개의 해안에 무려 600개가 넘는 루트가 있어 어디에 숙소를 잡아도 걸어서 20여 분이면 암장에 도착할 수 있다. 타이원드 암장을 관통하는 천연 동굴은 태고의 신비감을 준다.

셋째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암벽 등반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에 있는 10여 곳 암벽 장비점에서 필요한 장비를 대여하거나 구매할 수 있고, 사전에 예약하면 전문 강사(유료)의 도움을 받으며 등반할 수 있다. 난도가 낮은 원투스리월은 세계 각지에서 온 일반 여행객들로 온종일 붐빈다.

끝으로 등반에 지친 몸과 마음을 맡긴 채 편안하게 휴양을 즐길 공간도 곳곳에 있다. 이곳의 낙조는 가히 일품이다. 조금 더 활동적인 휴식을 원한다면 1인당 800밧(약 3만2000원)을 내고 주변 섬을 둘러보는 피피섬 투어를 할 수 있다. 청정지역인 마야베이는 할리우드 영화 [비치]의 촬영 지역으로, 한동안 폐쇄됐다가 지난해 초 다시 문을 열었다.

기자와 함께 프라낭을 찾은 뫼암 산악회 김영식 대장은 “프라낭 암벽은 30여m에 이르는 긴 루트가 많기 때문에 자신에 맞은 난이도를 선택해야 한다. 반드시 안전 장비를 갖추고 현지 경험이 있는 조력자와 함께 등반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서울에서 온 정소율 씨가 프라낭 톤사이에 있는 5.11b의 중급 코스를 오르고 있다. 톤사이 방향의 암장은 대체로 난도가 높아 중급 이상의 클라이머들에게 인기다.



▎코로나19로 닫혔던 하늘길이 열리자 태국 피피섬 해안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들이 프라낭 톤사이 해안 백사장에 누워 클라이머들의 등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타이원드월 암장의 천연동굴로 들어가는 클라이머들. 동굴을 통과하면 프라낭 해변이 나온다.



▎톤사이 해안의 수직 벽을 오르는 클라이머.



▎암벽 등반을 마친 등반객들이 낙조로 유명한 프라낭 해변을 걷고 있다.
- 사진·글 태국 끄라비=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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