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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윤곽 드러내는 ‘명낙대전’ 시즌2 시나리오 

세대교체 노리는 ‘친명 사수대’, 비명계와 ‘8월 결전’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혁신위원장 교체, 중국 대사 발언 파동 등으로 李 리더십 최대 위기 봉착
전국 조직 갖춘 이재명 지지세력 출범에 비명계도 이낙연 중심 결집 가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당내 비명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귀국을 앞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대안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9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대표가 장인상을 당한 이 전 대표를 조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6월 초 서울 종로에서 민주당의 원외 인사를 만났다. 8일 중국대사 관저에서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회동한 뒤였다. 싱하이밍 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이 이미 뉴스를 도배하고 있었다. 싱하이밍 발언 논란으로 화제를 옮기자, 그는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말했다. “중국대사를 만나도 얻을 게 없는 게 뻔히 보이는데 긁어 부스럼 만드는지 모르겠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판에 나무를 흔들어 멀쩡한 잎사귀를 떨어뜨린 것과 뭐가 다르냐?”

며칠 뒤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적 있는, 스스로 ‘개아들(개혁의 아들)’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 지인의 반응은 앞서 만난 인사와 정반대였다. 그는 싱하이밍 대사를 만난 이재명 대표가 경솔했다거나 미숙했다는 세간의 비판에 “싱하이밍이 속인 것”이라고 했다. 약속되지 않은 돌발 발언을 한 싱하이밍 대사의 잘못이란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중·일 양국과 제대로 외교 노선을 걸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그는 “민주당 안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이 대표를 궁지로 몰아넣는 이들이 있다”고도 했다.

두 사람의 상반된 반응은 민주당 내부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양측 갈등이 새로운 건 아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친명과 비명의 대립이 격화하리란 건 일찌감치 예고돼 있던 바다. 다만 최근 들어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비명계의 반발이 커질수록 친명계의 혁신 드라이브도 빨라지고 있다.

이래경·싱하이밍 연타에 이재명 리더십 흔들


▎6월 8일 이재명 대표가 주한중국대사 관저에서 싱하이밍 중국 대사를 예방하고 있다. 싱하이밍 대사는 이날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중국 베팅’ 발언으로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켰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이 터졌을 때만 해도 이 대표를 향한 직접 책임 요구는 제한적이었다. 2021년 전당대회는 이 대표와 직접 관련이 없었고,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이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여서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보여줄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진 않았다. 돈 봉투 이슈와 관련된 걱정은 내부가 아닌 외부를 향했다. 6월 12일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정당법 위반 혐의로 국회에 제출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중도 민심 이탈에 대한 우려가 민주당에서 새어 나왔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막말로 우리끼리야 검찰독재, 한동훈 작품으로 몰아붙이면 되지만, 지지 정당이 없는 중도층 시각에서 방탄국회가 아니고 뭐겠냐”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 스텝에서 나왔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며 혁신기구를 구성하려던 게 도리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6월 5일 외부 인사인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지명하자마자 비판이 쏟아졌다. 이씨가 그동안 수긍하기 어려운 음모론적 주장들을 펼친 게 문제가 됐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그는 “미 패권세력이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과 러시아를 두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서방의 일방적이며 조작된 여론”이라고도 했다.

이뿐 아니다. 언론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2020년 3월), 지난 5월 미국 정보당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파문이 일자 “지난 한국 대선에도 이들 미 정보조직들이 분명 깊숙이 개입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지난 발언들을 추려 보면 미국에 대한 깊은 반감이 드러난다.

하필 6월 6일 현충일을 하루 앞둔 때여서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며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과거 발언의)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면서 “정부 공식 발표를 신뢰한다”고 서둘러 진화해야 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 대변인이 항의하러 온 최원일 함장을 두고 “무슨 낯짝으로… 부하들 다 죽이고”라고 발언한 게 알려져 오히려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이 대표가 이래경씨를 혁신위원장에 지명하면서 당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고 최고위원회의 전날에야 사실상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문제는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로 진화됐다.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가 곪아 터지는 건 이재명 리더십이 온전치 못하기 때문이니 하루빨리 사퇴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정성호 의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니 그런 부분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유감을 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결국 이 대표가 “무한책임 지는 게 대표”라고 우회적인 유감을 표명했지만, 원론적 얘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런 소동을 겪은 뒤 마련한 싱하이밍 중국 대사와의 회동은 이 대표의 리더십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었다. 마침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로 정부가 대일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미·일 가치동맹에 집중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이 대표가 한·중 관계 개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기회였다.

이재명 취임 1년 앞두고 반격 벼르는 비명계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선임됐던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왼쪽)은 천안함 사건 조작 의혹 등 과거 음모론적 발언이 문제가 돼 하루 만에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부원장을 지낸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가 혁신기구 수장으로 선임됐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싱하이밍 발언이 폭탄급 파문을 일으켰다. 싱하이밍 대사는 지난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의 기본 위에서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튿날 언론 기고문(중앙일보 2021년 7월 16일)을 통해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이란 제목을 달아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사가 상대국 대선 후보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경우에 따라 대선 개입 의도로 비칠 수도 있는 문제다.

이처럼 거침 없는 그의 행보는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재연됐다. 6월 8일 중국대사 관저에서 이 대표를 만난 싱하이밍 대사는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거라는 베팅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아마 앞으로 반드시 후회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즉석 발언이 아니라 미리 한국어로 된 원고를 준비했다.

싱하이밍 대사가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15분 동안 이재명 대표는 그저 묵묵히 들을 뿐이었다. 이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그런 발언을 준비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넋 놓고 있었겠느냐”며 “이 대표도 조율되지 않은 싱 대사의 발언에 적잖게 당황해 제때 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외교부가 싱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꼬이고 말았다. 이 대표가 기대했던 회담의 결과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 셈이다. 언론 기고와 ‘베팅 발언’은 대사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지시 없이 대사 혼자 벌일 수 있는 돌출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의 회동은 중국 대사관 측에서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의 회동을 한국 정부에 메시지를 전할 목적으로 기획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 대표가 중국 측이 깔아놓은 판에서 들러리 역할만 한 셈”이라는 전직 외교관의 말은 이 대표에게 뼈아픈 지적이다.

잇따른 실책에 비명계의 사퇴 요구는 더 거세졌다. 6월 13일 의원총회에서 조응천 의원은 “혁신위가 뭘 하는 기구인지 합의하지 않고 ‘론칭’부터 했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우린 중병에 걸렸는데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이재명 체제 1년 평가를 제안했다. 설훈 의원은 좀 더 노골적으로 “이 대표가 정치를 오래 하려면 지금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친명계 의원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래경씨 사퇴로 비어 있는 혁신위원장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임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김 교수는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일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시절 당무감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개혁성과 참신성을 내세워 당 지도부의 꼭두각시란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다. 김 교수 선임에 대해 일단 당내에선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혁신기구의 위상과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아직 의도를 파악하는 수준”이라는 게 당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장 급한 불은 껐다지만, 불씨를 키울 바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의 정치 일정을 고려해보면 다가오는 7, 8월은 이 대표에게 가장 뜨거운 여름이 되리란 전망이 많다. 조 의원이 제안한 ‘이재명 체제’ 1년 평가는 앞으로 민주당의 운명을 가늠케 하는 힌트다.

이 대표의 임기는 8월에 1년을 맞는다. 혁신기구의 활동 범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대표 취임 1년을 즈음해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9월에는 정기국회가 시작돼 연말까지 이어진다. 총선 체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면 정기국회에서 정부·여당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체제를 변화시키려면 9월 이전이 적당하다고 보는 이유다. 김종민 의원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만약 (체제 개편이) 안 된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가 엉망인데 민주당도 도긴개긴이다, 이 분위기로 연말까지 가면 조그마한 자극에도 쉽게 무너지거나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정당이 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 귀국 후 7~8월에 긴장 최고조


▎이재명 지지자들의 전국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을 맡은 강위원 씨는 1997년 한총련 5기 의장을 지낸 포스트 586 그룹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이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이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서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윤 의원은 6월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가) 본인의 진퇴를 언젠가는 판단할 텐데 그 판단의 시점이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혁신기구를 이끌 김 교수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프로를 상대로 아마추어가 어떻게 군기를 잡냐”고 했다.

윤 의원의 발언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 대표의 사퇴는 빠를수록 좋고, 당의 체질변화를 이끌 혁신기구 수장은 정치 감각이 있는 정치인 출신이 어울린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 대표 사퇴 후 당을 이끌 경륜이 있는 인물로 일각에선 이해찬 전 대표를 꼽지만, 건강상 이유와 함께 최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작다.

24일 귀국하는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론에 힘을 싣기 위해 비명계를 주축으로 판 깔기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전 대표는 6월 12일 독일 베를린 자유대에서 가진 강연에서 “내년 총선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귀국 후 당장 정치 행보에 나서진 않겠지만, 그의 정계 복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지금 돌아오면 뭐하겠나, 배운 게 정치인데”라고 말했다.

‘엄중 낙연’이란 별명이 생길 정도로 매사에 신중한 이 전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서두르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그에게 판을 깔아주는 건 비명계의 결집 여하에 달렸다. 당내에서 구심점으로 삼을 만한 인물이 없는 비명계 입장에서 이 전 대표는 충분히 매력 있는 카드라 할 수 있다.

‘친명 사수대’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세대교체 예고


▎2000년대 초 원내에 대거 진출한 86그룹은 정치 개혁과 세대교체를 주도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 86세대 초·재선 의원들이 이라크 정책에 반대하는 대미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비명계의 압박이 강도를 높여갈수록 친명계의 대비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동력을 잃었던 친명 조직을 재건하는 움직임이다. 그 주축은 ‘전대협 세대’의 뒤를 이을 ‘한총련 세대’, 즉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정치 교체’를 내세우면서 97그룹의 역할을 예고한 바 있다.

97이 주축이 된 친명 그룹은 6월 4일 ‘더민주전국혁신회의(더혁신)’ 출범을 선언하며 세력화의 첫 걸음을 뗐다. 더혁신은 ‘정치 혁신 결사체’를 자처한다. 지역별 조직을 갖춰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가졌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비민주적 의원집중제를 해소하고, 120만 권리당원 중심의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대중정당으로 과감히 탈바꿈해야 한다. 180석을 갖고도 촛불개혁의 적기를 놓치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책임을 인정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현역 의원들을 겨냥했다. 현역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압박이다. 더혁신은 5대 강령을 통해 “공천 혁신, 대의원제 폐지, 특별당규 개정 등 당원주권시대를 열기 위한 정당 혁신 및 정치 개혁을 선도한다”고 선언했다.

더혁신 사무총장은 강위원 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이 맡았다. 강 사무총장은 전남대 94학번으로, 1997년 전남대 총학생회장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5기 의장을 지냈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발탁한 그는 지금도 이 대표를 가까이서 보좌하는 차세대 그룹의 리더 격이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20~40대 그룹인 ‘위평포럼(위대한 평민포럼)’도 정식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위평포럼이 소수정예 친명그룹이라면, 더혁신은 전국망을 갖춘 대중조직의 성격을 띤다.

친명 97그룹은 1990년대 학생운동의 경험에서 익힌 조직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대협을 계승한 한총련은 의장을 정점으로 각 지역총련, 대학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단일대오 형태였다. 조직력이 약한 이 대표로선 전국에 산재한 개인 지지자들을 조직화하는 데 이들의 경험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바로 위 세대인 86그룹이 노무현을 만나 정치 교체의 역사를 썼듯이, 이재명을 통해 새 시대에 걸맞은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게 이들의 꿈이다. 실제로 강 사무총장을 비롯해 여러 인물이 총선 출마를 위해 지역 기반 다지기에 들어갔다. 대개 586 현역 중진들의 안방인 경우가 많아 본선보다 치열한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친이재명계 인사는 “지역을 다녀보니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높은 걸 느낀다”며 “공정한 룰만 보장된다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총선 성패 관건은 집토끼 사수 아닌 중도 공략”

이들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주요 세력으로 부상한다면 비명계와의 대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내년 총선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원내를 장악해야 이 대표에게 대선가도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대의원제 폐지가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대표가 혁신기구를 통해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혁신안을 내놓을 경우 현역이 수용하기가 쉽진 않다”며 “굉장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차기 대선을 겨냥한 사전 포석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중도를 끌어들이는 외연 확장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은 20% 안팎에 이른다. 리얼미터의 6월 첫째 주 조사에서 무당층은 14.2%였다. 동아일보가 총선 300일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지역 기준 무당층은 22.7%에 달했다. 무당층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긍정 평가는 모두 30%를 밑돌았다. 중도·무당층의 향방에 총선의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금태섭 전 의원과 양향자 의원 등 정치권 안팎에서 제3지대 창당 움직임들이 속도를 내는 것도 거대 양당에 식상함을 느낀 중도층을 겨냥하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은 “중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건 역대 선거 결과가 보여준다”며 “지금은 집토끼 사수가 아니라 중도 공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07호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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