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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의 중국 경제 다시보기(4)] 중국 위기론의 단골 메뉴 금융 위기설 진단 

국유 금융기관이 대부분… 기업 대출 부실로는 부도나기 어려워 

2001년 WTO 가입 이후 전 산업 개방했지만 금융업은 아직도 폐쇄적
미국, 기술 전쟁에서 중국 압도하지 못하면 ‘금융 전쟁’으로 몰고 갈 것


▎중국 주요 은행과 보험·증권사는 모두 국가가 소유하는 국유금융기관이다. 사진은 5월 19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사진:AFP 연합뉴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73%에 달하는 거대한 경제대국이지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금융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거의 모든 산업을 개방했지만, 금융업은 아직도 폐쇄적이다. 중국이 ‘금융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이유는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GDP 대비 통화량(M2)이 220%나 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매 분기와 반기 말 어김없이 돈가뭄에 시달린다. 정책 당국이 GDP의 두 배가 넘는 통화량을 풀어도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이유는 상업은행 중심의 금융 구조와 시스템의 낙후성 때문이다.

GDP의 200% 통화량에도 돈가뭄에 시달리는 중국

중국의 화폐 유통 속도는 최근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실물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화폐 유통 속도가 떨어져 계속 더 많은 통화를 풀어야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이다. 경제대국이지만, 금융 약국인 중국 경제의 번뇌다. 이런 현상은 금융기관의 화폐 창출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주기적으로 부정부패 추방 운동을 벌이고 있고, 그때마다 부패한 정치인과 결탁한 재벌들의 몰락이 있었다. 후진국의 특성상 부정한 회색 자금과 정부 당국의 숨바꼭질이 지속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중국의 화폐 유통 속도가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금융 제도상에 내재한 문제다. 서방 세계와 달리 금융 산업이 낙후한 중국은 뱅크런을 막기 위해 대출이 예금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하는 ‘예대비율’ 제한 규정을 뒀었다. 지금은 이 제한을 없앴지만 아직도 중국 은행에는 규정을 묵시적으로 따르는 관행이 남아 있다.

또한 제조 강국인 중국은 제조업의 무역 흑자로 외환 부문 통화 증발 압력이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20%대까지 올렸다. 이로 인해 예대비율과 지급준비율의 합이 10년 전인 2013년만 해도 49%에 달했다. 풀린 자금의 절반이 유통되지 못하고 은행 금고 속에서 잠자고 있던 셈이다.

그러던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계기로 무역 수지 관리에 나섰다. 무역 흑자 비율을 줄이면서 지준율의 지속적 인하를 추진한 것이다. 그 결과 예대비율이 상향돼 은행에 잠들어 있는 자금의 비중이 현재는 28%선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서방국가들에 비하면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 위기설이 서방 세계에서 항상 고장 난 시계처럼 흘러나왔지만, 정작 중국은 멀쩡했고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오히려 금융위기를 맞았다. 중국은 일천한 금융시장의 역사와 은행 중심 금융 구조로 부채 비율이 296%에 달한다. 일본(416%), 프랑스(340%), 캐나다(307%) 다음으로 높다. 특히 주목할 부분이 기업 부채 비율이다. 중국의 기업 부채 비율은 158%로, 주요 7개국(G7) 평균(98%)보다 높고, 프랑스(164%)보다는 낮다. 전통적으로 자본시장이 강한 미국과 영국은 기업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주로 조달하기 때문에 기업 부채 비율이 각각 79%, 70%선에 그치고 있다. 경기가 하강하거나 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가 나타나면 서방 세계가 중국 금융 위기론을 수도 없이 제기한 이유다. 그러나 정작 중국은 한 번도 금융위기에 빠져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 구제를 받거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적이 없다.

중국이 지방정부 부채와 기업 부채,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게 중국 금융 위기설의 단골 메뉴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방자치제가 대부분인 서방 세계와 달리 중국은 중앙집권제 국가이고, 지방 부채가 문제가 되면 최종 책임을 중앙정부가 지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부채로 인한 중국 부도설과 금융위기설이 번번이 빗나간 이유다. 부동산 관련 위기설도 마찬가지다. 2021년 9월 중국 1위 건설사인 헝다그룹 부도 사태가 터졌지만 중국에 금융위기가 왔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금융위기설의 단골 메뉴인 중국의 기업 부채 비율에는 무슨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답은 중국 기업의 지배구조에 있다. 중국 기간산업을 움직이는 대기업은 모두 국유기업이다. 공유제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 구조상 이런 지배구조는 당연한 것이다. 중국 주요 기업들은 국가 기업이기 때문에 부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담보가 없더라도 국유기업에 빌려주는 것이 대출 안정성과 책임론에서 자유롭다.

‘사회주의 중국은 대국의 장자’란 말이 있다. 이는 국유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집안에서도 장자가 잘 돼야 집안이 잘 풀린다고 하는 것처럼 사회주의 공유 경제의 중심에는 국유기업이 있다. 중국 국유기업 매출은 중국 GDP의 63%를 차지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 1순위가 당연히 국유기업이다.

기업 부채 비율 2위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이유


▎중국의 화폐 유통 속도는 최근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낮아져왔다. 실물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화폐 유통 속도가 떨어져 계속 더 많은 통화를 풀어야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이다. / 사진:연합뉴스
그 결과 중국 총 대출 중 60% 정도가 국유대기업 대출이고, 이들 기업의 부채 비율이 160%가 넘는다. 그러나 이들 국유대기업은 정부가 부도나지 않는 이상 망할 수가 없다. 중국 민간중소기업은 담보가 부족해 항상 자금난을 겪지만, 국유대기업은 언제든지 은행에서 사실상 무한대의 자금을 대출받다보니 국가 전체 기업 부채 비율이 158%대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의 기업 총 부채 비율 158% 중 60%인 95%는 국유기업이 받아간 대출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부도가 날 수 없는 국채와 유사한 수준의 대출이다. 순수 민간기업의 대출은 158% 중 95%를 뺀 나머지로 6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서방 주요 선진국의 기업 부채 비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중국 주요 은행과 보험·증권사는 모두 국가가 소유하는 국유금융기관이다. 설사 불량 대출로 인해 금융기관의 부도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바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기업 대출 문제로 부도가 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 언론에서 중국 지방은행의 뱅크런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지만 이들 은행은 우리로 치면 지방 저축은행이나 소형 은행 수준의 금융기관이고, 부도가 발생하더라도 대형 은행이 인수하거나 정부 자금 지원을 통해 모두 해결했다. 2019년 네이멍구 자치구의 지방은행인 바오상은행(包商銀行)이 파산했을 때도 한국 언론은 ‘중국판 리먼사태’라고 규정하면서 중국 금융기관의 연쇄 부도와 금융위기설을 퍼날랐지만 정부 인수 후 정리가 됐고 실제 금융위기는 없었다.

서방 세계에서는 연평균 1~2% 성장하는 미국과 4~5% 성장하는 중국과 관련해 중국 GDP의 미국 추월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과 영국의 경제 예측 기관들은 2021년까지는 중국이 미국 GDP를 2029~2030년이면 추월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중국의 코로나 봉쇄와 미국의 기술 봉쇄를 계기로 중국이 영원히 미국을 추월하지 못하고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반면 정작 미국 기관의 예측은 정반대다. 지난해 미국 컨퍼런스보드와 골드만삭스는 중국 GDP가 2030년을 전후로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이미 미국의 73%에 달한 중국의 GDP는 연평균 1~2% 성장하는 미국의 GDP를 넘어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중국 GDP 규모가 미국을 추월했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국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국력은 축적의 개념이다. 중국 GDP 규모가 한두 해 미국을 넘어섰다고 미국을 추월했다고 보는 것은 난센스다. 누적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인터넷 정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2000년 이후 미·중의 누적 GDP를 계산해 보면 미국을 100이라고 했을 때 중국의 비중은 아직 49%에 불과하다.

중국 GDP가 미국 추월하기 전 부채부터 넘어설 것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규제를 시작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벌어졌지만,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19년에만 소폭 감소했을 뿐 2020년 이후 내리 3년간 증가했다. 사진은 중국 선전시 옌톈항. / 사진:AFP 연합뉴스
미국 컨퍼런스보드가 지난해 10월 예측한 장기 전망을 기초로 추산해 보면 중국이 누적 기준으로 미국 GDP를 넘어서려면 적어도 2050년은 돼야 한다. 다만 중국이 미국의 GDP를 추월하는 시기가 2030~2035년쯤 된다면 중국의 돈에 혹한 미국의 주요 동맹에 균열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중국이 미국 GDP의 73% 수준인 상황에서도 이미 그러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G7 동맹 중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의 대중국 봉쇄 요청에 엇박자를 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 앞에서는 요청에 응하는 듯했지만 뒤에서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다. 만약 중국 GDP가 미국 GDP를 넘어서는 날이 오면 대놓고 미국과의 동맹을 배반하는 나라가 줄을 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은행 부채 중심 자금 조달이 주를 이루는 금융 구조에서 중국의 부채 비율은 경제 규모 확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채 절대액 규모도 그만큼 늘어난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고 보면 GDP에서는 중국이 2029~2030년 사이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부채 비율이 2025~2026년께 미국을 추월할 전망이다.

미국이 연간 2% 내외의 성장을 하고 중국이 현재와 같은 GDP 대비 높은 부채 비율 구조에서 3~5%의 경제 성장을 한다면 중국의 절대부채액은 2027~2029년 사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의 부채가 증가하면 이미 일본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당연히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간 중국이 고성장으로 누려온 부채 레버지리 효과가 역으로 작용해 부채 효율이 현격히 떨어지면서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미국 추월의 꿈(中国梦)’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미국, 반도체로 중국 압박하지만 쉽지 않아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봉쇄에 대응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맨땅에 헤딩해 원자폭탄을 개발하던 심정으로 반도체 국산화에 올인하고 있다. 사진은 2021년 3월 중국 상하이 반도체 박람회 모습. / 사진:연합뉴스
미·중 패권 전쟁은 점입가경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규제를 시작으로 무역 전쟁이 벌어졌지만,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19년에만 소폭 감소했을 뿐 2020년 이후 내리 3년간 증가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트럼프 정부와 달리 무역이나 통상 문제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대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기자회견한 것을 시작으로 대중국 기술 전쟁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4대 품목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을 배제함으로써 중국을 좌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먼저 첨단 반도체부터 손대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 문턱에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기술도 능력도 안 되는 국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반도체 기술에 이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첨단 AI반도체 제품 수출 통제까지 전방위적 압박을 가해오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은 칩4 동맹,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동맹을 통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시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5㎚ 이하 첨단 반도체의 미국 내 내재화를 위해 527억 달러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한국과 대만 기업을 유치했다.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 지원 조건으로 중국에 반도체 생산 설비의 확대를 제한하는 조치까지 만들었다.

미·중 패권 전쟁이 이렇게 기술전쟁으로 확산되면서 무역 전쟁에서 패색이 짙었던 미국의 힘이 기술전쟁에서 바로 살아났다. 미·중의 실력을 보면 중국은 제조업과 수출에서는 미국의 150~170%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승리하기가 애초부터 어려웠다. ‘장사꾼’ 트럼프가 미·중 무역 전쟁에서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반면 노회한 ‘정치꾼’ 바이든은 미국의 강점을 살리고 중국의 약점을 정확히 노리는 기술을 전쟁 무기로 삼았다. 중국은 기술수준에서는 미국의 37~58% 수준에 그치고 있어 미국의 승리가 눈앞에 있다.

미국은 이미 1985년 일본과 한 차례 패권 전쟁을 치른 바 있다. 현재 중국과의 전쟁과 판박이다. 1995년 미국 GDP의 73%까지 성장했던 일본을 무역 전쟁, 반도체 전쟁, 그리고 환율 전쟁을 통해 좌초시켜 30여 년간 일본을 초저성장 국가로 전락시켜버렸다. 다시는 미국에 대적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1985년 레이건 시대 미·일 전쟁과 지금의 바이든 시대 미·중 전쟁은 열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우선 미국 혼자 일본을 압박했던 과거와 달리 G7을 비롯해 쿼드 동맹, 칩4 동맹, IPEF 동맹 등을 통해 중국을 좌초시키려는 전략을 쓴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는 여전히 세계 1위이기는 하지만 절대 강자였던 미국 힘의 약화를 의미한다. 강자는 자기가 직접 나서서 혼내면 되지 나서기 싫어하는 작은 나라들까지 억지로 규합해 상대를 공격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힘이 부친다는 방증이다.

최종 승부는 금융 전쟁에서… 한국엔 기회 될 수도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전쟁에서 국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는 ‘거국체제’를 동원했다. 구소련과 함께 원자폭탄을 개발하다가 소련이 기술 제공을 끊어버리자 중국은 5년 만에 스스로의 힘으로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소폭탄과 인공위성까지 만든 경험이 있다.

중국은 지금 미국의 반도체 봉쇄에 대응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원자폭탄을 개발하던 심정으로 반도체 국산화에 올인하고 있다. 중국은 14억 인구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력을 가진 나라다. 이미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에서 수십 년간 공장을 가동했고, 모든 반도체 장비 소재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또한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인 휴대폰, 노트북, D-TV, 전기차의 최대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지금의 중국이다. 중국이 반도체를 국산화하고 직접 개발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중국은 14㎚ 이상의 첨단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위한 장비의 수입이 어려워지자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체 반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20㎚ 이상의 성숙제품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성숙제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해 미국과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만들어 미국의 반도체 봉쇄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결국 미·중 전쟁은 무역에서 기술로 넘어왔지만 최종 결과는 금융 전쟁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융력은 중국에 비해 절대적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결제된 세계 결제액의 43%가 달러였다. 위안화의 경우 2.3%에 불과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외환보유액의 달러의 비중은 54%였다. 위안화 비중은 2.5%에 그쳤다.

‘실물경제의 거인’인 중국 경제의 치명적 약점은 바로 금융이다. 만약 미국이 기술로도 중국을 좌초시키지 못한다면 최종적으로 금융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향후 4~5년간은 미·중 기술 전쟁이 더욱 가열되겠지만, 궁극적으로 미·중 간 진검승부는 금융 전쟁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 1985년부터 세계 2위 경제대국이던 일본이 1995년까지 10년간의 미·일 전쟁에 결국 추락한 것은 엔고 탓이었다. 미국이 플라자 합의를 통해 260엔대의 엔화 환율을 100엔대로 절상하면서 일본의 기계, 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몰락했다. 그러나 1985년부터 1989년까지 급속한 엔화 절상의 시기에 일본 닛케이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중이 기술 전쟁에서 금융 전쟁으로 전선을 옮긴다면 한국은 일본의 사례를 거울 삼아 중국 금융시장에서 어부지리의 수를 노려 볼 기회가 생긴다.

※ 전병서 -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 상하이 푸단대에서 금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반도체·IT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를 지내면서 투자은행(IB)과 리서치 업무를 담당했고 한국 증권업계 최초로 중국 IB 업무를 시작했다. 현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으로, 경희대 경영대학원과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차이나 MBA 과정에서 중국 경제와 금융을 강의 중이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100년의 꿈 한국 10년의 부],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기술패권시대의 대중국혁신전략]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202307호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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