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한바탕 소나기 퍼부은 뒤 피어오르는 수증기.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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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습작은 없다의지가지없는 무한 허공누구 하나 손잡아주는 이 없지만수백억 광년 건너온 햇빛 쟁여 넣고몸속의 수차 돌려 봄을 피워올리지꽃은 나무가 세상에 내 건 등불이었다상춘객들 희희낙락 즐기는 사이가지마다 알전구 켜느라 방전된 에너지연두만으로는 더이상 버틸 수 없어초록 피 수혈 중인 5월,꽃 진 자리에 맺힌 씨앗 꼭 움켜쥔 채손절매하듯 봄의 꼬리 잘라낸다상처 없는 영혼 어디 있으랴초록초록 물들어 가는 숲을 보라옹이 지긋이 눌러 계절 건너는 나무발전소하늘이 위로하듯 운무 펼치고 있다
※ 이영식 - 경기도 이천 출생. 2000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으로 [공갈빵이 먹고 싶다], [희망온도], [휴], [꽃의 정치], [꽃을 줄까, 시를 줄까] 등이 있음. 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및 문화관광부 우수도서 선정. 한국시문학상, 2012년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애지문학상, 창작마을 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