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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유의동 신임 여의도연구원장 

“연구 역량 키워 최고 싱크탱크 명성 되찾을 것”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국민 눈높이와 민심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여론조사 방식 고민 중”
“여야 싱크탱크들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의제 발굴해 적극 논의”


▎여의도에서 만난 유의동 신임 여의도연구원장은 과거 싱크탱크로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연구 역량 강화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원은 국민의힘 싱크탱크로 국내 최초의 정당 정책 지원 연구원이다. 1995년 민주자유당 시절에 설립돼 정치와 국가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5년은 여의도연구원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한 세대 동안 한 정당의 정책 연구를 담당해 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8월 취임한 유의동 여의도연구원장은 제19·20·21대 국회의원(국민의힘, 경기평택시을)을 지냈다. 지난해 하반기에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았고, 올해 상반기까지 당의 공약개발본부 총괄공동본부장을 맡았다.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당시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책에 대한 중장기적 식견을 가진 분으로 여의도연구원이 새롭게 변화되는 모습을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정책통이다. 의정활동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졌다. 21대 국회 때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발의했다. 의정 활동 당시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시민들과 밀착해 다수뿐 아니라 소수의 의견까지 귀 기울이는 ‘소통’ 능력이었다. 3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지역구인 평택에서 여의도 국회까지 왕복 160㎞ 거리를 매일 출퇴근했을 정도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월 10일, 여의도에 위치한 여의도연구원장실에서 유의동 원장을 만났다

중책을 맡으셨다.

“여의도연구원(이하 여연)은 말 그대로 연구기관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를 하는 것이, 여연이 정책을 개발하거나 여론조사만 하는 기관으로 안다는 점이다. 요즘 제가 자주 들여다보는 ‘여연 정관집’에 나온 내용을 옮기자면 ‘연구원은 국가와 국민의힘의 중장기 비전 전략을 연구하고 정책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정치 발전과 국가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정리하면, 여연은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발굴해서 학문적으로 연구한 데이터 등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는 곳이다. 그 연구 데이터를 기본으로 정책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이지, 정책을 개발하는 곳이 아니라는 거다. 또 선거 캠페인을 하는 조직도 아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10월로 다가온 지방 보궐선거에서 ‘여연은 뭘 할 거냐’고 묻는데, 그건 당에서 할 일이다.”

“여연 연구 역량이 예전만 못하다? 인정한다”


▎지난 2월 20일 서울 광진구 CCTV 관제센터에서 당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었던 유 원장이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있을 듯하다. 왜 이 역할을 맡겼다고 보나?

“현재 우리 당이 여러모로 어렵다 보니 제가 필요하고 적합하다고 여겨서 제안하지 않았을까? 제가 이 일에 걸맞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어진 소임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되겠다, 이렇게만 생각했지 특별하게 ‘왜 나에게 이런 역할을 부여했을까’까지는 깊이 생각해 보진 못했다.”

여연은 연구개발뿐 아니라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예측력 면에서 위상이 높았으나 최근 그 기능이 약화됐다는 의견이 많다.

“한동훈 대표도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특히 전통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던 여연에 이런저런 주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가 빠르게 다원화되면서, 민심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기존 방식으로는 어려워졌다. 단순히 지지와 찬반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과거에는 국민을 영남과 호남, 충청 출신으로 분류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진보냐 보수냐, 연령대나 성별이 무엇이냐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런 분류도 이제는 낡았다. 일반적으로 실력(능력)주의를 강조하면 보수로 인식되는데, 실력주의 성향의 젊은이들은 기득권층에 반감이 강하다. 그러면 이들이 진보인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조심스럽고도 진지하게 국민 눈높이와 민심을 측정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방식을 고민 중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뿐만 아니라 여연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여연에 대해 ‘연구 역량이나 모든 것들이 예전만 못하다’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데, 인정하는 부분이다. ‘역량이 떨어지다 보니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고, 적시에 당에 현안과 관련된 적절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했고, 그 결과 지금 당이 이렇게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그 지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바람직할까?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도 나올 텐데.

“제일 먼저 해야 될 것은 우리 여연의 연구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연구가 국민들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결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것이 제가 해야 되는 역할이 아닌가 싶다. 시간을 갖고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사실 이것 딱 하나만 고치면 다 해결된다, 이런 거면 정말 좋겠지만 그건 아니니까. 저에게 주어진 1년, 혹은 2년이라는 시간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여연의 최종 목표? 국가의 전략적 자산 되는 것”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일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연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신임 원장으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우리 당이 가장 강한 당이라고 다들 인정할 때, 여연은 싱크탱크의 대명사 격이었다. 다른 정당 사람들도, 언론계에서도, 재계에서도 ‘여연이 그러던데~’ 라면서 인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여연과 우리당은 국가를 이끄는 곳이었다. 당장 그때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연은 그때그때 필요한 캠페인 전략을 짜는 곳이 아닌,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익 증진과 미래 전략을 고민하면 우리 당의 갈 길이 보이는 것이고, 우리 당의 갈 길을 찾으면 당연히 지지율도 올라가고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다. 그런 선순환 고리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공약개발총괄본부장으로 있었는데, 현재 국민의힘의 공약 이행 정도를 자평한다면?

“제가 공약을 책임진 건 지난 4월 총선 때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 겨우 5개월이 지났을 뿐이어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중 정부가 하겠다고 했던 많은 방안 가운데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서 인구부 신설이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의 공약 사항을 반영하겠다고 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 부분도 아직 법제화된 건 아니어서 추이를 보는 중이다. 다만 그런 식으로 현안에 대한 학문적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제안하는, 그런 시도들은 계속 실천하려고 한다.”

현재 의료개혁과 관련해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개혁을 밀고 가는 이유는?

“우려하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의료개혁의 속도나 진행 과정에서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가에 대한 우려이지 개혁의 방향과 목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시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의료계에서조차 의대 증원의 문제와는 별개로 이대로 계속 갈 순 없다고들 한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필수 의료의 어려움 ▷미용 등 비필수분야의 의료인 집중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다만 이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려와 걱정들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에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협의체를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 체력 키우고 해법 제시하는 데 힘쓸 것”


최근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내놓았다.

“우리가 연금 개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노후 소득 보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보험료를 적게 내면서도 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숙제다. 21대 국회에서 마무리 짓기를 기대했던 연금개혁이 아쉽게도 22대 국회로 넘겨져 이어지고 있다. 시기적으로 문재인 정부 때 연금 문제를 매듭지었어야 했음에도 정치적 유불리 문제로 뒤로 미뤄 놓은 것은 매우 아쉽다. 이번 정부는 연금개혁에 대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만큼 반드시 성과를 만들어 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실질적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구조 개혁까지 살펴 지속가능성을 최대한 보강하길 바란다.”

국민의힘이 2030청년, 여성들과는 괴리된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당은 보수 정당이자 캐치올(catch-all) 정당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계층, 연령, 지역의 문제에 답을 준비해야 하는 양당제 정당 특징의 관점에서 본다면 노동, 인권, 기후 등 기존의 연구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자 한다. 예컨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점점 소외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백인 노동자들을 파고들어서 집권에 성공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의 대응은 트럼프가 선점한 어젠다라고 해서 피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정면 승부했다.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이나 노조에 대한 우대 등으로 백인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다가가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청년이나 여성들에 대해선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우리를 갑자기 좋아해 달라고 말하고 환심을 살 거리를 찾기 전에 우리를 싫어하는 이유를 찾는 게 먼저다. 그렇게 체력을 키우고 해법을 제시하겠다.”

여연은 태생적으로 민주연구원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위치다. 학자 출신인 이한주 교수가 민주연구원장으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정책 설계를 지원하고 있는데, 혹시 만나본 적 있는지?

“아직 직접 만나 뵙지는 못했다. 내정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축하 화분도 보내주셨는데, 아직 감사 인사도 못 전했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좋은 경쟁 상대가 있다는 것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도 유익하다. 정당 싱크탱크들이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의제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조만간 찾아 뵙고 이 부분들에 대한 논의를 해 나가겠다.”

- 글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park.sena@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410호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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