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면 왜 살고 있냐?”언젠가 우연히 본 드라마 속 주인공이 외치던 대사인데,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세상이 바뀌고 경기흐름이 변하고 내일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는 요즘 이 말이 더욱 떠오른다. 오늘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이 내일도 정답일까? 지금 좋았던 것들이 내일도 여전히 좋을 수 있을까? 세상 일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지금 어떤 일을 해야 최대한 맞는 답이 될 수 있을까? 그게 지난해 나의 가장 큰 고민이었기 때문일 거다.만약 누군가 나에게 “지난해 당신은 무엇을 했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한 해 동안 열심히 씨앗을 뿌렸어요”라고 대답할 것 같다.시딩(Seeding)을 하고 정성껏 물도 줬는데 그 중에 싹이 튼 것도 있고 안 튼 것도 있기 마련이다. 싹이 트면 트는 대로 싹이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이제 어디에 어떻게 집중하고 공을 들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캉골’을 처음 우리나라에 들여왔을 때도 여러 고민에 부딪혔던 기억이 난다. 당시 주변에서 모자 브랜드만으로는 한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만류했지만, 우리의 시선을 모자에만 두지 않고 확장성에 주목했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가방이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뻗어나가며 볼륨을 키우고 ‘브랜드 디벨로퍼’로서 좋은 안목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의 ‘한 수’가 되어주었던 셈이다.가치를 발견하는 좋은 눈을 갖고자 했던 것이 좋은 기회들을 만들고 오늘까지 비즈니스를 이끌어온 한 수가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역시 오늘과 내일이 같을 수만은 없다는 걸 이해하는 것이다. 나의 한 수가 예상대로 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오늘의 내가 1년 전 나와 다르고 때로는 자신이 없을 때도 있고 자신감이 크게 차오를 때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두렵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떠다니는 수많은 가능성을 싹으로 틔울 수 있는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끊임없이 뭔가를 고민하고 보고 들으며 경험을 축적하는 행동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운조차도 나의 편이 되어주며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풀리는 타이밍이 눈앞에 찾아오리라 믿는다.오늘도 처음인데 내일은 얼마나 더할까. 하지만 좋으면 좋은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무언가를 꾸준히 준비하려 한다. 결과물이 좋을 수도 있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겠지만 희망과 생명력을 의미하는 푸른 뱀의 해가 시작된 오늘도 한번 되새겨본다.오늘은 처음이고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씨앗을 심고 물을 준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