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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분석] 대통령학 관점에서 본 국정 지지율 저공비행의 기원 

국정 혼선 씨앗, 윤석열 인수위 시절 심어졌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인수위 때 선정한 윤 정부의 국정과제, 국민 여망과 겉돌아”
“장관 인선 주도 못한 대통령 비서실장의 내각 장악력 취약”


▎2022년 3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서울행정학회(회장 이민창 조선대 교수)가 발행하는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34권 제1호에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평가’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윤석열 정부의 집권 초기 국정 혼선의 기원’이라는 부제를 단 이 논문의 제1 저자는 신현기 가톨릭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이다. 한국 대통령학 분야를 개척한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도 교신 저자로 참여했다. 저자들은 “이 연구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 대한 첫 학술 연구로서, 대통령의 국정 목표와 권력 자원이라는 관점에 근거해 인수위를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분석 틀을 제공했다”고 논문에서 강조했다. 이 논문은 윤석열 정부 초기 국정 운영 혼선의 뿌리와 전개 과정을 인수위 활동에 투영하고, 분석했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의 향배, 변수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정치 초심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없는 것 두 가지를 꼽았다. 지역적 기반과 정치적 경험이 그것이다. 이는 국정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 충격을 최소화하자면 대통령직 준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인수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가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자 어떻게 운용됐는가를 들여다보는 게 이 논문의 주제다. 이 논문은 나아가 제도적 관점에서 대통령과 인수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자 했다. 다음 대통령이 인수위를 구성할 때 참고점이 된다고도 하겠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국정 운영 과정에서 여러 혼선을 빚었고, 그에 따라 지지율도 30%대에 머물고 있다. 이 논문은 집권 초기의 국정 혼선과 리더십 위기의 씨앗이 대통령 당선(2022년 3월 9일) 이후 취임 때(5월 10일)까지 49일 동안 운영된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뿌려지고 싹이 텄음에 주목하고 있다.

논문은 인수위가 확보해야 할 대통령의 핵심적 이익으로 ‘권력자원 극대화’를 규정했다. 대통령의 권력자원 극대화는 크게 두 가지 수단을 통해 구축된다. 국정과제라는 ‘의제 설정’과 대통령실·내각 구성 및 여당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제도적 권력자원 확보’가 그것이다.

Ⅰ. 국정과제를 통한 의제 설정 문제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기자회견장에서 문화 생태계 복원 및 문화산업 성장을 위한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인수위 관계자들.
‘의제 설정’은 국정과제를 통해 의회와 대중에게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 목표를 명확히 알려 국정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요충지이다. ‘제도적 권력자원 확보’는 차기 정부의 대통령실, 내각을 구성하고 의회에서 대통령을 대리할 여당과의 협력 관계를 조성하는 게 출발점이다. ‘의제(議題)’와 ‘인사(人事)’가 핵심인데, 이 두 가지 과제 모두 미흡했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국정과제와 관련해 윤석열 인수위는 5월 3일, 5개 영역의 20개 국정전략에 기초한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역대 인수위에 견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정치 부문 개혁 과제가 단 한 개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정치 부문 개혁 과제에 관해 국민 요구 사항은 인수위 출범 직전에 이뤄진 한국선거학회 설문 조사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한국선거학회는 20대 대선을 전후해 3회에 걸쳐 웹서베이패널조사를 실시했다. 이 논문에서는 대선 직후 실시된 3차 패널조사를 인용했다).

여론 선호도 높은 정치개혁 과제가 배제됐다

국민들은 정치 부문의 최우선 과제로 검찰개혁(27.6%)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공동정부 운영(23.3%), 선거제도 개혁(16.3%), 문재인 정부 조사(15.2%), 책임총리제 및 책임장관제(9.5%), 개헌(5%) 등의 순으로 선호했다. 물론 ‘검찰개혁’은 이재명 지지층(48.2%)의 압도적 선호에 힘입어 윤석열 지지층(5.4%)의 낮은 선호에도 불구하고 전체 1위에 오르기는 했다. ‘공동정부 운영’은 대선 지지 후보를 떠나 높은 선호도를 보였음에도 국정과제에 반영되지 않았다(표1 참조). 논문은 “국정과제에서 정치개혁 과제가 배제된 사실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국정과제와 여론 사이의 괴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반드시 여론과 일치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은 민의의 대변자로서 여론을 따라야 하지만, 동시에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도 하는 존재로 보는 측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제 설정 영향력이라는 관점에서는 여론과의 일체감은 중요하다. 대통령의 의제가 언론에 중요하게 다뤄지면 의제 설정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의제가 여론에 부합하거나, 국민 관심사와 일치하는 경우 이슈의 주목성도 배가된다.

신현기 교수는 논문에서 “여론과 괴리된 국정과제의 의제 설정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며 “이는 국정과제를 통해 집권 초기 국정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대통령의 의도를 제약한다”고 진단했다.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 분야의 국정 과제 또한 국민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는 국민 여론 상의 우선순위와 국정과제 우선순위의 불일치 경향에서 두드러진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한국선거학회 설문조사 응답자의 28.2%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들었다. 다음으로 거시경제 및 물가 안정이 24.4%, 일자리 창출 19.7%, 코로나19 피해보상 7.6% 순이었다. 인수위가 선정한 경제·산업 분야 우선 과제는 여론과 따로 갔다. 과제의 개수(個數) 기준으로 보면 신성장동력 발굴과 과학기술발전이 각각 7개로 1위를 차지했다. 에너지·기후 변화 대비, 대·중·소 공정경쟁 질서 확립이 각각 5개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이에 반해 국민 여론이 중시한 부동산 시장 안정과 일자리 창출은 각 4개로 공동 5위에 그쳤다. 거시경제 및 물가 안정에 관한 국정과제는 단 2개로 전체 7위로 내려앉았다.

대통령 비서실장보다 더 부각된 당선인 비서실장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민의 관심을 분산하는 여러 이슈까지 소리를 내면서 국정과제 의제 설정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예컨대 국정과제가 국민의 시선을 독점해야 할 시점에 대통령실 용산이전, 검찰 수사권 조정과 같은 이슈들이 크게 부각됐다.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시점에 차기 정부의 인선 내용이 공개되는가 하면, 공동정부 운영을 둘러싼 윤석열 당선인 측과 안철수 인수위원장과의 갈등도 이즈음 표출됐다.

윤석열 정부와 비슷한 여건에서 출발한 김대중 정부의 인수위는 달랐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1997년 민주화 이후 최초의 정권 교체에 성공했지만, 승부는 39만 표 차로 갈린 박빙이었다. 당시는 국가 부도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인 탓에 김대중 정부 인수위는 ‘현안 과제’라는 이름으로 차기 정부 출범 이전에 긴급히 추진하거나 결정돼야 할 사안을 선별하고,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100대 국정과제’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제시했다. 국정과제에 이목을 효과적으로 집중시킴으로써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고, 대중적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논문 저자들의 시각이다. 저자들은 “김대중 당선인은 불리한 대선 결과를 극복하기 위해 인수위 기간 철저하게 차기 정부 국정운영을 준비했다”고 평가했다.

Ⅱ. 제도적 권력자원 확보의 문제


▎5월 14일 서울 총리 공관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한덕수(오른쪽 둘째) 국무총리와 김대기(가운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위직 인선에서도 인수위는 정권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결과를 낳았다. 통상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권한과 인원을 집중해 정부 관료 기구를 통제한다. 이에 더해 자신이 임명한 내각의 고위직을 통해 정부 관료들을 움직임으로써 정책 성공, 리더십 극대화 등의 목표를 실현하고자 한다. 인수위 기간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정부의 대통령실과 내각을 구성하고, 의회에서 대통령을 대리할 여당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개인적·정치적 자원이 취약하므로 대통령실·내각·여당과 같은 ‘제도적 권력자원’ 구축이 매우 절실한 형편이었다. 제도적 권력자원 확보와 관련해 인수위 출발 조건은 몹시 불리했다. 여소야대로 인해 내각의 조직 개편은 불가능했고, 대통령실 조직 개편 역시 잦은 인사 실패로 인한 보완이 요구되는 등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른바 ‘빅2’로 불리는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은 새 정부의 첫인상을 각인케 하는 결정적인 관문이라고 논문은 지적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2022년 4월 3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4월 13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임명했다. 논문은 “두 명 모두 관료 출신으로 무색무취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주기에는 부족했다”고 평했다. 한 총리 후보자는 대선 공약인 책임총리제를 실현하기에는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고, 노무현 정부 총리 출신이라는 점에서 거대 야당의 동의를 얻기 위한 선택이라는 시선이 따랐다는 것이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대통령의 경제정책 분야를 보완할 선택으로 이해되지만, 대통령 당선인과 별다른 인연이 없어 대통령실과 국정 전반을 장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남겼다는 게 이 논문의 기조다.

특히 김대기 실장은 내각을 구성할 장관 인선에는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는 게 논문의 입장이다. 논문은 “윤석열 인수위에서는 차기 정부에 참여하지 않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내각 인선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또한 비교 대상인 김대중 정부 인수위와 크게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논문은 김대중 당선인의 경우 대통령 비서실장을 조기에 임명하고, 인사 전권을 부여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된 지 6일 만에 정치적 반대파에 속했던 인물로 대통령 비서실장(김중권)을 임명하고, 그에게 인사 전권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대선에서 패배한 반대파의 불만을 잠재우고 고위직 인선을 둘러싼 측근 세력의 권력투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대통령 비서실장 조기 임명은 인수위 시절 인사 갈등을 최소화함으로써 대통령의 제도적 권력자원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닌 당선인 비서실장의 파워가 부각된 측면이 강하다. 논문을 이 점을 제도적 권력자원 구축의 한계로 꼽았다. 그렇게 단행된 윤석열 내각의 인사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김인철 교육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중도 하차했다.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내각 인선은 진행형이었고, 박순애 교육부 장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잇따라 낙마했다.

“인사 실패는 친위 체제 구축으로 이어져”

논문은 “이를 여야 간 정치 갈등의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인수위 기간 인사 검증이 부실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사 논란으로 인해 제도적 권력자원 구축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게 논문의 귀결이다.

인수위 기간의 혼선은 정권에 연쇄 효과를 낳았다. 거듭된 고위직 인사 실패는 윤석열 당선인이 몸담았던 검찰 출신으로 강력한 친위 체제를 구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위직 인사 검증 실패에 관여된 검찰 출신 인사 검증팀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인사 라인으로 이동했다. 또한 내각, 총리실, 민정, 인사, 정보 등 대통령의 통치를 위한 요직에 검찰 출신이 포진함으로써 사실상 검찰 출신이 국정을 주도하는 ‘검찰 친위 체제’가 등장했다는 게 논문의 시각이다.

논문은 “검찰 친위 체제는 이른바 ‘국정운영을 위한 승리연합(winning coalition for governing)’의 범위를 극도로 협소화함으로써 대통령의 권력자원 확대를 제약하는 주요 원인이 됐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대통령의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는 의회 내 지지기반은 여당인 국민의힘이다. 그런 여당과의 관계 정립도 가시밭길이었다. 대선 전 선거 방향을 두고 충돌한 바 있는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선 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후에도 긴장 관계를 풀지 못했다. 이런 여권 내 갈등은 2022년 9월 국민의힘 비대위가 꾸려지고 이 대표가 물러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즈음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4%(한국갤럽, 2022년 8월 초)까지 떨어졌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은 여당 세력 재편의 수순으로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국정동력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게 이 논문의 평가다. 인수위 기간은 선거 기간 분열된 국민들을 통합해 새로운 국정운영을 위한 승리연합을 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당선인은 인수위 기간에 야당과의 협치를 위한 구상을 밝히지 않았으며, 취임사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여당 대표와의 불화에다 야당과의 협치에 대한 소극적 대응은 대통령의 제도적 권력자원 구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로 귀착된다.

Ⅲ. 결론


▎지난해 5월 서울 용산 신청사 업무공간을 둘러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하는 직원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110개의 국정과제를 제시했지만 국민 여론과의 괴리, 청와대 이전 등 다른 이슈로의 분산, 내각 인선 갈등 등으로 국정과제를 통한 국정 주도권 확보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이탈 지지층 복귀 명분 만들어야 지지율 반등”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조속히 임명해 대통령실과 내각 구성을 주도하도록 해야 했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의 임명은 늦었을 뿐 아니라 국정을 장악할 만한 역량과 정치력을 갖춘 인물을 발탁하지도 못했다는 게 이 논문의 관점이다.

새 정부에 참여하지도 않은 당선인 비서실장 주도로 내각 인선이 이뤄졌고, 그에 따른 부작용과 비효율은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9월, 대통령실 1차 조직개편 때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논문은 인수위 기간의 한계가 윤석열 정부 집권 초기 국정 혼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인수위 시절 드러난 리더십 문제가 지금까지 계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나아가 “인수위 때부터 계속돼 온 기조의 전환 없이는 지지율 반등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득점 포인트도 더러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지지율에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정한울 위원은 "민생 및 협치 강화 노력을 통해 이탈한 보수층, 중간층이 돌아올 명분을 만드는 것이 (지지율 반등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202307호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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