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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이 주목한 22대 국회 뉴리더(5)] ‘미래학자’ 차지호 의원이 말하는 2030년 대한민국 

“尹 정부, 미래 위기 대응에 취약… 다음 정부가 한반도 운명 가를 변곡점”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활동… 미래 위기 대응 시스템 만들고자 정치 입문
“오산을 국제 과학도시로 만들 것, 시민들께 ‘미래설계자’로 기억되고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23·24·25차 인재환영식에서 차지호 교수에게 당 점퍼를 입혀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산에 필요한 미래, 따뜻한 미래설계자 차지호입니다!”

차지호(44·경기 오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빼놓지 않고 한 말이다. 지난 2월 민주당이 그의 영입을 발표하자 ‘미래학자’, ‘인류학자’, ‘의사’ 등 다양한 이력이 화제가 됐다. 국경없는의사회, 세계보건기구(WHO), 휴먼라이츠워치 등에서 난민과 탈북자를 위해 일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위기 대응 전략시스템 구축에 힘써왔다. 차 의원의 이력이 다양하지만, 그 속에는 ‘사람’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차 의원은 “의사가 사람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처럼, 미래학자는 미래 위기를 진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우리 사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차 의원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정치권 시스템, 정쟁·현안 대응에 치우쳐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인터뷰에서 “사람은 정치가 온전히 작동하는 사회 속에서 평균적으로 더 건강한 삶을 산다”고 말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여러 가지 직업을 갖고 살아왔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일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20대 중반에 의사로서 탈북자와 난민들을 진료하면서 그들이 겪는 생물학적 고통보다 사회적 고통이 더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은 정치가 온전히 작동하는 사회 속에서 평균적으로 더 건강한 삶을 산다. 어느 국가든 과거의 정치적 실패 때문에 현재 위기가 발생하고, 미래에 복합적 위기로 이어진다. 국제 인권단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병폐를 지켜보면서 나의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래서 정치권에 들어가 우리 사회의 미래 위기들을 막아야겠다고 결심했다.”

1980년 부산에서 태어난 차 의원은 동아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뒤 통일부 하나원에서 공중보건의,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난민을 지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난민학 석사,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국제보건 박사를 취득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인도주의·평화학 교수와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2022년 민주당 영입인재로 입당한 그는 22대 총선에서 경기도 오산시에 전략 공천돼 당선됐다.

우리 사회는 미래 위기에 대응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나?

“현 시점에 ‘과연 우리는 그러한 위기에 대응할 만한 정당 시스템을 갖고 있느냐’, ‘정부가 그러한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요’다. 정부와 정당의 시스템은 정쟁과 현안 대응에 치우쳐 있고 미래 대응 부분이 굉장히 취약하다. 2030년대부터 우리 사회는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내가 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도 하루라도 빨리 미래 대응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다.”

국회에 입성한 뒤 ‘미래 패치워크 시리즈’를 시작했다.

“미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나 정당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패치워크는 팬데믹과 기후 변화, 전쟁 등에 의한 글로벌 경제 위기, AI 고도화 등 다양한 미래 위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미래 위기에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대비하고자 한다. 서로 상이한 미래 분야, 예를 들어 인구와 기후 혹은 기후와 AI 등에 대한 논의가 경계를 넘어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패치워크가 국회 전반에서 활약하는 논의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래 패치워크 시리즈’는 차 의원이 ▷글로벌 기후변화 ▷자연재해 ▷팬데믹 ▷분쟁 ▷경제위기 ▷인구위기 등 다중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전문가 중심의 연속 세미나다. 지난달 21일에는 두 번째 시리즈인 ‘글로벌 위기적응 인구×재난’ 세미나를 열었다. 차 의원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재난을 예방하는 업무가 실적으로 드러나기 어려워 재난 예방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미래 다중위기와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저출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인데,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 그리고 문화의 변화가 그것이다. 정부와 정당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게 하는 환경적 요인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반면 저출생의 문화적 프랙티스(practice, 관행) 부분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 초연결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


▎9월 4~6일 바누아투에서 개최된 제8차 아시아-태평양 의회 보건 포럼에 의장 자격으로 참석한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I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보건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사진:차지호 의원 블로그 캡처
어떤 생각의 전환인가?

“2030년 이후 예측되는 인구 피라미드가 있다. 경제활동 인구는 줄고 고령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도 ‘AI 기술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어떤 기술적인 배경 속에서 살게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이주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는 인구 초연결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경제활동하는 시대다. 예를 들어 미국 국적의 사람이 20대 때는 영국에서, 30대 때는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식이다. 우리도 3D 저숙련 노동자의 이민을 논의하는 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AI나 첨단 의료 기술 등 고숙련 노동자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논의를 해야 한다.”

AI는 저출생 초고령화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하게 될까?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같이 일을 하게 되면 연령별 지식 생산성 차이가 없어질 수 있다. AI 고도화로 30~40대가 AI와 콜라보를 했을 때의 지식 생산성과 60~70대가 AI와 콜라보를 했을 때의 지식 생산성 사이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 사회에 은퇴 연령은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따라서 연금 문제, 인구 구조 변화에 의한 위기 등은 다른 식으로 논의돼야 한다. 현 정부처럼 현재 추세를 기반으로 설계한 정책들은 효용성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기후 변화가 다중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우리 안보와 매우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기후 변화에 굉장히 취약한 국가인데, 기후 변화로 인한 북한 내부 불안정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이런 식의 연쇄적 변화들에 대해서 글로벌 단위에서 예측하고 대응해야 하지만, 현 정부의 기후 정책은 탄소 중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7월 말 평안북도와 자강도 일대에 발생한 수해의 책임을 물어 다수의 간부를 총살한 동향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처형당한 수해지역의 간부 규모는 20~30명으로 추정된다. 차 의원의 말처럼, 기후 변화로 인한 북한 내부 불안정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출범시킨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과 같은 의료 시스템이 20년 뒤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래 예측이 빠진 굉장히 어리석은 정책이다. 윤 정부 주장대로 의대 증원으로 의사 1만 명이 늘어나려면 20년은 지나야 한다. 나는 AI기반의 글로벌 공공의료시스템을 연구한 학자로서 20년 뒤에는 의료 시스템이 AI 기반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AI 기반 의료 시스템일 때 필요한 의사의 수는 지금보다 적을 것이며, 의사 1명이 감당할 수 있는 진단 영역은 굉장히 넓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미래 예측을 배제한 채 의대 증원을 추진해 갈등과 분쟁만 일으켜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특위에서 의료 대란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의대 증원, 미래 예측 빠진 어리석은 정책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인터뷰에서 “미래에 대한 가설을 만들고, 그것들을 공론화시켜서 대한민국의 시제를 현재가 아닌 미래로 가져가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 위기 대응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에서 초당적 협의체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국회의장 산하에 여야가 기후, 인구, AI 등을 복합적으로 논의하는 미래 특위가 만들어져 숙의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여야가 미래 의제들을 놓고 더 나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이를 국민이 평가하고 심판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경기도 오산에 미래설계자가 필요한 이유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미래 전략과 개발에 대한 마스터 플랜들을 구축해야 한다. 4년 단위의 짧은 호흡으로는 땜질밖에 안 된다. 그리고 마스터플랜이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지 않으려면 국가의 미래 정책과 연동돼야 한다. 오산 내부의 자원만으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 나는 지금껏 세계 여러 곳에서 일하면서 국가 단위, 혹은 글로벌 단위의 변화들을 읽고 거기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해왔다.”

오산은 어떤 도시를 목표로 나아가야 하나.

“국제 과학도시다. 오산이 연구·개발(R&D)을 비롯해 지식산업 기반의 국가 혁신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국제 과학도시가 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은?

“국내뿐 아니라 옥스퍼드나 존스홉킨스, 하버드대 같은 엘리트 대학들의 연구 그룹을 유치해 오산이 지식산업의 허브가 돼야 한다. 글로벌 지식산업의 리더십 그룹들과 오산에 있는 여러 그룹이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10년 뒤 오산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금과 굉장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오산 시민들에게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나?

“오산의 정치인이 아닌, 오산의 미래설계자로 기억되고 싶다. 오산의 미래를 전문적이고 세심하게 설계해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차지호가 와서 오산 발전에 큰 디딤돌을 놓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오산뿐만 아니고 대한민국에도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검사는 과거의 잘못을 갖고 현재 책임을 묻는 직업이다. 반면 미래학자이자 과학자인 나는 미래에 대한 가설을 만들고, 그것들을 공론화시켜서 대한민국의 시제를 현재가 아닌 미래로 가져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미래로 향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410호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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