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Home>월간중앙>사람과 사람

[JOA의 핫피플 & 아트(14)] ‘혁신의 아이콘’ 이재환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콘텐트와 관광 결합해 반도체 뛰어넘는 미래 산업 키울 것” 

촉망받는 벤처기업가에서 한국 관광산업 진두지휘 적임자로 발탁
한류 열풍 힘입어 세계 여행자 끌어들일 한국적 콘텐트 발굴 주력


▎올 초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으로 발탁된 이재환 부사장은 벤처기업을 이끈 혁신적인 기업가 중 한 사람이다. / 사진:조정화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관광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다.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를 기점으로 ‘가고 싶은 대한민국’, ‘경험하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이재환(57)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의 말이다. 올해 1월, 부사장으로 선임된 그는 원주 본사와 서울센터를 오가면서 관광산업 발전을 모색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재환 부사장은 관광산업이야말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의 가장 주요한 산업이며, 전체 시장 규모는 약 180조원으로, 160조원의 반도체 산업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핵심 접점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여행이 아닌, ‘한국관광 100선’ 등 다양한 국내 여행 상품에 대한 관심과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지지를 당부했다.

이 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서울 배재고와 미국 피닉스대학교(University of Phoenix)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평생교육학 석사(고려대)와 헬싱키 경제대학원 MBA, 경영학 박사(건국대) 학위를 취득했다. 이 부사장은 ㈜위즈코리아를 설립해 불과 4년 만에 그 분야에서 세계 1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둬, 대한민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대상을 받은 바 있다. 또한 한국창업경영인대상 산업자원부 장관상, 지식서비스산업 유공자 부문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어 주목받는 등 스타 기업인 출신이다. 벤처기업인이 관광공사 고위직에 발탁된 것도 이례적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온 만큼 관광산업계에서도 맹활약이 기대된다.

이 부사장은 취임 후 대한민국 관광산업 대도약을 위해 디지털화와 K컬처와의 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성공한 기업가, 디지털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만큼 문화콘텐트를 관광산업과 연결해 사업 다변화를 위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은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러한 현상을 적절히 활용해 관광산업의 질적, 양적 성장을 도모할 생각이다. ‘웰니스’ 연계 장기체류형의 의료, 뷰티, 교육 여행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들을 개발하고 K팝, K드라마, K푸드 등 K콘텐트를 활용한 여행상품 개발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 관광산업에 혁신 일으킬 디지털 전문가


▎한국관광공사가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K관광 로드쇼 ‘KOREA TRAVEL FAIR 2023’에 수많은 관람객이 참여하고 있다. / 사진: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는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약 1000만 명의 외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은 약 320만 명이었다. 올해는 5월 현재까지 약 3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아직 갈 길이 바쁘다고 말한다. 팬데믹 기간의 영업 손실과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관광산업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사장은 한국관광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올해 스페인, 일본, 독일, UAE 등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위상이 국내 인식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는 자신감이 생겼다.

MZ세대의 핫플레이스 된 ‘하이커 그라운드’


▎독일 ITB Berlin 국제관광박람회 한국관광홍보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캘리그라피 체험을 하고 있다.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처럼 한국관광공사의 다양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사진 관련 산업은 생각보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주최하는 대한민국 관광사진 공모전은 2011년 시작해 어느덧 12년째다. 올해는 ‘한국을 여행해, 경험해, 발견해, 기록해, 간직해, 추억해, 자랑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공모전이 진행 중이다. 접수 마감은 7월 7일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아름다운 곳들이 공모 사진을 통해 발굴돼 알려졌다. 또 사진 인구 저변 확대로 사진 관련 산업 발전과 사진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특히 한국을 와보지 못한 세계인들에게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알리고 홍보하는 데 관광사진의 역할은 분명 컸다.

최근 공사가 운영하는 서울센터의 한국관광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HiKR Ground)’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이(Hi)와 한국(Korea)의 합성어에 글로벌 여행자들의 놀이터(Playground)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5개 층으로 조성된 K컬처 테마 복합문화공간으로, 누구나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1층은 대형 하이커 월(HiKR Wall)을 통해 한국 문화 관광을 소재로 한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신도시산수도’와 여러 영상 작품을 볼 수 있다. 2층은 한류 테마 실감형 체험 공간 ‘케이팝 그라운드’다. K팝 뮤직 비디오를 직접 제작할 수도 있어 국내외 MZ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3층은 한류 대표 콘텐트를 활용한 가변형 전시 공간인 ‘하이커 아트 뮤지엄’으로 여러 장르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는 설치미술가 서도호 작가의 [North Wall] 작품이 전시 중이다. 4층은 지역 축제와 웰니스 관광 체험 공간인 ‘축제 체험관 하이커 케이브’로 한국 로컬 관광을 다양한 예술, 체험 전시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5층은 하이커 라운지로 관광안내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카페도 있어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가 될 만큼 입소문이 났다.

한국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떤 계획들을 가졌는지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있는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이재환 부사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지금까지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것이 기어코 해내는 ‘유연한 불도저 정신’으로 종횡무진한 까닭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의 한국관광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 (HiKR Ground)’는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국내외 MZ세대에게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미디어월을 비롯해 5개 층이 다양한 한국적 콘텐트로 채워져 있다. / 사진:한국관광공사
‘2023~2024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국내외에 한국관광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K컬처’를 홍보하고 있다.

“K컬처와 관광의 융합을 통해 팬데믹 이후 국제관광 수요 선점과 방한 시장 조기 회복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한국 방문의 해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런던 등 세계 주요 15개 거점도시에서 ‘K관광로드쇼‘를 개최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 관광업계, 언론 등을 대상으로 한국문화관광 체험 행사 등을 마련해 ’여행 버킷리스트‘로서의 한국의 매력을 홍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국방문의 해 명예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확실한 동력이 생겼다.”

1998년부터 매년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어떤 점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선정하나?

“한국의 역사·문화·자연·관광지·먹거리 등 한국의 다채로운 콘텐트를 소재로 한 제품과 아이디어를 대한민국의 대표 기념품으로 육성해 전 세계에 홍보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또는 관광지의 특색 및 스토리가 잘 반영되었는지(상징성),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이 제품만의 독창성은 있는지(디자인), 국내외 e커머스 입점 등 유통 지원이 이루어지는 만큼 시장의 경쟁력을 갖추었는지(상품성), 또는 안전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최소화하였는지(안전성, ESG)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센터의 한국관광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HiKR Ground)’는 최근 MZ세대를 비롯해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에게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기존 한국관광홍보관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글로벌 MZ세대 여행객을 타깃으로 고객경험을 재설계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색다른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찾는 재미있는 공간(놀이터, 그라운드)으로 거듭나기 위해 ‘트렌디함’을 모토로 한국의 다양한 K콘텐트를 세련되게 보여주고자 했다. 앞으로도 대내외 협업을 통해 국내외 관람객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꾸준히 기획하려고 한다.”

K팝 인기 넘어 역사·문화로 콘텐트 확장


▎이재환 부사장(왼쪽)은 2007년 평양 방문 당시 김진경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총장과 찍은 사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꼽았다. / 사진:이재환
한국관광홍보관의 ‘케이팝 그라운드’는 가상배경을 활용한 특수 효과를 직접 연출해 ‘나만의 뮤직비디오’를 기획, 촬영할 수 있다. 실제 이용한 좋은 사례가 있었나?

“한국 최대 음악방송인 [엠넷(Mnet)]의 KCON JAPAN 2023의 니키 출연 영상 촬영과 패션 잡지 [지큐(GQ) 코리아]의 빌리, 츠키 댄스 영상 촬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K팝 아티스트 등 많은 사람이 케이팝 그라운드를 방문해서 댄스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국내외 관람객, 인플루언서들이 본인의 댄스 영상(릴스)을 촬영해 자발적으로 개인 SNS에 올려 ‘하이커’가 전 세계로 자연스럽게 홍보·소개되고 있다. 국내외 유명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케이팝 그라운드를 세트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상설 체험 프로그램 ‘오·댄·완(오늘의 댄스 완성)’에서는 K팝 댄스 레슨 및 케이팝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영상을 촬영해 주는 경험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한국관광홍보관 ‘하이커 아트 뮤지엄’ 공간의 운영 방향이 궁금하다.

“한류를 테마로 한 콘텐트 가변형 전시 및 체험존이다. 현재는 한류 장르 중 K아트를 주제로 현대미술 아티스트의 관점으로 지역 축제를 재해석한 ‘축제 미술관’ 릴레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아트 속의 관광 콘텐트를 체험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한류 콘텐트(드라마, 영화, 뷰티, 음식 등)를 활용해 하이커 그라운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 콘텐트를 지속해서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 발표한 ‘청와대 권역 관광코스 10선’은 향후 한국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최근 K컬처가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K팝을 넘어 그 근간을 이루는 한국의 다양한 역사 문화 자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번 청와대 권역 관광코스 10선에서는 전통문화부터 근현대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역사 자원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 미술의 매력까지 선보이고자 했다. ‘대통령이 살았던 공간’과 주변 지역을 K관광의 대표 관광지로 발전시키고 방한 상품으로 개발해 실질적인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콘텐트 산업의 일자리 효과는 반도체의 7배”

얼마 전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실시했다. 어떤 내용이며, 하반기에도 유사한 프로젝트가 있나?

“‘6월 여행가는 달’은 내수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할 수 있도록 숙박·교통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침체된 국내 소비를 되살리고 지역관광을 활성화시키고자 마련한 캠페인이다. 하반기에는 ‘여행이 있는 주말’ 캠페인(9월~)과 ‘대한민국 숙박 세일페스타(10~11월)’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럽처럼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려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려면 가격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관광 콘텐트 발굴이다. 예를 들어 과거 제주도에서 촬영한 <올인>과 같은 드라마가 화제가 되면서 일본 관광객이 몰려든 것처럼, K콘텐트로 즐길 거리, 볼거리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콘텐트 산업의 취업 유발계수를 14명으로 추산하는데, 이는 반도체(2.1명)의 7배에 달하는 규모다. 콘텐트와 관광이 만나면 그 시너지가 얼마나 클지 예상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사진 한 장이 있다면?

“2007년 평양과학기술대학교 건립 당시 민간외교 차원에서 평양을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동갑내기 북측 인사와 5일 동안 함께했는데, 마지막 날 제가 차고 있던 시계와 그가 매고 있던 넥타이를 교환하면서 부둥켜안고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나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그 당시에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지금까지 넥타이도 잘 간직하고 있다.”

※ JOA(조정화) -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순수사진으로 석사 학위를, 조형예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몇 차례 개인전을 열고, 광주비엔날레 등 다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다. 단국대, 상명대 등에서 20여 년간 강의하면서 [포토닷], [디지털카메라매거진], [미술세계], [월간중앙] 등에 예술 관련 연재와 기고 글을 써오고 있다. 저서로는 [그래서 특별한 사진 읽기](2020년)가 있다.

202307호 (2023.06.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