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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풍경] 개통 20주년 KTX, 명절 풍경도 바꿨다 

명절 대이동, 교통 체증 덜어… 자녀가 승차권 구매해 부모님께 카톡으로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20년간 KTX 누적 이용객 10억 명… “한 사람당 20회 넘게 탔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 잇는 ‘교통혁명’으로 국민 일상까지 변화


▎KTX가 개통되기 전인 1990년대, 명절을 앞두고 사람들이 승차권을 구매하기 위해 구 서울역사에 줄을 선 모습이다. 당시 서울역 광장에는 승차권을 구매하기 위해 전날부터 자리를 잡고 밤을 지새우는 사람이 부지기수여서 아예 먹을 거리와 돗자리, 노숙할 수 있는 이불을 지참하는 사람도 많았다.
2004년 4월 1일 첫 운행을 시작한 한국고속철도(KTX)가 올해 개통 20주년을 맞았다. 2004년 개통 당시 전체 철도 이용객 중 KTX 이용객은 일반 열차 대비 18%에 불과했다. 하지만 300㎞ 이상의 빠른 속도와 99.5%에 달하는 정시율 준수로 이용객이 계속 증가하면서 2023년 KTX 이용객 비중은 61%로 일반 열차를 크게 앞섰다. 개통 20년이 지난 현재 KTX 누적 이용객 수는 10억 명을 돌파했다. 5000만 명인 한국 인구를 대입했을 때, 한 사람당 20회 넘게 KTX를 탄 셈이다. 누적 운행 거리는 6억3000만㎞에 달한다. 지구 둘레를 4만㎞로 환산할 경우 지구를 1만5800 바퀴나 돌 수 있는 거리다.

철도는 한국 근대사의 중심이었다. 1900년 온전히 개통된 경인철도를 시작으로 경부선과 경의선, 호남선, 경원선 등 철도 교통망을 꾸준히 확대하며 우리나라 여객과 물류 수송을 책임져 왔다.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자동차와 도로 교통 위주의 국가 정책이 우선되며 철도 교통은 잠시 밀려났다. 그러다 다시 경부고속철도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2004년 KTX 경부선(서울~부산)과 호남선(용산~목포)이 개통되면서 철도는 다시 주요 교통수단이 됐다. 이후 2011년 전라선(용산~여수엑스포), 2017년 강릉선(서울~강릉), 2021년 중앙선(청량리~안동), 중부내륙선(부발~충주) 등이 차례로 개통되면서 KTX 운행이 확대됐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는 ‘속도혁명’이자 ‘교통혁명’을 완성한 것이다.

KTX가 국민의 발로, 여행의 동반자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 함께해 온 지난 20년간 우리 일상은 크고 작은 변화들로 가득 채워졌다. 반나절 만에 원하는 타 지역으로 갈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 KTX가 대한민국의 시간과 거리 개념을 바꾸고, 국민의 생활 방식을 바꿔 놓은 것이다. 특히 서울과 각 지방 거점도시를 잇는 대표 노선은 우리의 명절 풍경까지 바꿔 놓았다. KTX를 통해 시민들은 명절 대이동 때마다 되풀이되는 교통 체증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여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KTX가 개통된 뒤 승차권 구입 모습은 사뭇 달라졌다.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직접 역으로 갈 필요가 없어졌다. 사진은 KTX가 개통된 후인 2007년에도 명절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역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젊은 사람들보다 대부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인 점이 눈에 띈다.



▎KTX로 인해 지방에 사는 부모가 명절에 자녀를 만나러 서울로 향하는 역귀성도 늘고 있다. 사진은 명절 마지막 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는 역귀성 부모를 배웅하는 자녀의 모습이다. / 사진:코레일



▎비행기처럼 세 개의 좌석이 연달아 있는 예전 기차의 내부 모습. 지금은 KTX를 비롯해 새마을호, 무궁화호, 누리호 등 코레일의 기차는 내부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두 개의 좌석이 나란히 배치된 형태다.
명절 역귀성 30%, 임산부 40% 할인 혜택

개통 20주년을 맞아 KTX 역시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을 연계한 KTX 승차권 예매·발권·전달 서비스로 편의성을 높인 것. 이전엔 모바일 앱 ‘코레일톡’에서만 KTX 승차권을 예약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네이버, 네이버지도, 카카오T 앱에서도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승차권 전달하기’ 서비스는 전 세대가 환영하는 기능이다. 고령의 부모님 대신 자녀들이 승차권을 구매한 뒤 부모님의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해당 승차권을 보내기만 하면 돼 편리하다.

다양한 할인 혜택을 마련해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65세 이상의 노인을 위한 경로할인 혜택이 대표적이다. 최대 30% 할인 혜택이 주어지기에 역귀성을 선택하는 가족이 늘고 있다. 다만 일부 구간에는 해당 혜택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니, 반드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임산부와 다자녀 가족을 위한 할인 혜택도 쏠쏠하다. 임신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서류(산모수첩 등)를 제출하면 등록된 날부터 1년간 KTX 요금을 일반석 기준 최대 40% 할인, 특실을 일반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자녀 할인은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 한해 최대 30%를 할인해주는 혜택이다. 가족 구성원을 등록하고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되는데, 코레일 멤버십 회원에 한해 제공되는 혜택이므로 멤버십 가입은 필수다. 이 밖에도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최대 50% 할인, 만 13세 이상 만 25세 이하 청소년은 청소년드림카드를 통해 최대 10%를 할인해준다.

코레일은 매년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과 설 연휴를 ‘특별수송기간’으로 정하고, 명절 대수송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 평소보다 KTX를 비롯한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고 특별교통대책본부를 24시간 운영해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park.sena@joongang.co.kr


▎KTX가 개통되기 전까지 명절 때 주요 귀성 수단은 고속버스였다. 때문에 명절 때마다 고속버스 터미널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서울을 빠져 나가는 톨게이트 역시 항상 정체를 빚었다.



▎부산행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 승강장으로 이동 중인 가족의 모습. 작년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서울역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귀성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개통 20주년을 맞은 KTX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중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KTX 승차권을 미리 예매한 일부 시민들은 명절 대이동 때마다 되풀이되는 교통 체증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여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 사진:코레일



▎KTX 첫 승차권 예약발매는 2004년 3월 24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예매가 시작된 오전 10시 직후 서울~부산 오전 열차 중 일부가 매진되고 인터넷 접속이 10여 분간 지연되는 등 폭주 사태를 빚기도 했다. / 사진:코레일



▎KTX 서울역 신역사가 준공되면서 기존의 서울역사는 더이상 승강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문화역서울284’라는 새로운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park.sena@joongang.co.kr

202410호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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