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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토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사장 

“‘혜경궁 김씨’ 계정주는 김혜경… 전관 변호사 내세워 겨우 방어”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이재명, 민주당 주류 전라도와 연결고리 없다 푸념… 내가 MB 본뜬 ‘유능’ 콘셉트 제안”
“내 죄에 대한 대가는 달게 받을 것… 더 큰 죄는 李가 저 자리 오르도록 한때 힘 쏟은 것”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경기 화성 모처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범죄자들 세계에서 이런 말이 있다. ‘여러 명과 사기를 모의하는데, 그중 희생양이 안 보인다면? 바로 자신이 희생양인 거다’. 수사기관에 덜미가 잡혀도 모든 죄를 덮어 씌울 희생양 하나쯤은 당사자도 모르게 마련해두는 게 남을 속여 돈을 착복하며 사는 사기꾼들의 당연한 생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나라를 뒤흔든 대형 비리 사건에서 자신이 그렇게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무대리)이다.

그는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시절이던 2013년, 대장동 개발 업체인 화천대유에 유리하게 편의를 봐주는 등 김만배·남욱·정영학 등에 막대한 이익이 가도록 사업을 설계하고 그만큼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협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구상될 때부터 자신은 이미 공범자들에게는 ‘버리는 패’였지만, 당시에는 그런 정황을 전혀 모르고 윗분에게 충성을 다하다 버림받았다고 그는 말한다. “내가 자살이라도 하면, 그들로선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자살한 내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면 그거로 끝인 거였다.” 구속되기 전 그가 자살하려 했을 때 아무도 말리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유 전 사장이 특히 강한 배신감을 느낀 인물은 한때 ‘의형제’라고 부를 만큼 가까웠던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었다. 그 두 사람은 2009년 유 전 사장이 분당의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으로 활동하면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표와 인연을 맺은 이후 이 대표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운명을 함께했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으로 갈라선 뒤로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원수’가 됐다. 이 대표 측은 대장동 비리가 유 전 사장의 단독 범행이라며 선을 긋는다. 반면 유 전 사장은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인허가권을 가진 이 대표의 허락 없이 단독으로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맞선다. 대장동 사건은 10월부터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안이 복잡한 만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고돼 있다. 한때 이 대표의 측근으로서 대장동 사건의 전반을 꿰뚫고 있는 유 전 사장을 지난 8월 경기도 화성 모처에서 만났다.

“李, 입당 후 자기 세력 되어줄 아웃사이더 주로 공략”

철저하게 비주류였던 이재명 대표가 명실상부한 민주당 주류가 됐다. 곁에서 지켜본 이 대표의 정치 스타일은 어땠나?

“이재명은 자기 세력이 돼 줄 아웃사이더를 공략했다.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었을 무렵 진보진영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번에 원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민주당 주류가 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세력이나 2진, 3진급으로 밀려나 있던 사람들 모두 이 대표가 변방의 정치 낭인이었던 시절부터 공들여 세력화를 시도한 부류다.”

당원이나 유권자들은 이 대표의 유능한 이미지를 높게 사는데?

“그가 어느 날 우리(정진상·유동규·김용)와 함께 있으면서 푸념을 했다. 전라도와 연결고리가 없다는 거였다. 경상도 출신에 살아온 곳은 성남이고 처가는 충청도다. 민주당에서의 성공 공식인 운동권이거나 전라도 출신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토로한 거였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는 (투사보다 유능한 사람을 뽑아주는) ‘유능’의 시대가 올 테니 유능을 어젠다로 삼자고 했다. 그간 유능은 우파 진영의 전유물이었다. 그중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능 이미지를 가장 잘 활용했다. 청계천 사업 단 하나면 그의 치적(治績)이 단번에 이해되지 않나. 유권자들의 눈에 띄는 성과는 결국 건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재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해 건설, 개발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측근으로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나?

“2017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경선 때다. 문재인 후보가 혼자 앞서나가고 나머지 후보(안희정·박원순·이재명)가 뒤처진 국면이었다. 그러자 나머지 후보 캠프에서 여러 제안이 오갔다. 특히 1위와의 차이가 너무 크니 우리끼리 경선해 단일후보를 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머릿수가 많으니 보안 유지가 잘 안 됐다. 문재인 후보 측에 그 얘기가 들어간 거다. 그때 정진상은 경선 쪽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절대 거기 휘말리면 안 된다고 했다. 그거 하면 우리 다 죽는다고 했다.”

무슨 얘기인가?

“거기 모인 후보들 면면을 보라. 모두 자기만의 세력이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친노(親盧)의 적통이라는 정치적 자산이 있었고, 박원순 전 시장은 희망제작소 등 진보진영 시민단체를 꽉 쥐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기껏해야 성남시장이었을 뿐이다. 전국적인 세력이 전무했다. 경선에서 승리한다 쳐도 다른 후보들이 약속을 어기고 그냥 출마하겠다고 하면 우리만 바보 되는 거다. 그래서 하지 말자고 했다.”

“2017 경선 때 文 비판 말라 했는데 李가 돌발행동”


▎2018년 이재명(오른쪽)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임명장을 받는 유동규 당시 신임 경기관광공사 사장. / 사진:경기관광공사
당시 문재인 캠프 측과 만나 상황을 조율했다고 들었다.

“윤건영 당시 문재인 캠프 종합상황본부 2부실장을 만났다. 우리가 단일화할까봐 걱정하고 있더라. 그래서 우린 안 한다고 했다. 오히려 그쪽더러 이번에는 잘 준비해서 청와대 들어가시라, 그 대신 대선 끝나고 우리 좀 도와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이재명에게 돌아와 문재인 후보를 절대 비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신인이고 당선 목적이 아니다. 이재명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를 당원들에게 알리는 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경선 가니까 이재명이 확 돌아서 문준용 씨를 비판하는 거 아니겠나.”

이 대표와 알고 지낸 지 8년쯤 된 시기 아닌가? 돌발행동쯤은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

“그때는 이재명이 그런 기질인지 몰랐다. ‘대체 왜 저러지’ 하고 놀랐다. 정진상에게 ‘저렇게 해서 뭐가 득이 되겠느냐, 욕만 먹을 거다’ 했더니 ‘저 입을 누가 말리냐’고. 그걸로 끝이면 다행이지, 새벽이면 SNS에 막말을 올리기 일쑤여서 다음날 오전에 수습하기 바빴다.”

당시 트위터의 ‘혜경궁 김씨’ 논란도 불거지지 않았나? 이 대표 측과 확실히 관련 있는 얘기인가?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가 김혜경 씨라고 볼 만한 상당한 정황이 있었다. 애당초 경찰에서 수사할 때 혜경궁 김씨 아이디(khk631000)와 토씨 하나 안 틀린 다음 아이디가 나왔다. 그리고 아이피를 조사하니까 접속지로 이 대표의 자택과 성남시청 비서실 등이 나왔다. 그래서 경찰이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를 김씨로 판단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긴 거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감이 컸는데, 어떻게 대처했나?

“해외에 서버를 둔 트위터 본사에서 계정주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판단했다. 정진상도 ‘FBI가 붙어도 소용없다’고 자신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가 김씨라는 증거를 내놓으면 우리가 반박하고,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면 또 우리가 반박하고… 그러다 이재명 대학 입학 당시 모친과 촬영한 사진이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간 직후 혜경궁 김씨 트위터와 이재명 트위터에 연달아 올라가면서 연결 고리가 드러났다. 그때 (캠프) 내부에서 이건 막으려야 막을 수 없다고 탄식했다.”

그 뒤엔 어떻게 대응했나?

“전관 변호사를 내세웠다.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출신인 이태형 변호사다.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 소개해줬다. 사건 수사 중인 수원지검에서 공안부장을 지냈던 전관이다. 충분히 딜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원래 검사장 후보였는데 문재인 정부 때 승진에서 누락됐다고 한다.”

“나와 김만배가 대장동에서 수천억 이익 챙기는데 몰랐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사건에 대해 얘기해보자. 먼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 항소심에서 “유동규가 이재명을 배신하고 거짓말을 한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이에 대해 당신은 어떤 입장인가?

“1심에선 나와의 관계에 대해 ‘나이 쉰 넘어서 무슨 형제냐’고 했던 사람이 2심에선 ‘자기 죄를 감추려고 형제 같은 사이를 배신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용은 재판에서 사건과 무관한 사적인 얘기를 계속 하니까 판사가 ‘언론에다 하고 싶은 얘기를 재판정에서 하지 말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내 증언 능력을 떨어뜨리려고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는 알겠다. 그러나 판사들은 바보가 아니다. 모든 정황과 증거와 내용이 뒷받침돼서 그가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은 것이다. 일례로, 김용이 우리 회사 사무실에 와서 6억원을 받아갈 때 그가 남색 사파리 재킷을 입고 있었다고 정민용 변호사가 진술했다. 실제로 그 옷이 김용의 자택 장롱에서 떡하니 발견됐다. 정 변호사가 장롱 안의 사파리를 어떻게 알고 진술했겠나? 사실이기 때문에 맞아떨어진 거다.”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이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바로 꼬리 자르기를 당했다. 그뿐인가. 그들은 나를 주범으로 몰고 자기들은 빠져나가려고 했다. 서울구치소에서 김만배가 그러더라.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우리는 모두 나간다’고. 거기다 정진상과 김용은 이재명의 사적인 비밀을 샅샅이 알고 있다. 그 둘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 이재명은 끝난다.”

이 대표 측은 대장동 사건이 유동규 개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하는데…

“김만배와 내가 짬짜미해서 대장동 사업을 벌이고 수천억원의 수익을 챙겨가는데 이재명이 하나도 몰랐다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그동안 이재명은 대장동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해왔다. 그런데 이 난리가 벌어져서 오명을 뒤집어쓴 사업으로 전락한 거라면 나를 죽이고 싶어 이를 갈지 않겠나? 그런데 왜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내게 가짜변호사를 둘이나 붙이나? 그 둘은 나를 만난 뒤 김의겸(당시 민주당 의원)과 101분간이나 통화도 했다. 그리고 통화한 그날 김의겸은 국정감사에서 검찰이 나를 회유하고 협박했다고 멋대로 떠들고 다녔다.”

이 대표의 주변 사람 중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과도 잘 알고 지냈나?

“이재명이 끝까지 보호해준다고 믿었다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아닐 거다. ‘당신이 알아서 해야지, 어린애도 아니고 그걸 왜 걸려’라고 오히려 질책을 받았을 거다. 이재명의 비서실장이었던 전모 씨도 얼마나 억울했겠나? 아마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온갖 심부름이란 심부름은 다 했을 거다. 죽기 직전 성남FC 건, 위례신도시 건, 위증교사 건, 이 모든 사건에 연루돼 있었다. 재판에서 처벌받아 평생 공무원으로 쌓았던 연금과 명예가 모두 날아가 버릴 판이었다. 그렇다고 본인이 입을 열면 또 배신자 소리를 들을 테고… 짊어지고 살아가기엔 너무 고통스러웠을 거다.”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은 공사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 아니었나. 비통함이 컸겠다.

“김 전 처장은 죽기 일주일 전까지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딸 정도로 열심이었는데…”

“李 사법리스크, 10월에 100% 현실화할 것”


현재 장외 활동과 법정 싸움을 병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조만간 이한주 민주연구원장과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을 고소하려 한다. 김용을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나에 대한 음해 공작을 펼치려고 모의한 증거가 나왔다. 해당 대화방에는 이한주와 이우종을 중심으로 변호사들, 언론인들, 유튜버들이 있었다. 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고 시도한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이 조직의 텔레그렘 방에 나온 일부 내용을 보면 ‘우리가 가공해서 잘 보도하겠다’, ‘우리가 조국은 못 구했지만 이재명은 구하자’는 글도 있다. 여론을 조작해 나를 죽이려는, 말하자면 제2의 드루킹 아닌가. 범죄단체 구성으로 이들을 모두 고소할 생각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가 나를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내가 검찰과 딜을 해서 죄를 축소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도 퍼뜨렸다. 이러한 고발로 이득을 보는 자가 누구겠나? 이재명을 무고 교사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재판이 10월 중 마무리될 거로 예상된다. 어떻게 내다보나?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는 100% 현실화한다고 본다. 위증교사 건은 위증한 당사자가 이미 사실을 고백했다. 만약 그런데도 이 사건이 위증교사가 인정이 안 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힘 있는 사람들은 죄를 피하려고 모두 위증을 시킬 거다. 정치권을 예로 들면 정치인들은 죄다 빠져나가고 보좌관들만 잡혀들어가는 현실이 펼쳐질 거다.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애초에 위증한 사람보다 교사한 사람을 더 크게 처벌해온 것 아닌가.”

끝으로 할 말이 있다면?

“나는 죄가 없다고 말하지 않겠다. 대장동 사건에서도 내 잘못이 분명히 있다. 내 죄에 대한 대가는 달게 받을 거다. 하지만 더 큰 죄는 이재명을 저 자리에 오르도록 한때 힘을 쏟았던 거다. 그걸 씻어내고 경고하는 의미에서 책 [당신들의 댄스 댄스]를 냈다. 누구든지 마리오네트가 될 수 있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조작에 놀아나는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410호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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