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민주당 정상화를 바라는 원조 386의 고언] 삼민투 위원장 출신 함운경의 직설 

“민주당 혁신의 선결과제는 리더십 교체” 

“민주당의 국가 운영능력 부족, 문재인 정부에서 충분히 보여줘”
“개딸의 포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끔찍한 불의가 펼쳐질 것”


▎전북 군산시에서 횟집 ‘네모선장’을 운영하는 함운경 대표. 함 대표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82학번으로 1985년 5월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했다. / 사진:함운경 네모선장 대표 페이스북
민주정치에서 정당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민 의사를 수렴하는 기능을 가진 정당이 제대로 작동해야 국민의 뜻을 정치에 반영하고 다수 의사로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요 정당인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함께 양대 정당이며 현재 원내 과반수의 의석을 가진 정당이다. 이런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의 뜻이 국정에 반영되기보다는 정치가 국가에 부담이 되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민주당이 위기라는 사실은 반론이 없을 정도로 자명하다. 이 위기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탄핵과 집권, 그리고 총선의 압도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10년 집권의 법칙(?)마저 깨고 말았으니 극적인 추락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정점과 추락 사이에서 민주당의 ‘위선과 무능’에 등을 돌렸다. 부분적인 오류나 실수 때문이 아니다. 민주당에서 몸담고 정치활동을 했던 나부터도 마음이 멀어진 정도가 아니라 떠나버린 상태다. 진영정치가 극단화되면서 경쟁당의 몰락에 편승하는 생존방식이 당연시됐지만, 나는 양대 정당이다 정상수준에 있어야만 우리 사회가 크게 잘못되지 않고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우선 민주당에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치는 자신에 대한 강력한 믿음에 기반하는 속성을 갖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자기 객관화 및 반성의 기능을 작동시켜야 한다. 민주당은 도덕적 권위가 추락하고 심지어 부패집단으로 비판받고 있다. 민주당은 보수정치 세력에 대해 늘 도덕적 우위를 내세워 왔으나 이제는 반대로 민주당이 문재인 집권기부터 계속된 각종 부패와 성 스캔들로 이미지가 추락한 지 오래다.

“민주화 운동 경력?, 유효기간 한참 지났다”

아울러 ‘민주 대 반민주’의 낡은 프레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민주화운동 경력, 민주주의에 대한 적극성을 보수정치권을 상대하는 경쟁력으로 삼고 있었으나,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는 일반적인 상식이 된 지 오래라서 정치적 경쟁력이나 차별성은 이미 상실돼 버렸다. 유효기간이 지난 지 한참 됐는데도 관성에 빠진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태, 몰염치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민주당의 국가 운영능력 부족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충분히 보여줬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고 해놓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해서 결국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최하층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반면 고용이 안정된 공공분야나 대기업 노동자의 이익은 너무 잘 지켜졌다. 민주당 대선 패배의 주요인이었던 부동산정책 실패도 거의 미스터리 수준이다. 당시 유동성 증가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세계적 현상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유포해 불신과 오명을 자초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도덕적이고 민주적이라는 몽상에서 깨어나 자신의 실제 모습을 직시하고 겉과 속이 다른 낡은 경쟁력이 아닌 새로운 정치적 경쟁 요소와 자산을 마련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중경제론’에 있는 “경제정책에 대한 나의 대안은 ‘시장기능에의 의존’을 기본원칙으로 한다”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유럽만 하더라도 오래전에 시장경제를 적극 수용한 중도 내지 실용 좌파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한편 나는 최근 민주당의 극단적 반일 폭주를 매우 우려하고 있는데, 일본문화 개방과 한·일 협력을 중시한 DJ의 노선을 들여다보기 바란다.

정당은 뜻을 같이하는 집단이라지만 현실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선당후사’는 말로만 있을 뿐 아무리 당이 위기에 처해도 자기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한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절망하고 떠나게 하여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이 된 조국이 총선을 통해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한다. 이처럼 대통령이 있는 여당과 달리 특히 야당은 원심력이 클 수가 있는데, 결국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의 리더십으로 개별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당의 혁신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시장기능 강조했던 DJ에서 길 찾아야

그런데 민주당은 과연 대표부터 당 전체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변화를 추구할 리더십을 발휘할지 의심스럽다. 이재명 대표가 이중삼중의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어서 역대 가장 취약한 리더십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패배 후 무리를 해가며 국회의원으로 나서고 대표까지 된 일련의 과정을 과연 당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역시 대표의 도덕적 권위 취약으로 인해 당내 부패 스캔들에 대해서 제때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리더십 교체가 선결돼야 한다.

민주당은 이른바 개딸 같은 열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서 정치인들이 이들에게 아부해야만 정치적 생존이 가능하게 돼 버렸다. 그런데 이 극성 지지층은 정치적 유불리의 판단이나 유연성 발휘와는 거리가 멀고 오로지 반대 정파에 대한 적대감 같은 흑백논리의 세상에 살고 있다. 내년 총선거 등 공직 선거에서 현재 50%가 보장된 당원 참여 비중을 대폭 낮춰 극렬 지지층의 영향력을 줄이지 않으면 정치적 기반은 협소화될 것이고, 정치적 유연성 발휘는 불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이 이들의 빗나간 열정에 편승해 생존하는 끔찍한 불의가 펼쳐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김대중의 길, 즉 시장기능에의 의존, 한·미 동맹에 기반한 외교 노선, 일본과 협력관계 증진이라는 김대중의 길을 다시 찾아가는 것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다.

- 함운경 네모선장 대표 nemo8845@naver.com

202307호 (2023.06.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