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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4반세기 혁신경영 

최태원 ‘딥 체인지’ 25년… 과거를 팔고, 미래를 샀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변화 없이는 미래 없다’ 신념으로 최태원식 시프트 강력 추진
자산·매출·기업가치 등 全분야 폭풍 성장… 재계 2위로 올라서


▎최태원 SK 회장이 2019년 10월 구성원들과의 ‘행복 토크’에서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SK는 최 회장 취임 이후 자산과 매출 등 경영 전 분야에서 폭풍 성장을 거듭해 글로벌 기업으로 퀀텀 점프했다. / 사진=SK
"어제와 같은 오늘은 정체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내일은 퇴보다.”

최태원 회장은 1998년 9월 1일 SK(주) 회장에 전격 취임했다. 부친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타계한 직후 외환위기로 대기업들까지 연이어 문을 닫던 암울한 시기였다. 당시 최 회장 취임 일성은 “혁신적 변화를 할 것이냐(Deep Change),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eath)”였다. 기업 생존을 위해 그룹 체질을 혁신적으로 바꿔 나갈 것을 촉구한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 토대로 글로벌 기업으로 퀀텀 점프


▎최태원 회장은 1998년 9월 1일 SK㈜ 회장에 전격 취임했다. 최 회장은 손길승 당시 회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경영인과 파트너십 체계가 구축됐음을 알렸다. / 사진=SK
그로부터 25년, 최 회장은 그룹 특유의 위기극복 DNA와 패기, 도전과 혁신의 전통으로 ‘딥 체인지’를 끊임없이 추진함으로써 SK그룹 체질을 지속 가능과 미래 성장 사업 구조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SK는 최 회장 취임 이후 자산과 매출 등 경영 전 분야에서 폭풍 성장을 거듭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퀀텀 점프했다. 취임 당시의 에너지·ICT(정보기술) 주력 분야에 이어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등 그린·첨단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질적 확장을 이뤄냄으로써 더 큰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최 회장은 또 SV(사회적 가치)·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지속 가능 성장을 선도하는 재계·사회 리더로 각인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32조8000억원이던 SK그룹 자산은 지난 5월 기준 327조3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재계 순위도 5위에서 2위(2022년 5월 이후)로 세 계단 뛰었다. 매출은 1998년 3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24조2000억원으로 6배, 영업이익은 2조원에서 18조8000억원으로 9배 이상 증가했다.

SK그룹 시가총액은 3조8000억원에서 137조3000억원으로 36배 이상 불어났다. 수출액은 8조3000억원에서 83조4000억원으로 10배 늘어났다. 내수기업으로 인식되던 SK그룹이 한국 총수출의 10%를 떠맡는 글로벌 기업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체질 변화와 글로벌 사업 영토 확장이 SK그룹 고속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해외시장 개척, 수출 드라이브 등을 통해 내수기업으로 인식되던 SK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최 회장은 또 2002년 ‘따로 또 같이’ 경영 선언으로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따로)과 그룹의 자율적 참여(또 같이) 등 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이끌었다. SK그룹은 이어진 2004년 이사회 중심 투명 경영 선언,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을 통해 선진적 지배구조와 경쟁력 있는 사업구조를 갖춘 선진형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후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 가속 페달을 계속해 밟아 나갔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갖고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전기차 배터리·그린·바이오 분야에서 22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 발표(historic announcement)”라며 “생큐, 생큐 토니(최 회장 영어 이름)”를 연발했다. 첨단 글로벌 기업 SK그룹 위상이 드러난 상징적 장면이었다.

SK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무게중심을 BBC 중심 그린·첨단 산업으로 옮겨간 것은 2012년 2월 하이닉스 인수 때부터다. 최 회장은 당시 에너지·화학 및 정보통신 등 2개 분야만으로는 지속 성장·발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내 반대에도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하이닉스가 ‘글로벌’과 ‘기술’ 양날개를 모두 갖췄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인수로 그룹의 사업 체질을 세계화해 또 다른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新성장 동력 확보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2015년 8월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해 방진복을 입은 채 사업장을 돌아보고 있다. 하이닉스는 2012년 최 회장의 결단으로 SK그룹에 편입됐다. / 사진:SK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직후 “하이닉스를 조속히 정상화시켜 그룹과 하이닉스가 질적 성장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대규모 투자 등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그리고 그 약속을 모두 지켰다. 업황 부진으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투자를 늘려 나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전년 대비 10%가 증가한 3조9000억원을 투자했고, 2022년에는 사상 최대인 19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인 연구·개발(R&D) 비용은 인수 이전인 2011년 8340억원에서 2013년 1조1440억원, 2019년 3조1890억원, 2022년 4조9050억원으로 증액됐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최 회장의 강력한 기술·시설 투자 의지에 따라 국내에서는 2012년 M12 청주공장을 시작으로 2015년 M14(이천), 2018년 M15(청주), 2021년 M16(이천) 공장을 연이어 건설했다. 중국에서도 2014년 충칭 P&T, 2019년 우시 확장 팹을 건설하며 사업을 키워 나갔다. 현재는 경기도 용인시 일대 415만㎡ 부지에 120조원을 투자해 4개의 신규 팹을 구축하는 등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여기에다 2017년 낸드 전문기업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지분 투자(4조원), 2020년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부 인수(10조3000억원)를 통해 D램뿐 아니라 낸드 부문에 있어서도 글로벌 톱 티어 회사로 발돋움하는 질적 성장을 이뤘다.

또 SK㈜가 2015년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 회사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2017년 웨이퍼 회사인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 설계와 생산, 소재 분야를 아우르는 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왔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그룹 차원 투자 등에 힘입어 글로벌 톱 티어 회사로 발돋움했다. 인수 이후 지난해까지 납부한 법인세 총액만 14조원을 넘어섰다.

최 회장은 ESG 경영과 지속 가능 성장을 강조하며 탈탄소 그린·첨단 산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해 왔다. ESG 경영에서 앞서 나가야만 도태되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에서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수소 ▷신재생에너지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시유전(폐플라스틱 열분해) ▷폐기물 및 수처리 등 사업이 SK 핵심 성장 동력으로 탄력적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다.

SK그룹의 또 다른 핵심 성장 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빠른 발전 속도가 특히 눈에 띈다. 전기차 배터리 개발·제조·솔루션 기업인 SK온은 북미, 유럽, 중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등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확장해오고 있다. 2017년 1.7GWh(기가와트시)였던 SK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5년 만에 51배가량 성장해 지난해 말 88GWh까지 확대됐다.

미국 조지아 1·2공장을 합쳐 연간 21.5GWh 규모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SK온은 지난해 7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공식 출범했다.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총 127GWh 규모로 배터리 공장 3개를 짓고 있다.

수소·신재생에너지 등 탈탄소 그린·첨단산업 박차


유럽에서는 헝가리 코마롬시 1·2공장과 헝가리 이반차시 3공장, 중국에서는 창저우·후이저우·옌청 공장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SK온의 연간 생산 능력은 대규모 글로벌 생산 시설 투자로 2030년 승용차 7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500GWh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SK온은 배터리 기술력을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23’에서 E556 SF배터리, NCM9 배터리 제품을 앞세워 혁신상을 수상했다. 앞서 SK온은 2018년 NCM811 배터리를 출시하는 등 고성능 고니켈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니켈 함량이 90%에 육박하는 NCM9 배터리를 개발했다.

SK온의 차세대 배터리 등 R&D 인프라 강화를 위한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4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8년 상용화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SK그룹의 성장축 중 하나인 바이오 분야 역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는 2017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현 SK바이오텍 아일랜드)을 인수한 데 이어 2018년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19년에는 한국·미국·유럽에 걸친 CDMO사업 통합 운영을 위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팜테코는 2021년 프랑스 이포스케시(Yposkesi) 지분 70%를 인수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ell·Gene Therapy) 사업에 진입했다. 지난해는 미국 CGT CDMO CBM(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에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룹 새 먹거리 ‘바이오’는 글로벌 사업 광폭 확장


▎2018년 4월, 2017~2018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서울 SK나이츠가 우승한 후 최태원 SK 회장이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 사진:SK
SK팜테코는 여기에 더해 최근 성장자금유치(Pre-IPO)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대규모 자금 유치를 통해 미국, 유럽 중심의 글로벌 사업 가속화와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CGT 분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팜테코는 현재 미국, 유럽, 한국에 7곳의 생산 시설과 5곳의 R&D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2011년 SK㈜의 라이프사이언스 사업 관련 자산 일체를 분리해 설립한 SK바이오팜은 2015년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독자 개발하는 등 신약·의약 중간체를 연구·개발(R&D)하는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SK㈜는 SK바이오팜이 개발하면 SK팜테코가 생산하고, 글로벌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판매하는 그룹 바이오 밸류체인을 완성해 나간다는 포부다.

최 회장은 전통적 의미의 기업과 기업가상(像)을 뒤집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SK그룹은 SV와 ESG 경영을 가장 체계적이고도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국내 대표 기업이다. 이윤 추구를 넘어 지속 가능 성장을 이끌어내는 주체가 돼야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최 회장의 오랜 경영 철학이자 지론에서다. 그런 만큼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이니셔티브 사례는 차고 넘친다.

SK그룹은 2012년 소모성 자재 구매를 대행하는 자회사 ‘MRO코리아’를 국내 최대 규모 사회적기업 ‘행복나래’로 전환시켰다. 이후 이익금 전액을 사회에 환원해오고 있다. 최 회장은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사회적기업들이 창출하는 ‘사회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SPC)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SK그룹은 2015년부터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난해까지 326개 사회적기업에 총 527억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최 회장은 2013년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카이스트 경영대학 안에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10년간 졸업생들이 창업한 SE(Social Enterprise: 사회적기업·소셜벤처)는 모두 144개, 총 고용 인원은 1000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최 회장은 2014년 자신의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발간해 사회문제 해결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국내 최대 사회적 가치 플랫폼인 SOVAC(Social Value Connect)과 비영리연구재단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을 출범시켰다.

SK ESG 스토리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20년 11월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 8개 관계사가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2021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최 회장은 그룹 차원의 넷 제로(Net Zero)를 선언했고, 그해 10월 CEO 세미나에서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에 해당하는 2억t의 탄소를 줄이는 데 SK가 기여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속 가능 성장 선도하며 ‘재계·사회 리더’ 각인

무엇보다 SK 각 관계사별로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신재생에너지, 폐플라스틱 활용 도시유전, 폐기물 처리 등 탈탄소 그린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SK㈜와 SK E&S는 2021년 각각 9000억원씩 총 1조8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수소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의 지분 9.9%를 확보, 최대 주주가 됐다. SK E&S는 플러그파워와 2022년 1월 합작회사 SK플러그 하이버스(SK Plug Hyverse)를 설립하고, 아시아 시장 내 수소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SK㈜는 2025년까지 수소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테라파워에 3200억원을 투자하며 SMR 시장에 진출했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2021~2022년 생활폐기물을 가스화해 합성원유로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펄크럼에 1000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SK㈜는 지난해부터 지난 3월까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핵심기술을 보유한 미국 ‘8리버스’ 경영권을 5100억원에 인수하며 이산화탄소 처리 사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최 회장은 2021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지난해 5월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에 취임해 국가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뛰면서 재계·사회 리더로도 각인되고 있다. 최 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60대 나이에 접어들고 보니 이제 사회에 공헌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며 국가와 사회에 헌신할 뜻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09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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