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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특집] 성장 스토리 다시 쓰는 증권가(1) 미래에셋증권 

해외 진출 20년 만에 사업 600배 키웠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해외법인 자기자본 4조원 돌파… 4년 연속 1000억원 규모 세전순이익
‘선 운용사 후 증권사’ 진출 전략 등 추진한 박현주 회장 ‘뚝심’ 결실 맺어


미래에셋증권이 공격적 해외 사업을 통해 글로벌 톱티어 투자은행(IB)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이 회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의 자기자본은 30억 달러(약 4조원)를 넘어섰다. 2003년 홍콩에 첫째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자기자본이 약 600배 증가했다.

해외법인들의 순이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적극 추진했던 박현주 회장이 2018년 4월 GSO(글로벌 전략 고문)로 취임한 이후 해외 사업에 집중하면서 이뤄낸 성과다. 유기적 성장과 인수합병(M&A), ‘선 운용사 후 증권사’ 진출 전략 등을 바탕으로 수익 다각화를 추진해온 박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660억원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업계 최초로 해외에서 연간 세전순이익 2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1년에는 24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9년 이후 해외에서만 4년 연속 1000억원 규모의 세전순이익을 거뒀다.

미래에셋증권은 6월 말을 기준으로 세계 10개국에서 현지 법인 10개, 현지 사무소 3개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한국 14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다. 미래에셋증권은 그간의 글로벌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별 특화 전략을 통해 현지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인도네시아법인과 베트남법인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들 법인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한 균형 있는 수익 구조 확립 등을 바탕으로 종합 증권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법인은 2020년 현지 주식 시장점유율(M/S) 1위로 올라선 이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내 증권사 최초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화 전략을 추진한 덕분이다. 인도네시아법인은 현지 첫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온라인 펀드몰(펀드 판매)을 론칭하기도 했다. 디지털 콘텐트를 활용한 마케팅을 확대하는 등 현지 맞춤형 온라인 채널 확대를 통해 인도네시아 최고 리테일 증권사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은 자본금 기준 현지 4위권 증권사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 마케팅 활동과 비대면 영업, 온라인 계좌 개설 등 신속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법인은 IB, 자기자본투자(PI)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을 중심으로 베트남 내 전국 지점망을 구축해 현지 최상위 증권사로 성장해 나간다는 목표다.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IB 비즈니스 중심 거점인 홍콩법인도 경쟁력 있는 글로벌 IB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혁신 기업 투자 및 대체 투자, 세일즈&트레이딩(Sales&Trading) 비즈니스 확장, 원 아시아 브로커리지(One Asia Brokerage) 활성화 등 비즈니스 다변화를 통해서다. 홍콩법인은 또한 다양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플랫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4차 산업 유망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홍콩법인은 엔데믹 시대를 맞아 홍콩·중국 시장 턴 어라운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파생상품에서부터 대체 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 기회와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싱가포르법인은 홍콩과 함께 동남아시아 IB 중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브라질법인은 남아메리카 금융 중심 거점이다. 두 법인은 철저한 시장 분석에 기반한 중·장기적이고 현지화한 사업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 신사업 영토를 넓혀 나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온라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증권사로 성장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리테일 플랫폼 개발을 완료했다. 현지 신성장 기업 투자를 중심으로 IB, PI 비즈니스 영역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英 금융사 인수하며 美 이어 유럽 ETF 시장 진출


▎서울 중구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빌딩. /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 뉴욕법인과 런던법인 등 금융 선진국 진출 법인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적시성 있는 비즈니스 전략을 실행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뉴욕법인은 브로커리지 및 세일즈&트레이딩 비즈니스에 집중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올해 들어서도 현지 기관 고객 대상 세일즈를 강화하고 있다. 뉴욕법인은 또한 신성장 산업에 대한 상장 전 지분 투자(Pre-IPO)와 우량 IB 딜 투자를 지속 확대한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연계한 혁신 금융 비즈니스를 선도해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증권 런던법인은 최근 유럽 ETF 시장 조성 전문 기업인 영국 GHCO 인수를 완료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 증권사가 아시아 외 국가에서 현지 금융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미래에셋증권은 GHCO 인수를 계기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규모가 큰 유럽 ETF 시장에 진출하는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쓰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또한 몽골과 중국 베이징, 상하이에도 법인 또는 사무소를 두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증권 해외 사업과 관련해 “해외법인 출자금에서 발생하는 환평가차익이 추후 달러 가치 상승 시 자본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점, 그리고 최근 견고하게 확대되고 있는 현지 시장 지배력 등을 감안하면 당장의 자본 효율성은 낮아도 중장기 투자 가치 측면에서는 충분히 유의미하다”며 “압도적 자본력과 해외법인 출자금이 유사 시 회사의 펀더멘털을 뒷받침할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10호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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