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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포럼 명사 인터뷰] 박윤해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의 특별한 기부 스토리 

“학교 찾아준 선배들의 조언이 성공 밑거름… 나도 후배들에게 선한 영향력 전하고파”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4명이 의기투합한 법무법인 백송, 3년 만에 20명 변호사 둔 중견로펌으로 성장
2011년 이태원 살인사건 재수사로 미국인 용의자 송환해 기소한 일 잊지 못해


▎박윤해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는 4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우리 후배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윤해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삶을 실천해왔다. 1998년 검사로 임관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모교인 경북 김천고에 장학금 8200만원, 석·박사 과정을 마친 숭실대에 발전기금 2000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대구·경북 지역에 성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 고향인 경북 상주시 노인회관 건립기금에 5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4월 6일 서울 서초구 백송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변호사에게 기부를 멈추지 않는 이유를 묻자 “검찰과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꾸준하게 사회에 환원하고 봉사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지난해 매출액 100억원 달성


▎박윤해(왼쪽 첫째)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가 2019년 10월 10일 모교인 김천고 예지관에서 학교발전기금 3000만원 기탁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 사진:박윤해
장학금을 기부하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우리 학교 출신 서울대 교수 5~6분이 찾아와 여러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당시 선배들의 말씀을 듣고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저 선배들처럼 서울대에 진학하고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었고, 그 영향으로 서울대 법대 진학에 성공했다. 선배들의 말과 행동이 나에게 큰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래서 검사가 된 후 1~2년에 한 번 정도는 모교를 찾아 특강도 하고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내가 당시 그 선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것처럼 우리 후배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

김천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박 변호사는 제32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제22기)에 합격, 이후 약 22년간 검사로 재직했다. 2019년 7월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끝으로 검사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두 달여 뒤 안희준 변호사(전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법무법인 백송을 설립했다.

백송 설립 당시 변호사 4명으로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규모가 꽤 커졌다.

“백송은 법원·검찰 출신 파트너 변호사(통상 10년 차 이상 경력의 변호사) 9명을 포함해 총 20명의 변호사가 속한 중견 로펌으로 성장했다. 전문 영역을 가진 능력 있는 변호사(법원장·고법부장판사·부장판사 출신 4명,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검사 출신 5명)를 영입해 거의 모든 법률 분야에 대해 종합적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됐다. 백송은 지난해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했다. 설립한 지 3년이 조금 넘어 이 같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든다.”

2019년 박 변호사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법무법인 이름을 ‘백송(柏松)’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하나는 사시사철 푸르고 힘찬 잣나무(柏)와 소나무(松)처럼 의뢰인에게 늘 한결같고 전문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또 하나는 헌법재판소 안에 있는 천연기념물 흰소나무(白松)와 같이 곧은 절개를 지켜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빠르게 성장한 비결을 꼽는다면?

“법무법인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 변호사들의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 단합, 원만한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백송의 변호사들은 모두 나와 오래전부터 근무한 인연이 있어 서로 신뢰할 수 있다. 이렇듯 훌륭한 성품을 가진 구성원들이 의뢰인과 사건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소통하면서, 경험·신뢰·성실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백송은 민사·형사·가사뿐만 아니라 금융조세·중대재해·상표특허·가상자산 등 전문영역까지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을 갖췄다. 박 변호사는 이러한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의뢰인에게 최선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백송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전문성 살려 의뢰인에 효과적 솔루션 제시”


▎박윤해(왼쪽)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가 2020년 10월 15일 석·박사 과정을 마친 숭실대에 발전기금 100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 사진:박윤해
의뢰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가?

“보통 대표변호사가 되면 사건을 수임할 때만 의뢰인에게 잠깐 얼굴을 비치지만, 나를 포함한 백송의 대표변호사 9명은 상담 초기뿐만 아니라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의뢰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사건을 심층적으로 파악한다. 또 각자의 전문성·노하우를 살려 의뢰인에게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시해 사건의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이런 점들이 쌓여 지금의 백송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변호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문성·성실성이다. 전문성이 있더라도 성실하지 않으면 의뢰인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가 얽히고설킨 현대사회에서 전문성을 키우지 못한다면 변호사로서 좋은 성공률을 내기 힘들다. 결국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변호사가 롱런(Long-Run)할 수 있다.”

후배 법조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 공판중심주의로 사법체계가 급변하고 있다. 불경기로 법조 시장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트렌드 변화, 급격하고 새로운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박 변호사는 디지털자산 분야에 조예가 깊다. 2021년부터 한국블록체인협회 고문, 국민가상자산평가인증(국가평) 전문위원 등에 몸담았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국가평 전문위원으로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디지털자산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집’을 전달하기도 했다. 제언집에는 ▷디지털자산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규제 개선의 필요성 ▷디지털자산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의 허용과 부작용 방지 ▷장관급 디지털자산전담 감독기구의 신설 등을 담았다고 했다.

제도권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디지털자산의 발행과 이전·소멸을 직접 규정할 사법상의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에서 공법, 혹은 감독법규를 통한 시장통제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자산이 간혹 범죄의 도구로 악용되기도 한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회 입법이나 제도화를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투자자는 혹여나 당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자산이 정상적으로 유통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고, 디지털자산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박 변호사는 배우 장근석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던 이태원 살인사건을 14년 만에 재수사해 미국으로 도주했던 용의자 아서 존 패터슨을 공소시효 만료 직전 기소한 주역이기도 하다.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집 화장실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미국인들에게 묻지 마 살해를 당한 사건으로, 자칫 영원한 미제(未濟)로 남을 뻔했다.

“챗GPT? 고도로 숙련된 변호사는 대체 불가”


▎박윤해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는 4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백송이 해결하지 못하면 어디에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재수사 상황에 모든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부담되진 않았나?

“그런 부담이 없진 않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사에만 집중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검사이던 나는 재수사를 통해 2011년 미국으로 도주했던 미국인 용의자를 송환해 피의자로 기소했고, 2017년 대법원에서 최종 징역 20년형을 받게 했다. 당시 상황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검사 시절 가장 보람 있던 일은?

“대구지검 검사장으로 있을 때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은사님들을 검찰청으로 초대한 일이다. 검찰청을 구경시켜드리고 식사도 대접했다. 은혜를 갚을 기회가 돼서 개인적으로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었다.”

J포럼 수강생으로 강연을 듣는 소감은?

“사회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훌륭한 수강생들과 교류하고, 좋은 강연을 같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저녁 모임 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삶을 재충전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수강생들도 다들 만족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연이 있다면?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의 ‘그냥 하지 말라’는 주제의 강연이다. 요즘 핫한 챗GPT에 대해 소개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당시 수강생들로부터 질문이 상당히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각에서는 챗GPT가 변호사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나도 사용해봤는데, 변호사를 대체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지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어떤 변호사는 챗GPT에게 준비서면을 작성하게 했는데 오류가 너무 많았다고 하더라. 챗GPT가 영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글로 했을 때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물론 요즘 변호사들 사이에 챗GPT에 대한 얘기가 화제인 건 맞다. 챗GPT를 학습시키면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 경력 10년 미만의 소속 변호사)’처럼 초기 문서 작업은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고도로 숙련된 변호사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백송의 향후 계획이나 방향성이 있다면?

“법무법인 백송이 해결하지 못하면 어디에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 의뢰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고, 언제든지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는 믿을 만한 법무법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 J포럼은 - 2009년 국내 언론사 중 중앙일보가 최초로 시작한 최고경영자과정이다. 시사와 미디어·경제·경영·역사·예술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강좌와 역사탐방, 문화예술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로 15년째를 맞이한 J포럼은 매년 두 차례(봄·가을) 원우를 선발하여 진행된다. 그동안 졸업생 1200여 명을 배출해 국내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학습과 소통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의·접수: J포럼 사무국(02-2031-1018), http://ceo.joongang.co.kr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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